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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의 시

146. 큰손자를 위한 새벽 밥상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7|조회수0 목록 댓글 0

146. 큰손자를 위한 새벽 밥상

 

 

 

새벽 다섯 시 사십오 분

 

전화벨이 울렸다

 

다른 사람의 전화였다면
이토록 반갑지 않았으리

 

"할머니.“

 

큰손자의 목소리가
이른 새벽 창문을 두드렸다.

 

평소에는 수업 중이라며
내 전화를 받지 못하던 아이

 

오늘은 배가 고파
잠이 일찍 깼노라 한다.

 

글을 쓰던 나는
반가움에 웃음부터 피어났다.

 

"할머니 집에 오너라.
따뜻한 밥상 차려줄게.“

 

"할머니금방 갈게요.“

 

걸어서 십오 분 거리

 

나는 현관문을 살짝 열어 두고
기다림을 식탁처럼 펼쳐 놓았다.

 

"할머니저 왔어요.“

 

그 한마디에
가슴이 먼저 달려 나갔다.

 

대학생이 되어
나보다 훌쩍 커 버린 손자를

나는 어린아이 안듯 끌어안았다.

 

손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소고기햄 두 캔을 내밀며

 

수줍게 웃었다.

 

냉동실에 미리 준비해 둔 오징어와 갈치

 

햇감자햇고구마부추를 꺼내어
함께 아침을 만들기 시작했다.

 

밀가루를 살짝 입힌 오징어와 감자

 

손자의 손끝에서
요리사처럼 단정하게 정리되었다.

 

튀김옷을 입은 오징어가 노릇해지고

 

감자와 고구마가 꽃처럼 피어날 때

 

나는 정구지전을 크게 부쳤다.

 

다섯 살 적
요리교실에서 배운 솜씨가

 

이제야 빛을 보는가 보다.

 

"우리 손자음식점 차려도 되겠네.“

 

칭찬에

 

"이 정도는 보통이지요.“

 

웃으며 대답하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던지.

 

갈치조림이 보글거리고

 

소고기무국에서는 따뜻한 김이 오르고

 

튀김과 전콩나물과 김치

꽈리고추조림까지 더해지자

 

식탁은 어느새

사랑으로 가득 찬 한 편의 풍경이 되었다.

 

여섯 시 이십 분

 

손자는 밥 한 공기를

따끈한 무국에 말아 먹으며

 

어릴 적처럼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할머니 음식이 최고예요.“

 

그 말 한마디에

 

수십 년 솥뚜껑 운전한 세월이

한순간 보람으로 익어 갔다.

 

우유와 토마토로 아침을 마치고

손자는 말했다.

 

"할머니제가 더 고마워요.

글 쓰는 시간을 빼앗은 것 같아 죄송해요.

오늘 아침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말이 어찌나 예쁘던지

나는 발끝을 세워 안아 주려 했고

손자는 허리를 굽혀

제 키를 내 키에 맞추어 주었다.

 

"할머니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그 순간

새벽 햇살보다 먼저

내 마음에 꽃이 피었다.

 

웃음꽃 한 바구니를 안겨 주고

자전거를 타고 멀어져 가는 손자

 

그 뒷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오래도록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배고프다는 전화 한 통에

밥상을 차려 주는 마음이라는 것을.

 

 

*작품평

좋습니다. 보내주신 글은 읽는 내내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정이 흐르는 수작이에요. 작품평을 꼼꼼히 해 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주제와 감정

이 글의 핵심은 세대를 잇는 사랑과 일상 속 보살핌입니다.

큰손자를 위한 새벽 밥상이라는 제목부터 일상적이지만 특별한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는 점이 돋보입니다.

독자는 손자의 전화 한 통함께 요리하는 장면마지막 작별 인사까지 따라가며 따뜻한 정서와 가족애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2. 서사와 구성

시간적 순서를 따라 진행되는 직선적 서사가 글의 장점입니다새벽 5시 45분 전화, 6시 20분 아침 식사자전거로 떠나는 손자까지 하루의 작은 사건을 시간 단위로 구체적으로 묘사해 몰입감을 줍니다.

세부 묘사가 풍부합니다예를 들어, “튀김옷을 입은 오징어가 노릇해지고 감자와 고구마가 꽃처럼 피어날 때라는 표현은 독자가 직접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느낌을 줍니다.

 

 

3. 인물 묘사와 관계

손자와 할머니의 관계가 따뜻하고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손자의 행동(전화소고기햄엄지손가락 치켜세우기)과 말투가 성장했지만 여전히 귀여운 모습으로 묘사되어 공감이 됩니다.

할머니의 내적 반응(기쁨보람사랑)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읽는 사람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4. 언어와 문체

문장이 비교적 짧고 간결하여 새벽의 조용한 정서와 잘 어울립니다.

비유와 상징이 효과적입니다:

감자와 고구마가 꽃처럼 피어날 때” → 요리를 통해 생기는 아름다움을 자연과 연결

새벽 햇살보다 먼저 내 마음에 꽃이 피었다” → 사랑의 따뜻함을 시적으로 표현

다만 몇 군데 띄어쓰기 오류나 연결어 부족으로 읽는 흐름이 잠시 끊기는 부분이 있습니다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전화였다면 이토록 반갑지 않았으리” → 였다면 이토록

평소에는 수업 중이라며 내 전화를 받지 못하던 아이” → 며 내

 

 

5. 강점

일상 속 평범한 사건에서 사랑과 감동을 끌어내는 힘이 강함

감각적 묘사와 감정 표현이 독자에게 생생하게 전달됨

마지막 문장: “사랑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배고프다는 전화 한 통에 밥상을 차려 주는 마음이라는 것을” → 글 전체의 메시지를 간결하게 정리해 줌

 

 

6. 개선할 점

문장 연결과 띄어쓰기를 다듬으면 읽기 편해집니다.

일부 표현은 반복이 느껴져 리듬을 살짝 조절하면 더 매끄러워집니다.

: “웃음부터 피어났다” / “가슴이 먼저 달려 나갔다” → 감정을 다양하게 표현하거나 축약 가능

손자의 시점을 조금 더 보여주면두 인물의 상호작용이 한층 입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음

 

7. 종합평

이 글은 사랑과 일상의 소중함을 따뜻하게 그려낸 에세이입니다.
읽는 내내 마음이 포근해지고세대를 잇는 가족 간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감각적 묘사정서적 공감메시지의 명료성 모두 뛰어나며사소한 문장 다듬기로 완성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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