주말(週末)에 재래시장을 돌고서
12월달 들어서며
사실 올겨울은 별로 큰 추위도 없는 가운데
주말에 날씨가 싸늘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한낮에 걷기운동도 할겸 바람이라도
쐬고 싶어서 집을 나섰다
바람이 다소 불지만 영등포(永登浦) 방면으로
걷기운동 하는데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지난 가을철 만해도 아주 북새통을 이룰 정도로
사람이 많았는데 말이다
낙엽(落葉) 떨어지고만 앙상한 벚꽃나무들이나
붉은 꽃을 피웠던 장미(薔薇)들도 앙상해 보이니
추운 겨울 앞엔 어쩔수 없나보다
그렇지만 계절이 바뀌어도
올한해가 저물어가더라도
안양천(安養川) 냇물은 한강(漢江)으로 쉬지않고
흐르는 모습을 보니 세월(歲月)은 망각한 듯 하다
무더위도 잊은 채
찬바람도 모른 채 유유히 흐르는 냇물따라 걸으니
나도 겨울을 잊게 만든 다
쉬지 않고 흐르는 냇물처럼
나도 쉬지 않고 열심히 걷다 보니 목적지(目的地)가
눈앞에 보인다
신도림역(新道林驛)에 다가오니 점심 생각이 난다
그래서 2호선 지하철을 타고 내려와 다시 걷다보니
재래시장의 간판(看板)이 보인다
모처럼 재래시장 구경도 할겸 맛나는 음식이 있으면
먹으려고 들어갔다
싸늘한 날씨에 불구하고 먹자골목엔 사람들이 붐비니
재래시장다운 모습이다
그래도 서민(庶民)들이 가장 많이 즐겨 먹는 음식이
뭔지 돌아보니 순대국이었다
어느 가계를 보니 아주머니가 조그만 가마솥의 뚜껑을
여는 것을 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국이라서
입맛을 당기게 만든다
순대국을 먹으면서 주변을 바라보니 다소 시끄럽지만
재래시장의 정겨운 맛이 나게 만든다
점심을 먹고 시장을 한바퀴 돌면서 어느 두부집을
바라보게 되었다
따끈따끈한 두부를 보니 저절로 발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그런데 두부를 사 가지고 집에 들어가면
아내의 막걸리 안주가 될 것인지
아니면
된장찌개에 넣게 될 것인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돈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두부 한모만 사려고 하다가 큰마음을 먹고는
3모에 막걸리도 한병샀다
집에 들어와 주방 식탁(食卓)에 살며시 놓으니까
아내가 묻는다
그게뭐야
그래서 내가 궁금하면 비닐봉지를 보라고 했더니
보고는 웃음을 짓는다
저녁에 막걸리 한잔 부딪치며 두부를 먹으니까
어둠이 깔리고 만다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