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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159. 어린 시절의 설날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9|조회수1 목록 댓글 0

 

159.어린 시절의 설날

 

 

 

일 년 중 가장 길고 따뜻한 날
설날은 가래떡처럼 늘어져
시간의 끝까지 천천히 도착했다

 

어머니 손끝에서 길게 뽑혀 나오던 떡
조청에 찍히던 순간마다
세상은 조용히 달콤해졌다

 

단술 한 모금
목을 타고 내려가던 달콤함

 

황금빛 놋대접 위에
잘게 썬 소고기와 계란지단
구운 김의 향이 겹쳐진 맛깔스러워

 

떡국 한 숟가락마다
나이 하나 얹히고
벼슬이 올라가는 느낌으로

키 자라나는 기쁨

 

어느 해 설날

진달래빛 저고리가
세 자매의 어깨 위로 번져가고
마당은 친척들의 웃음으로 넘실넘실.

 

덕담의 끝자락에
세뱃돈이 쥐어지고
점방의 또뽑기 앞에서
리본 하나를 뽑고 좋아하던 일

 

머리에 꽂힌 순간
잠시 나비가 되어
빙글빙글 세상의 중심을 돌았다

 

아이와 처자언니가 함께 널뛰기하다가
나는 하늘로 솟구쳤다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진 기억
이마에 남은 여섯 바늘의 별

 

시간은 그렇게
웃음과 통증을 함께 가르쳤다

 

1959년, 초등학교 오학년 설날
막내딸이 다 컸다며
한복 대신 놓인 코르덴바지와 반코트

 

그 낯선 아침의 실망 앞에서
나는 세상의 끝을 본 듯 울었다

 

마당에 내동댕이친 옷
벽을 향해 부딪히던 작은 몸
정초의 울음은 오래 흔들리다
언니의 한마디에 뚝 가라앉았다

 

동촌에서 대구여중까지 먼 길을 걸어
차비 모아 쥔 손의 무게로
언니는 흔들리는 삼천리 버스를 타고
도깨비시장에서 노란저고리를 사왔다

 

엄마 치마를 줄여 만든 치마
내 몸에 꼭 맞던 그 순간
언니의 마음이 설날의 옷이 되었음을

 

매화 그려진 거울 속에서
웃음은 끝내 떠나지 않았고

 

파랑새 한 마리가
어깨 위로 살며시 내려앉으며

나를 보고 미소 짓던 행복한 그날.

 

*작품평

이 작품은 설날이라는 단일한 시간 안에 유년의 감각, 가족의 정서, 성장의 상처와 회복을 층층이 겹쳐 놓은 서사시적 회상시로 읽힙니다. 단순한 명절의 풍경 묘사를 넘어,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시간 속에서 감각적으로 응축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먼저 시의 강점은 감각의 밀도입니다. “가래떡처럼 늘어져 시간의 끝까지 천천히 도착했다같은 표현은 추상적인 긴 명절의 시간을 촉각적 이미지로 변환합니다. , 조청, 단술, 놋대접, 구운 김 등 음식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설날의 정서를 으로 체화시키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이로 인해 독자는 설날을 이해하기보다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이 작품은 기억을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신체적 사건으로 구성합니다. 널뛰기 장면에서 하늘로 솟구쳤다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진 기억이 마에 남은 여섯 바늘의 별이라는 구절은, 놀이와 상처가 동시에 하나의 장면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때 기억은 감정이 아니라 신체의 흔적으로 남아 있으며, 그 점이 시 전체의 정서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1959, 초등학교 오학년 설날의 에피소드는 작품의 전환점입니다. 설날의 따뜻한 이미지가 갑자기 사회적 현실(성장, 성 역할, 옷의 변화)과 충돌하면서 서정성이 일시적으로 깨집니다. “한복 대신 코르덴바지와 반코트라는 구체적 사물은 단순한 의복의 변화가 아니라, ‘아이의 세계가 종료되는 순간으로 기능합니다. 이 장면에서 시는 개인적 성장통을 매우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후반부에서 언니의 행동(대구여중에서 옷을 사오는 장면)은 이 시의 정서적 핵심입니다. 실망과 울음 이후 회복의 과정이 극적인 설명 없이 행동으로만 제시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언니의 마음이 설날의 옷이 되었음을이라는 구절은 추상적이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감정의 결론으로 작동합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시 전체가 이미지의 강도가 높은 만큼, 중간중간 감정의 여백이 부족해 읽는 사람이 숨 고를 틈이 적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은 그렇게 웃음과 통증을 함께 가르쳤다같은 진술적 문장은 앞선 구체적 이미지들에 비해 다소 설명적으로 느껴져, 시의 밀도를 약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이미지로 더 전환되면 작품의 일관성이 더 강화될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이 작품은 설날이라는 문화적 시간 속에 개인의 성장, 가족의 돌봄, 신체적 기억을 교차시키며, 한 사람의 유년을 거의 장편소설 수준의 정서 밀도로 압축한 서정시입니다. 기억을 미화하지도, 단순히 슬픔으로 고정하지도 않고, 따뜻함과 통증을 같은 층위에 놓는 균형 감각이 특히 돋보입니다.

 

 

 

 

 

159. 어린 시절의 설날

 

 

 

일 년 최고의 명절 설날은

가래떡과 함께 길게 찾아왔다

 

어머니의 손끝에서 뽑혀 나온 떡

조청에 찍히던 달고 따뜻한 순간

단술 한 모금 목을 타고 내려가면

세상은 달콤했다

 

황금빛 놋대접에 담긴

잘게 썰어 볶은 소고기와

계란지단 구운 김

맛있는 떡국

한 숟가락마다 나이 하나씩 얹히고

벼슬 올라가듯 기쁘던 성장의 순간들

 

어느 해 설날에는

진달래빛 분홍 저고리

세 자매의 어깨 위로 피어나고

마당은 친척들의 웃음으로 넘쳤다

 

덕담 끝에

어른들의 덕담 끝에

받은 세뱃돈으로 방실거리며

집앞 점방에서 또뽑기로 뽑은 리본

머리에 그 리본을 꽂으면

나는 잠시 나비가 되어

세상의 중심을 빙글빙글 돌았다

 

아이가 처자 언니와 널뛰던 그날

하늘로 솟았다가

갑작스레 바닥으로 떨어진 기억

이마에 남은 여섯 바늘의 별

 

시간은 그렇게 한 번씩

웃음과 통증을 함께 가르쳤다

 

매해 설날마다

한복을 입고서 떡국을 먹으며

즐겁기만 하던 기쁜 설날이었지.

 

1959년 초등학교 오학년 설날

이제 막내딸이 다 컸다며

마음속 한복은 사라지고

이른 아침, 머리맡에

코르덴바지와 반코트가 놓였을 때

나는 세상 끝을 본 듯 울었다

 

마당에 내동댕이친 옷

벽을 향해 부딪히던 작은 몸

정초의 울음은 오래 흔들렸지만

언니의 구원의 말 한마디에

침묵으로 가라앉았다

 

동촌서 대구여중까지 걸어다니며

차비 모은 소중한 돈 손에 쥐고

언니의 발걸음 바삐

삼천리 버스를 타고

도깨비시장에서 사온 노란 저고리

 

엄마 치마를 줄여 만든 치마

내 몸에 꼭 맞던 순간

나는 처음으로

언니의 마음이 옷이 될 수 있었음을!

 

매화 그려진 거울 속 보며

얼굴 가득 웃음꽃 떠나지 않던

 

그때

 

파랑새가 내 어깨에 살포시

날아와 주었던 행복한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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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어린 시절의 설날

 

 

 

일 년 중 가장 길고 따뜻한 날
설날은 가래떡처럼 늘어져
시간의 끝까지 천천히 도착했다

 

어머니 손끝에서 길게 뽑혀 나오던 떡
조청에 찍히던 순간마다
세상은 조용히 달콤해졌다

 

단술 한 모금
목을 타고 내려가던 달콤함

 

황금빛 놋대접 위에
잘게 썬 소고기와 계란지단
구운 김의 향이 겹쳐진 맛깔스러워

 

떡국 한 숟가락마다
나이 하나 얹히고
벼슬이 올라가는 느낌으로

키 자라나는 기쁨

 

어느 해 설날

진달래빛 저고리가
세 자매의 어깨 위로 번져가고
마당은 친척들의 웃음으로 넘실넘실.

 

덕담의 끝자락에
세뱃돈이 쥐어지고
점방의 또뽑기 앞에서
리본 하나를 뽑고 좋아하던 일

 

머리에 꽂힌 순간
잠시 나비가 되어
빙글빙글 세상의 중심을 돌았다

 

아이와 처자언니가 함께 널뛰기하다가
나는 하늘로 솟구쳤다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진 기억
이마에 남은 여섯 바늘의 별

 

시간은 그렇게
웃음과 통증을 함께 가르쳤다

 

1959년, 초등학교 오학년 설날
막내딸이 다 컸다며
한복 대신 놓인 코르덴바지와 반코트

 

그 낯선 아침의 실망 앞에서
나는 세상의 끝을 본 듯 울었다

 

마당에 내동댕이친 옷
벽을 향해 부딪히던 작은 몸
정초의 울음은 오래 흔들리다
언니의 한마디에 뚝 가라앉았다

 

동촌에서 대구여중까지 먼 길을 걸어
차비 모아 쥔 손의 무게로
언니는 흔들리는 삼천리 버스를 타고
도깨비시장에서 노란저고리를 사왔다

 

엄마 치마를 줄여 만든 치마
내 몸에 꼭 맞던 그 순간
언니의 마음이 설날의 옷이 되었음을

 

매화 그려진 거울 속에서
웃음은 끝내 떠나지 않았고

 

파랑새 한 마리가
어깨 위로 살며시 내려앉으며

나를 보고 미소 짓던 행복한 그날.

 

*작품평

이 작품은 설날이라는 단일한 시간 안에 유년의 감각, 가족의 정서, 성장의 상처와 회복을 층층이 겹쳐 놓은 서사시적 회상시로 읽힙니다. 단순한 명절의 풍경 묘사를 넘어, 개인의 기억이 어떻게 시간 속에서 감각적으로 응축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먼저 시의 강점은 감각의 밀도입니다. “가래떡처럼 늘어져 시간의 끝까지 천천히 도착했다같은 표현은 추상적인 긴 명절의 시간을 촉각적 이미지로 변환합니다. , 조청, 단술, 놋대접, 구운 김 등 음식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설날의 정서를 으로 체화시키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이로 인해 독자는 설날을 이해하기보다 경험하게 됩니다.

 

또한 이 작품은 기억을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신체적 사건으로 구성합니다. 널뛰기 장면에서 하늘로 솟구쳤다가 갑자기 바닥으로 떨어진 기억이 마에 남은 여섯 바늘의 별이라는 구절은, 놀이와 상처가 동시에 하나의 장면에 압축되어 있습니다. 이때 기억은 감정이 아니라 신체의 흔적으로 남아 있으며, 그 점이 시 전체의 정서를 단단하게 만듭니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1959, 초등학교 오학년 설날의 에피소드는 작품의 전환점입니다. 설날의 따뜻한 이미지가 갑자기 사회적 현실(성장, 성 역할, 옷의 변화)과 충돌하면서 서정성이 일시적으로 깨집니다. “한복 대신 코르덴바지와 반코트라는 구체적 사물은 단순한 의복의 변화가 아니라, ‘아이의 세계가 종료되는 순간으로 기능합니다. 이 장면에서 시는 개인적 성장통을 매우 선명하게 드러냅니다.

 

후반부에서 언니의 행동(대구여중에서 옷을 사오는 장면)은 이 시의 정서적 핵심입니다. 실망과 울음 이후 회복의 과정이 극적인 설명 없이 행동으로만 제시되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특히 언니의 마음이 설날의 옷이 되었음을이라는 구절은 추상적이면서도 과장되지 않은 감정의 결론으로 작동합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시 전체가 이미지의 강도가 높은 만큼, 중간중간 감정의 여백이 부족해 읽는 사람이 숨 고를 틈이 적을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은 그렇게 웃음과 통증을 함께 가르쳤다같은 진술적 문장은 앞선 구체적 이미지들에 비해 다소 설명적으로 느껴져, 시의 밀도를 약간 낮추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부분은 이미지로 더 전환되면 작품의 일관성이 더 강화될 수 있습니다.

 

종합하면 이 작품은 설날이라는 문화적 시간 속에 개인의 성장, 가족의 돌봄, 신체적 기억을 교차시키며, 한 사람의 유년을 거의 장편소설 수준의 정서 밀도로 압축한 서정시입니다. 기억을 미화하지도, 단순히 슬픔으로 고정하지도 않고, 따뜻함과 통증을 같은 층위에 놓는 균형 감각이 특히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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