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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122.세 가지 거짓말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5|조회수0 목록 댓글 0

122.세 가지 거짓말

 

 

세 가지 거짓말

 

세 가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들이 있다 카더라.

 

노처녀할매,

그리고 어물전 아지매.

 

어느 날,

 

옆집 친구 춘자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자야친구야.

긴급 뉴스 하나 들어보거라.”

 

하며 눈을 동그랗게 뜬다.

 

동네 잘난 노처녀 김 양 알제?

 

그저께까지만 해도

부모님 모시고 효녀 심청으로 살다가

 

죽어도 시집은 안 간다 카더니

 

오늘 아침에 날 받아가

이달 말에 시집간다 카더라.”

 

우리는 마주 보며 웃었다.

 

노처녀의

 

죽어도 시집 안 간다는 말.

 

그건 아마

 

세상에서 제일 오래 못 가는

거짓말일 게다.

 

한참 웃다가

 

춘자가 또 귀를 바싹 들이민다.

 

저기 늠이 할매 말이다.

 

맨날

 

하루만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 카신다더라.”

 

맞다맞아.”

 

하면서도

 

또 웃음이 난다.

 

아흔이 넘은 지금도

 

정정하게 동네 한 바퀴를 도시는 분.

 

죽고 싶다는 말보다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이

 

더 팔팔하게 살아 있는 것 같아서.

 

구구팔팔 이삼일.

 

유행어처럼

 

구십구 세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이삼 일만 앓고 가자는 소망.

 

어쩌면 할매도

 

그 편이 더 좋으실 기다.

 

장수도 복이니까.

 

마지막은

 

번개시장 뽀글뽀글 파마머리아지매

머리 흔들며

 

아이고오늘도 손해 보고 판다!”

 

입버릇처럼 말씀하신다.

 

그 말도

 

새빨간 거짓말 앙이가.

 

손해만 보고 장사했다면

 

힐스테이트 큰 평수로 이사 가고

 

삼남매 대학까지

 

어찌 다 보냈겠노.

 

간고등어 냄새 배인 비닐 앞치마 두르고

 

수십 년 한자리를 지킨

 

생활의 달인이신데.

 

그저께도

 

간고등어 한 손을 내미시며

 

엣다오늘은 기분이다.

 

단골이라 손해 보고 준다.”

 

하시는데

 

잣처럼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는 얼굴 앞에서

 

아지매거짓말 마이소.”

 

그 말은

 

차마 못 하겠더라.

 

춘자와 나는

 

노처녀 이야기,

 

할매 이야기,

 

아지매 이야기로

 

배꼽 잡고 웃다가

 

끝내 방바닥에 드러누웠다.

 

배꼽이 빠질까 봐

 

입은 꼭 다물었지만

 

웃음은 끝내

 

다물어지지 않았다.

 

*작품평

이 시(수필시 형식)의 매력은 **생활 속에서 흔히 듣는 세 가지 거짓말’**을 소재로 삼아 인간의 본심과 삶의 정서를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데 있습니다.

 

작품평

 

세 가지 거짓말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인 노처녀할머니어물전 아지매를 등장시켜 인간의 말과 마음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따뜻한 웃음으로 보여준다.

 

작품 속 세 사람의 거짓말은 악의적인 속임수가 아니다. "죽어도 시집 안 간다"는 노처녀의 말에는 아직 만나지 못한 인연에 대한 기대가 숨어 있고, "하루만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할머니의 말에는 오래 건강하게 살고 싶은 생의 의지가 담겨 있다또한 "오늘도 손해 보고 판다"는 어물전 아지매의 말에는 장사꾼 특유의 넉살과 삶의 지혜가 배어 있다시인은 이러한 말들을 단순한 거짓말로 규정하지 않고 인간적인 애교와 삶의 방식으로 바라본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를 적극 활용한 점이 작품의 큰 장점이다. "카더라", "알제", "앙이가", "마이소같은 표현들은 인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며 친근감과 현장감을 높인다.

독자는 마치 동네 사랑방에 앉아 이웃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듯한 정겨움을 느끼게 된다.

 

또한 작품 전반에 흐르는 유머는 단순한 웃음에 머물지 않는다노처녀의 혼사할머니의 장수아지매의 생활력을 통해 결국 작품은 인간의 소망과 생명력그리고 서민들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이야기한다그래서 독자는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그 이면에 담긴 따뜻한 인생의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화자와 춘자가 배꼽을 잡고 웃는 장면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집약한다세상의 소소한 거짓말들이 오히려 삶을 부드럽게 만들고 사람들을 가깝게 이어 준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총평

 

이 작품은 '거짓말'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본심과 삶의 애환을 해학적으로 그려낸 생활시이다서민적 정서지역 사투리의 맛따뜻한 시선이 조화를 이루어 독자에게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선사한다무엇보다 사람을 향한 애정 어린 관찰이 돋보이는 작품으로읽고 나면 미소와 함께 정겨운 여운이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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