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박하 시

133.월사금을 잃어버리고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6|조회수0 목록 댓글 0

133.월사금을 잃어버리고

 

 

 

 

 

 

1950년 초봄,

국민학교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다.

 

어머니는 월사금을 챙겨

신주머니에 꼭 넣어 주시며

학교에 가거든

선생님께 먼저 드리라고

몇 번이고 당부하셨다.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니

한복 입은 여선생님은 보이지 않고,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측백나무 곁 변소로 달려갔다.

검정 치마저고리를 입은 아이에게

잠시 신주머니를 맡기고

급히 볼일을 보고 나왔지만,

그 아이는

어디에도 없었다.

 

선생님께 사실대로 말씀드리니

반 아이들을 줄 세워 놓고

찾아보라 하셨다.

검정 치마저고리 아이를 볼 때마다

"야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내는 아니다."

모두가 같은 대답이었다.

 

그날의 수색은

보물찾기보다 더 어려웠고,

월사금은 끝내

행방을 감추었다.

 

태산 같은 걱정을 안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집에 돌아와

있는 사실 그대로 말씀드리니,

어머니는

"우리 영아가 너무 어려서 그렇구나."

하시며

나무라기보다

먼저 나를 안아 주셨다.

 

그다음 날부터

어머니는 질긴 시마베 천 끈으로

나를 집 기둥에 느슨히 묶어 두고

마당에서만 놀라 하셨다.

 

월사금을 잃어버린 일 때문이었다.

 

그 대신 나는

끈이 닿는 끝자락까지 걸어가

어미 닭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노란 병아리들을 바라보았다.

물 한 모금 마시고,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해님 한 번 쳐다보며

삐약삐약 동요를 부르는

작고 귀여운 생명들.

 

월사금은 잃어버렸지만

그 봄날의 햇살과

어머니의 따뜻한 마음,

병아리들의 노란 발걸음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환하게 살아 있다.

 

*작품평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실수와 그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을 따뜻하게 회상하는 수필적 서정시입니다. 단순히 월사금을 잃어버린 사건을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난했던 시대의 생활상과 모성의 깊은 정서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품평

「월사금을 잃어버리고」는 어린 화자가 국민학교 입학 초기에 겪은 작은 사건을 통해 어머니의 사랑과 어린 시절의 순수한 기억을 되살려낸 작품이다.

시의 전반부는 월사금을 잃어버리게 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서술한다. 소변이 급해 신주머니를 잠시 맡겼다가 잃어버리게 되는 장면은 어린아이 특유의 천진함과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어 검정 치마저고리를 입은 아이를 찾기 위해 반 아이들을 줄 세워 확인하는 모습은 독자에게 안타까움과 함께 소박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 작품의 중심은 잃어버린 돈 자체가 아니다. 집에 돌아온 아이를 꾸짖기보다 먼저 안아 주는 어머니의 태도에서 진정한 사랑과 이해가 드러난다. "우리 영아가 너무 어려서 그렇구나."라는 말에는 실수보다 아이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어머니의 넉넉한 품이 담겨 있다. 이후 아이를 기둥에 느슨하게 묶어 두는 장면 역시 벌이라기보다 다시는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하려는 보호와 염려의 표현으로 읽힌다.

후반부에서는 병아리와 봄 햇살의 이미지가 등장하며 작품의 정서를 한층 밝고 따뜻하게 만든다. 끈 끝까지 걸어가 병아리들을 바라보는 어린 화자의 시선은 순수하고 평화롭다. 결국 화자는 월사금은 잃어버렸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어머니의 사랑과 봄날의 풍경을 얻었다고 고백한다.

이 작품은 담백한 언어와 사실적인 회상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린 시절의 향수와 가족애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물질적 손실보다 사람의 온기와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는 삶의 진실을 잔잔한 감동으로 전해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