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1953년 봄날의 벚꽃
1953년 봄
벚꽃 만발한 사월
국민학교에 입학한 여자아이
도시락만한 흰 무명 손수건
가슴에 달고
큰언니 손 잡고 갔다
학교 운동장 가에
활짝 웃는 벚꽃을 만났다
온통
벚꽃에 정신 팔며
깨끗한 벚꽃송이를 쳐다보며
여자아이는
벚꽃나무와 일심동체 되었다
선생님의 하나, 둘 구령에 맞춰
우리들은 셋, 넷 화답하며
운동장을 돌았다
여자아이는 벚꽃나무만 바라보며 걷다가
넘어져 무릎에 피가 나도 몰랐다.
“선생님예, 쟈 무릎에 피 납니더”
아이들 놀라 지르는 소리
한복 입은 여선생님이 다가와
여자아이의
무릎에 아까찡까를 발라주며
“곧 나을 테니 걱정 말아라”
부드러운 목소리
반세기하고도 이십년 강물이 흘러도
벚꽃을 좋아하던 그날의 마음은
일편단심 변하지 않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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