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3.요술쟁이 카메라
1950년대 초,
나는 여섯 살,
대들보 같은 남동생은 세 살이었다.
막내이모의 손에 이끌려
우리 집 과수원 풀밭에
나란히 앉았다.
새신랑 막내이모부가
어깨에 메고 온 카메라를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던 그 순간,
찰칵—
시간이 멈추었다.
"우리 조카들아,
너희들 모습 그대로
사진 나오면 갖다 줄게.“
이모의 그 말을 듣고
나는 저 새까만 기계를
요술쟁이 카메라라 믿었다.
흑백의 빛 속에
우리의 하루가 햇살처럼 번져가던 날.
반세기를 훌쩍 넘긴 지금도
그날의 햇살은 바래지 않았다.
사진 속 어린 남매는
여전히 풀밭에 앉아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멈춘 줄 알았던 시간은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다시 천진하게 웃고 있다.
이 시 **〈요술쟁이 카메라〉**는 어린 시절의 순수한 상상력과 사진이 가진 시간 보존의 힘을 따뜻하게 그려낸 회상시입니다.
작품평
시는 1950년대 초 과수원 풀밭에서 찍힌 한 장의 사진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여섯 살 화자와 세 살 남동생, 그리고 막내이모 부부가 등장하는 구체적인 기억은 독자에게 생생한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특히 새신랑 이모부가 메고 온 카메라를 "요술쟁이 카메라"로 믿는 어린 화자의 시선은 동심의 순수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
"찰칵— / 시간이 멈추었다"라는 표현은 사진의 본질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인상적인 구절입니다. 순간을 영원으로 붙잡는 사진의 기능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기억과 감정까지 보존한다는 의미로 확장됩니다. 또한 "흑백의 빛 속에 / 우리의 하루가 햇살처럼 번져가던 날"이라는 구절은 흑백사진이라는 과거의 매체와 따뜻한 추억을 서정적으로 연결하며 작품의 정서를 더욱 깊게 만듭니다.
후반부에서는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흐른 현재와 사진 속 과거가 대비됩니다. 현실의 시간은 흘러갔지만 사진 속 어린 남매는 여전히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멈춘 줄 알았던 시간은 / 한 장의 사진 속에서 / 다시 천진하게 웃고 있다"라는 마무리는 사진이 단순히 과거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속에서도 기억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는 메시지를 아름답게 전달합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과장되지 않은 진솔함에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애정, 유년의 순수함, 그리고 세월을 뛰어넘어 추억을 되살리는 사진의 마법 같은 힘이 잔잔한 감동으로 독자의 마음에 스며듭니다. 읽고 나면 누구나 자신의 오래된 사진 한 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따뜻하고 정겨운 서정시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는 마지막 연을 조금 더 서정적으로 마무리하면 여운이 깊어집니다. 특히 "멈춘 줄 알았던 시간은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다시 천진하게 웃고 있다"는 구절이 제목인 요술쟁이 카메라와도 잘 어울려, 사진이 시간을 붙잡아 두는 마법이라는 의미를 자연스럽게 드러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