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박하엿과 실수
/ 실수와 박하엿
하양 분홍 초록 엿판
혀끝에 봄을 얹은 박하엿
우리 집 간이목욕탕
척척 갈라진 세면실 바닥
엄마는 미장이 불러
바닥이 깨끗해짐바닥이 새로 말끔해짐
빨리 목욕하고 싶어
엄마에게 다 말랐느냐 물으니
“아직 멀었다”는 그 당시 유행어
“차리강산” 말만 메아리 수천 번
손끝으로 바닥 만져보니
다 말랐네
짚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니
검은 물 계속 나와
더 세게 문지르는데
숭늉 가지러 온 엄마의 비명
“이를 어쩌나 다 망쳐버렸네
왜 쓸데없이 부지런떨다니”
꾸지람이 지나간 후
나는 작은 방 구석에 몸을 반 접어
웅크리고 눈물이 봇물로 터졌다
골목, 가위 소리 들리고
방문이 스르르 열리며
엄마가 건네준 달래임
“이 엿 먹고 울음 그쳐라”
그 말에 못 둑이 놀라 터지고
울다 지친 입안에 박하엿 하나
달콤한 향에 눈물이 달아났다
망가진 바닥 위로
늦은 햇살이 얇게 내려앉고
“우리 셋째 좋은 일 하려다 실수했네
내일 다시 미장이를 불러야겠네”
엄마의 귀에 익은 목소리에
목이 배꼽까지 내려갔던 죄송한 마음
유년의 슬픔 찬란한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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