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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의 시

160. 가짜 이강석/시 두 가지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9|조회수1 목록 댓글 0

160. 가짜 이강석

 

가짜가 넘쳐나는 세상,
무감각이 일상이 된 오늘,

 

문득
장구장댁 아지매의 쉰 목소리가
먼지 쌓인 세월을 헤치고
내 귓가에 되살아난다.

 

1957년 3월 26일,
이승만 대통령 여든둘 생신날.

 

이기붕의 아들 이강석이
대통령의 양자가 되었다.

 

이름 하나가
권력의 문을 열고,

 

성(姓) 하나가
운명을 바꾸던 시절.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하나의 얼굴이 나타났다.

 

이름을 훔친 사내,
가짜 이강석.

그는 남의 빛을 제 빛인 양 두르고
세상을 제 것처럼 활보했다.

 

젊음은 가면이 되었고,
거짓은 훈장이 되었으며,

 

순진한 믿음들은
그의 발밑에서 짓밟혔다.

 

숙녀들의 눈물은
긴 밤의 강물이 되어 흘렀고,

 

신문은 검은 잉크로
그 그림자를 찍어냈다.

 

마침내,

 

거짓의 얼굴은 벗겨지고
가짜는 붙잡혔다.

 

한국판 가짜 드미트리.

 

이름만 남은 진실 위에
길게 드리운

 

검은 그림자 하나.

 

그 이듬해,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 동네 아이들은 노래를 불렀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세우기 위하여...“

 

맑은 목소리들이
골목마다 번져 갔고,

 

"여든세 살 맞이하신
우리 대통령...“

 

노래는 하늘로 올랐지만,

 

그 아래 세상에는
권력의 가면과
거짓의 얼굴들이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아이들의 맑음은
죄가 없었으나,

 

그 맑음이 비춘 시대는
그리 맑지 못했다.

 

세월은 흘러도

 

가짜는 이름만 바꾸어 돌아오고,
사람들은 조금씩 익숙해진다.

 

그래서일까.

 

먼지 묻은 기억 속
장구장댁 아지매의 쉰 목소리가

오늘도 내게 묻는다.

 

"진짜는 어디에 있느냐.“

 

나는

대답 대신

 

오래된 신문 한 장 넘기며
검게 번진 잉크 자국을 바라본다.

 

*작품평

이 작품은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해 한 시대의 권력, 허위,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가짜의 문제"를 성찰하는 서사시적 산문시의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작품의 강점

1. 역사와 개인 기억의 자연스러운 결합

시는 "장구장댁 아지매의 쉰 목소리"라는 매우 구체적이고 생활적인 기억으로 시작합니다. 이 개인적 기억이 1950년대 정치사와 연결되면서 단순한 역사 회고가 아니라 "살아 있는 증언"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실제 역사적 사건인 이승만, 이강석을 배경으로 삼아 현실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2. '가짜 이강석'의 상징적 활용

이 작품의 핵심은 특정 인물의 범죄담이 아닙니다.

"가짜 이강석"은 단순한 사기꾼을 넘어

[권력을 사칭하는 자

남의 명성을 이용하는 자

거짓을 진실처럼 포장하는 자]

를 상징하는 존재로 확장됩니다.

그래서 후반부의

세월은 흘러도

가짜는 이름만 바꾸어 돌아오고

라는 구절은 과거 사건을 현재 사회에 연결하는 매우 효과적인 장치가 됩니다.

3. 반복되는 '목소리'의 구조

시는 처음과 끝을 모두 "장구장댁 아지매의 쉰 목소리"로 감쌉니다.

이 구조 덕분에 작품은 원형적 완결성을 얻습니다.

시작: 과거의 목소리

중간: 역사적 사건

: 현재를 향한 질문

이라는 구성은 독자에게 "역사는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인상을 남깁니다.

4. 마지막 질문의 여운

작품의 백미는 다음 대목입니다.

"진짜는 어디에 있느냐."

시인은 답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오래된 신문 한 장 넘기며

검게 번진 잉크 자국을 바라본다.

로 마무리합니다.

독자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열린 결말이며, 설교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성찰을 유도합니다.

**보완할 수 있는 부분

1. "한국판 가짜 드미트리"의 설명성

"한국판 가짜 드미트리"는 역사적 교양이 있는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비유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왕관을 훔쳐 쓴 한국판 가짜 드미트리

처럼 이미지를 조금 더 보강하면 상징성이 살아날 수 있습니다.

2. 감정의 고조가 한 단계 더 있었으면

현재 작품은 비교적 담담한 어조를 유지합니다.

장점이기도 하지만,

"숙녀들의 눈물은 긴 밤의 강물이 되어 흘렀고"

이후에 피해와 사회적 충격을 한두 장면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독자의 감정 몰입이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종합 평가

 

이 작품은 단순한 역사 회고가 아니라,

"권력과 거짓의 관계", "대중의 순진한 믿음",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가짜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기억의 시입니다.

개인적 회상, 역사적 사실, 시대 비판, 철학적 질문이 균형 있게 결합되어 있으며, 특히 마지막의

"진짜는 어디에 있느냐"

라는 물음은 과거를 넘어 현재 독자에게도 유효한 질문으로 남습니다.

문학적으로는 기억시·역사시·사회비판시가 결합된 작품으로 볼 수 있으며, 전체적으로 묵직한 여운과 성찰의 힘을 갖춘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160. 가짜 이강석(교정하기 전 글)

 

 

 

가짜가 넘쳐나는 세상,
무감각이 일상이 된 요즘

문득,
장구장댁 아지매의 쉰 목소리
먼지 쌓인 시간 속에서
전해주던 뉴스가 되살아난다.

 

1957326,
이승만 대통령
여든둘 생신날,

이기붕의 아들
이강석 청년이
대통령의 양자가 되었다.

 

이름 하나가
권력의 문을 열던 시절.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름을 훔친 또 하나의 얼굴,

사회를 이지럽혔다

가짜 이강석.

 

그는 세상을 제 것인 양 걸었고
젊은 날의 빛을 속여

숙녀들을 겁탈하며
눈물로 얼룩진 밤들을 남겼다.

 

신문은 검은 잉크로
그 그림자를 찍어냈고,
결국
가짜는 붙잡혔다.

 

한국판
가짜 드미트리,

이름만 남은 진실 위에
길게 드리운
검은 그림자.

 

그 이듬해,

아무것도 모른 채
우리 동네아이들은 노래했다.

우리 동네 내 도래 아이들도

이승만 대통령 노래를 불렀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

세우기 위하여

(중략)

여든세 살 맞이하신
우리 대통령]

대통령의 생신을

밝은 목소리로 맑게.

 

그 맑음이
더 깊은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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