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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149. 말의 씨앗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8|조회수0 목록 댓글 0

 

149. 말의 씨앗


입을 여는 순간

가볍게 흩어질 말을 거두어

먼저, 마음에 귀 기울여라


쉼 없는 바람 속에서도 고요히 들리고

잠들어 있던 그림자까지

조용히 쓰다듬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길을 얻는 말

끝내 남길 한 마디라면

별처럼 빛을 품은 숨결이기를

혀끝을 떠난 온기는

메마른 가슴의 균열 속으로 스며들어

먼저, 말한 이를 적시고

세상을 적시지

말의 씨앗은

보이지 않는 계절을 건너

삼십 배, 백배의 햇살로 자라

가꾸는 손길마다

깊은 뿌리를 내리고

흙의 향기와 달빛을 머금지

시간의 그늘 건너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날 속에서

푸르게 숨 쉬며 익어가는 말은

소망의 열매,가장 작은 기적

조용하고 확실하게
성숙해진 말
 

작품평 – 「말의 씨앗」
「말의 씨앗」은 말의 본질과 영향력을 ‘씨앗’이라는 생명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서정시입니다. 시인은 단순히 말을 의사소통의 도구로 보지 않고, 마음에서 태어나 시간과 관계를 지나 성장하며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생명체로 바라봅니다.
첫 연에서 “입을 여는 순간 / 가볍게 흩어질 말을 거두어 / 먼저, 마음에 귀 기울여라”라는 구절은 말하기 이전의 성찰을 강조합니다. 특히 ‘말을 거두어’라는 표현은 즉흥적이고 가벼운 언어를 절제하고 내면의 깊은 울림을 먼저 듣도록 이끕니다. 이어지는 “잠들어 있던 그림자까지 / 조용히 쓰다듬을 수 있을 때”라는 구절은 자기 이해와 타인에 대한 공감의 깊이를 보여 주며, 진정한 말이 탄생하는 조건을 제시합니다.
둘째 연에서는 말이 가진 치유와 생명의 힘이 두드러집니다. “별처럼 빛을 품은 숨결”과 “메마른 가슴의 균열 속으로 스며들어”라는 표현은 언어의 온기가 상처 입은 존재를 회복시키는 모습을 아름답게 형상화합니다. 특히 “먼저, 말한 이를 적시고 / 세상을 적시지”라는 대목은 좋은 말의 변화가 타인보다 먼저 화자 자신에게 일어난다는 통찰을 담고 있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셋째 연의 ‘씨앗’ 이미지는 작품의 중심 은유입니다. 말은 즉각적인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계절을 건너” 성장합니다. “삼십 배, 백배의 햇살로 자라”라는 표현은 작은 언어가 예상할 수 없는 결실로 확장됨을 암시하며, 성서적 풍요의 상징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흙의 향기와 달빛을 머금지”라는 시각·후각적 이미지의 결합은 말의 성장을 더욱 생생하게 그려 냅니다.
마지막 연은 작품 전체를 미래 지향적 희망의 시선으로 완성합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날 속에서 / 푸르게 숨 쉬며 익어가는 말”은 현재의 한마디가 미래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망의 열매, / 가장 작은 기적”이라는 표현은 언어의 힘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신뢰하는 시인의 태도를 보여 줍니다. 종결어인 “조용하고 확실하게 / 성숙해진 말!”은 화려한 수사보다 내면의 성숙을 통해 완성된 언어의 가치를 강조하며 작품을 힘 있게 마무리합니다.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말을 윤리적 성찰, 치유의 힘, 성장의 생명성이라는 세 층위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했다는 점입니다. 부드러운 어조와 풍성한 자연 이미지는 독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며, 동시에 어떤 말을 남기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 냅니다. 「말의 씨앗」은 결국 한마디의 말이 삶과 세상을 바꾸는 가장 작고도 위대한 시작임을 노래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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