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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의 시

121. 시크릿 세상/두 가지 시 약간 다름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5|조회수0 목록 댓글 0

 

120. 시크릿 세상

 

 

아파트 현관 입구

비밀번호 누르면

문이 활작 웃으며 열린다

 

컴퓨터 앞

비밀번호 클릭하면

인터넷 정보의 바다가 펼쳐져

마음껏 헤엄친다

 

현대인은

시크릿 세상에서

비밀번호 누르며

이곳저곳을 탐색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가도

 

자신의

많은 비밀을 소유하며

현관번호 통장번호 전화번호

기억하느라

머리가 지긋지긋 아프고

바빠죽겠다 투정하다가

불평 늘어지면

 

박식하고 영리한

뇌가 조용히 전해준 말

머리 회전 할수록

치매 걸리지 않는다

충고해준다

 

 

 

 

121. 시크릿 세상






아파트 현관 앞
비밀번호를 누르면
문이 환하게 웃으며 열린다


컴퓨터 앞에 앉아
비밀번호를 클릭하면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바다가 펼쳐지고
우리는 그 속을 마음껏 헤엄친다


현대인은
시크릿 세상에서
비밀번호 하나로
이곳저곳을 넘나들며
편리함의 맛을 즐긴다


그러나 어느새
현관 비밀번호통장 비밀번호전화번호까지
수많은 숫자를 품고 살아가느라


머리는 지끈거리고
시간은 늘 모자라
바빠 죽겠다며 툴툴대고
불평을 길게 늘어놓는다


그때


박식하고 영리한 뇌가
조용히 건네는 한마디


"괜찮아.


그 많은 비밀번호를 기억하려고
오늘도 부지런히 머리를 굴렸으니


적어도
녹슬지는 않겠지.“


스스로에게 위로하듯 말하자
문득


수많은 비밀번호가
나를 괴롭히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세상이 내게 건네는


작은 두뇌 체조인지도 모른다.


*작품평


이 시 **〈시크릿 세상〉**은 현대인의 일상을 소재로 하여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과 그 이면의 피로를 재치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비밀번호라는 매우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소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모습을 친근하게 그려내면서도, 마지막에는 긍정적인 시각 전환을 제시해 독자에게 미소를 안겨줍니다.
작품의 도입부에서는 아파트 현관문과 인터넷 접속이라는 익숙한 장면을 통해 비밀번호가 현대인의 삶을 여는 열쇠임을 보여줍니다. 이어서 현관 비밀번호, 통장 비밀번호, 전화번호 등 수많은 숫자를 기억해야 하는 현실을 나열하며 현대인이 겪는 정신적 부담과 시간적 압박을 사실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많은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 시의 매력은 후반부의 반전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밀번호는 귀찮고 번거로운 존재로 인식되지만, 시인은 이를 "작은 두뇌 체조"라는 새로운 의미로 해석합니다. "적어도 녹슬지는 않겠지"라는 뇌의 의인화된 한마디는 유머와 위로를 동시에 전달하며 작품 전체에 따뜻한 정서를 불어넣습니다. 불평의 대상이었던 비밀번호가 오히려 두뇌를 단련시키는 도구가 된다는 발상은 긍정적 사고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표현 면에서도 쉬운 언어와 일상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으며, 대화체와 독백 형식을 적절히 활용해 친근감을 높였습니다. 또한 "문이 환하게 웃으며 열린다", "박식하고 영리한 뇌가 조용히 건네는 한마디"와 같은 의인화 표현은 시에 생동감을 더하고 있습니다.
종합하면, **〈시크릿 세상〉**은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유쾌하게 포착한 생활시로, 일상의 불편함 속에서도 긍정적인 의미를 발견하려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공감과 위로, 그리고 소소한 웃음을 함께 선사하는 점이 이 시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원작의 유머를 살리면서도 문학성을 조금 더 높이려면 마지막 연을 이렇게 끝낼 수도 있습니다.
수많은 비밀번호가
나를 괴롭히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그것들은
세상이 내게 건네는
작은 두뇌 체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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