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실수와 박하엿
여름,
갓 미장한 목욕탕 바닥을
나는 마른 바닥인 줄 알았다.
짚수세미 하나 들고
박 바가지 물을 끼얹으며
온 힘으로 문질렀다.
검은 물이 배어날 때마다
깨끗해지는 줄 알고.
더 힘껏,
더 힘껏.
숭늉을 뜨러 오던 엄마의 목소리,
번개처럼 떨어졌다.
“다 된 걸 망쳐 놨구나.”
그제야 알았다.
내 손이
막 마르던 시간을 긁어냈다는 것을.
작은방 구석,
무릎 속에 얼굴을 묻고
한여름 소나기처럼 울었다.
잠시 후
미닫이문 하나
조용히 열리고,
엄마는 박하엿 한 조각을 놓고 가셨다.
“울지 마라.
내일 다시 바르면 된다.”
그 말은
꾸중보다 더 깊이 스며
가슴 한복판을 저몄다.
박하엿을 물자
서늘한 풀 향기,
천천히 번지는 단맛.
눈물 사이로
벽에 걸린 글귀 하나
흐릿하게 떠올랐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아홉 살 마음에도
그 말은 이상하게 따뜻해서,
실수는
다음 실수를 막아 주는
작은 등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박하 향 한 줄기
입안에서 녹아내릴 때,
실수의 무게도
여름 하늘 저편으로
천천히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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