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 채송화
어릴 적 우리 집 꽃밭 맨 앞자리,
빨강, 노랑, 분홍, 주황고
운 빛깔 한데 어우러져
햇살보다 먼저 웃음을 피우던 꽃,
채송화.
꽃밭으로 달려 나가던 여자아이를
오래 기다렸다는 듯
까르르 맑은 웃음 흩뿌리며
반갑게 맞아 주던 꽃.
천진한 얼굴로 바람과 장난치던
정겨운 친구 같은 꽃,
보면 볼수록 품에 안고 싶던
다정한 채송화.
아기 손바닥만 한 꽃잎,
작고 앙증맞은 몸으로
따스한 햇살을 한가득 품고
해님만 바라보며
방긋방긋 미소 짓던 꽃.
키는 비록 작아도
땅을 어머니 품처럼 의지한 채
겸손하게 피어나는
소박한 아름다움의 꽃.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한낮이면
제 세상을 만난 듯
꽃잎을 활짝 열어
고운 웃음꽃을 피운다.
그 미소 하나만으로도
메마른 마음에 행복이 번지고,
어린 시절 그리움까지
살며시 불러오는
고마운 채송화.
해가 서산 너머로 기울면
꽃입술 살포시 다물고
붉은 노을빛 이불을 덮은 채
고요한 꿈나라로 떠나는 꽃.
말없이 하루를 마감하면서도
내일의 햇살을 기다리는
성실한 생명의 숨결,
오래도록 정겨운 채송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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