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백합꽃 언니
반세기, 그보다 훨씬 전
우리 세 자매 어린 시절
어머니는 틈틈이
코딜리어 이야기를 들려주셨지
일본에서 신교육을 받으신 어머니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별빛처럼 아름답고도 슬픈 이야기로
우리에게 선물처럼 건네주셨다
그중에서도 리어왕의 이야기
아직도 마음 깊이 남아 있다
셋째 딸 코딜리어의
변함없는 효심을 그대로 닮은
우리 집안의 보배
부모님의 둘째 딸이며
나의 작은 언니
아버지의 운수사업이 무너져
가세가 기울던 그때
스물셋, 꽃 같은 나이에
언니는 청춘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오직 하나
가문을 다시 일으키는 길을 택했다
언니의 힘이 보태어져
아버지는 옛 부귀의 그림자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언니는 한평생
집안이 다시 일어서도록
묵묵히 자신의 삶을 바쳤고
아버지의 자랑이자
우리 모두의 기쁨이었다
세월은 나이테처럼 겹겹이 쌓여
어느새 여든을 맞이한 언니
그 거룩한 희생의 자리 위로
이제는
은은한 평안이 조용히 내려앉는다
언니의 삶은
한 송이 백합처럼
조용히 향기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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