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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 관한 시모음 17)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6|조회수0 목록 댓글 0

어머니에 관한 시모음 17)  

 

어머니의 노래    /임종호(山火)  

개들도 떨면서 짖어대던 밤에
어머니는 슬프디 슬픈 가락으로 
콧노래를 부르셨다

외삼촌이 징용으로
일본에 끌려 갔을 때에
내 어머니는
물래를 돌리시면서
흥얼흥얼 그
콧노래를 부르셨다

1950년 여름 어느날
식량 조달이라는 이름으로
거둬들인 보리를 다 빼앗기고
내 어머니는 밀기울 풀데죽을 끓이면서
흥얼흥얼 그
콧노래를 부르셨다

개들도 떨면서 짖어대던
밤에
어머니는
흥얼흥얼 그
콧노래를 부르셨다

 

 

어머니의 꽃밭    /구순자  
 
어머니는 어머니의 꽃밭이 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키가 큰 모과나무 감나무 은행나무
밑을 지나
어머니의 꽃밭에 앉으신다
채송화 봉선화 분꽃
파파이신 어머니 얼굴이 활짝 열리신다
그 앉은뱅이 꽃밭 옆
손바닥만한 어머니의 텃밭도 있다
어머니는 어머니를 찾아온 막내며느리
손을 잡으시며
너의 시숙이 만들어준 저 텃밭에
콩꽃이 피었어야 파꽃이 피었어야
벌나비도 날아들었어야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정재학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비가 오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날도 어두워지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하늘이 죽어서 조금씩 가루가 떨어지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나는 아직 내 이름조차 제대로 짓지 못했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피뢰침 위에는 헐렁한 살 껍데기가 걸려 있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우신다 암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맥박이 미친 듯이 뛰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손톱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누군가 나의 성기를 잘라버렸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목에는 칼이 꽂혀서 안 빠지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그 칼이 내장을 드러냈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펄떡거리는 심장을 도려냈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담벼락의 비가 마르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어머니(3)      /허명(허광빈)

 

삼복 더위에도

눈물처럼 흐르는 땀방울을

젖가슴 까지 흘리시며

호박닢 곁가지 다듬어

구수한 된장찌게에

주먹만큼한 쌈을 싸서

입에 넣어 주셨던

어머니

 

그렇게 한이 되셨던

부모형제도 만나 뵙지 못하시고

주름진 세월로 눈물을 훔치시며

중풍으로 누우셨던 어머니

벌써 진달래는 두번씩이나 진지 오래고

북녘땅 강변의 마른 나뭇가지 사이

손평남짓 외소한 곳에

두손모아 기도하고 계실

어머니

 

돌아갈 수 없는 저녁

임진강가에서

그 물이 고향이셨던 압록강 어딘가에

눈물만 흘러가고

사랑을 내 가슴에 간직한 채

침묵의 침묵으로 깍아 드리운 절벽 끝에서

그리움으로 불러 보는

어머니

 

내 마음 깊은 곳에 묻고서......

 

 

나의 어머니 4       /김경철

 

짹짹 울음소리에

기지개를 켜듯

달빛을 등불 삼아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찬 바람에 불어와

옷깃을 여미어봐도

속으로 들어오는 한기에

춤을 추듯

어깨가 바르르 떨린다

 

열기가 빠져나간 속은

허전함을 느끼지만

온갖 정성이 담긴

따뜻한 한 끼가

텅텅 비었던 속을

든든하게 하지만

 

한평생

화사함보다는

가족을 위해서라면

잡초 인생도

마다하지 않으셨으니

 

평탄한 길 마다하고

홀로

긴 세월 동안 모른척하며

힘든 고행길을 걸으시다

예정된 시간이 되어서야

하나둘 나타나는 몸의 이상들

 

더는

손 쓸 수 없다 하여

마음만 애태우다

내내

잘도 흘러갔던 시간이

멈춘 뒤에야 이별을 실감하니

 

고생했던 이승의 삶을

모두 잊으시고

하늘에 올라가시면

좋은 분 만나

행복하게 사세요

 

 

어머니의 등불       /한상길

오뉴월 황토밭 땡볕을 호미로 찍어 죽이면
비탈에 노닐던 저녁 연기는
어스름 별밭에 숨들어 있다

벌판에 서서 초저녁 별을 헤이며
그 들녘 샛길로 돌아서면 저만큼
품삯을 붙들고 늘어진 노을은 주막집 외등으로 밝고
수리부엉이 우는 공동묘지 근처로
좀체 오시지 않는 아버지 마중을 가노라면
어린 마음 놀래라
칼 가는 대숲 바람에 줄 끊인 연이 섬칫
목덜미를 감아 오른다

별똥을 주으러 떠났던 독기 품은 아이들은
높이도 오르려다
시커멓게 그을려 우수수 처마 끝에 떨어지고
서리 떠난 아들을 기다리며
스스스 우는 밀밭에 놀라
돌아오라
멀리도 비추이던 어머니의 등불

그 등불 까치밥 되도록 동구밖 서성이다
품 팔러간 벌판 너머 허연 초승달이 솟을 때면
두려움인가
주막집 문밖에 선 듯
밀 창(窓) 여닫는 소리는

 

 

어머니 3       /최수홍

 

어머니 어머니

계신 곳 어디인가요

하늘 끝인가요

땅 끝인가요

 

저 높은 산 꼭 대기 올라가

어머니를 불러봐도 들리는 것은

공허한 메아리 소리

내 가슴을 울리고

 

철 지난 바닷가에 나가

어머니를 외쳐봐도 들리는 것은

내 눈물같이 왔다가 부서지는

하얀 파도소리뿐이랍니다

 

 

모란꽃 어머니       /박동남

 

불이야, 불불, 불이야 -

불의 혓바닥 가운데 누워 우는 젖먹이를

몸으로 말아 쥐고 나온 당신

모란꽃 일그러져 우그렁 밤탱이가 되어 버리셨지요

그 후로부터 사람들의 화등잔 눈을 봅니다

 

우그렁 밤탱이 자식이 싫어

차라리 당신이 남이었으면

울먹울먹 눈시울 밥을 먹고 자랐습니다

 

세상이 꽃처럼 웃는 어버이날에

당신의 작은 빈 가슴이

나의 뉘우침으로 다가왔습니다

아가페사랑을 일군 당신의 가슴에도

해마다 모란꽃 한 송이 피어납니다

 

세월은 당신을 생의 끝 자락으로 밀쳐 내어

참새가슴처럼 솟은 앙가슴에 손을 포개 얹고

차오르는 가파른 숨 쉬더니

오늘은

긴 머리 곱게 빗어 달라 하시네요

 

세상 무거운 짐 다 벗으셨을까

하늘가는 밝은 길이 열려 있다 하시어

모란꽃송이 들고 배웅합니다.

 

 

어머니 2     /김초혜

 

우리를

살찌우던

당신의

가난한

피와 살은

삭고

부서져

허물어지고

한생에

가시에 묶여 살아도

넘어지는 곳마다

따라와

자식만 위해

서러운 어머니

세상과

어울리기

힘든 날에도

당신의 마음으로

이 마음 씻어

고스란히

이루어 냅니다.

 

 

어머니 3        /김초혜

 

엎어지고

두려워도

편히 잠들고

깨서 즐거운

새 날이 되게 하시던

어머니

무덤에

볼을 대고

귀기울이면

아직도 이별 못한

덜 삭은

뼈의 울림소리

당신이 잃어 버린 날을

되살려내며

세상에서

제일로

고요한 웃음

그 웃음에 실리어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 4      /김초혜

 

앉지도

눕지도 않고

한평생

서서 지내던

어머니

당신 살에

머물러 있는

눈물은

흐리고 햇볕나고

춥고 더운 것을

다스리는

해입니다

해를 싣고 떠나신 지

일년 삼백육십일이

스무 번은 지났어도

다숩던

당신의 가슴이

아파 웁니다

 

 

어머니 5        /김초혜

 

빈천도

고단하지 않은

당신의 의지는

미운 것 고운 것

삭임질하여

웃음으로 피우고

작은 몸뚱이

힘에 부쳐도

가녀린 허리

닳지 않는 살로

우리의

담이 되어 주고

인생의 무게

그날그날이

첫날처럼

무거워도

자식 앞에선

가볍게 지는 어머니

 

 

어머니 물빛 눈길        /이길원

90 어머니
잊지 않을만큼 찾아오는 아들
어머니에겐 자랑스럽기만 한
세상에서 가장 잘난 아들
그렁그렁한 물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피죽도 못먹던 대동아전쟁 때 낳은 아이
푸른 똥이나 싸며 제대로 울지도 못해
윗목에 밀쳐두었더니
고물고물 살아나
6.25땐 등에 업혀 피난길에 오르던 아이
뜰 아래 봉숭아같이 자라
학교 가더니 우등상 받아들고
나비처럼 팔랑팔랑 돌아올 때
행주치마 적시던 물빛 눈길

몇 푼 쥐어주는 용돈에 대견한 듯
여전히
그렁그렁한 물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머니 말씀      /박미산

 

계단을 헛딛고 굴러간다

치마 밑으로 드러난 속옷이 유난히 하얗다

몰려드는 인파의 비명

지하철은 예정대로 달리고

그녀의 생각은 구부정하게 휘어진다

도착할 곳을 잃어버린 그녀

붕대에 싸맨 머리를 짚고

기억을 더듬어본다

정오부터 한밤중까지

쭈글쭈글해진 기억이 펴지지 않는다

숫자가 다가오는데

주소가 다가오는데

얼굴을 바꿔 봐도 잡을 수 없다

간호사와 그녀를 데리고 온 청년이

환해졌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서로 배신하는

그녀의 생각과 그녀의 몸

의자에 몸을 밀어 넣는다

외출할 때는 가장 좋은 속옷을 입어야 해

사고 당하면 얼마나 추레하겠니?

미래를 점친 긴 말을

씹고

굴리고

삼키고

잊어버리고

 

 

어머니 6       /김초혜

 

하늘과 땅은

갈라져 있어도

같이 있듯

저승에 계신

어머니는

자식의 가슴에서

이승을

함께 하시고

아플 일

아니어도

아프고

아파도

아프지 않은 마음

저가

어미 되어 알고

깊이 웁니다

 

 

어머니 7       /김초혜

 

이기는 것도

지는 것도

모두 참으시던

어머니

괴로운 일도

혼자서 풀고

혼자서 묶으며

수수백년의 설움으로

당신의

육신은 헐리어지고

평생에

구차하고 비굴한 일

없으시지 않으련만

꽃 뒤에 숨어서

빈 기쁨으로

작은 웃음을 짓던

어머니

 

 

어머니 8      /김초혜

 

듣고 배워도

안 배운만 못하면

배움이 욕이 되고

내 속 짚어

남의 속이라고

마음의 눈을

열어주던

어머니

작은 마음으로

삶을 지키는 일

생활로 보이며

당신을 위해서는

살지 않은

어머니

당신의

따뜻한 손목

다시 잡고 싶어라

 

 

어머니 9      /김초혜

 

세상을 낳고

사랑을 낳아서

그 속에 자식을 낳아

기르신 당신이어라

당신은

고통으로 아픈 가슴 아닌

사랑으로 아픈 가슴

지녔으라

자식의 번민은

눈치채이지 않게

당신의 가슴에

품어 삭였어라

기쁨과 슬픔을

달리해본 적이 없기에

자식 일엔

두려움 또한

없으셨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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