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박하 시

168.여린 꽃잎의 고백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0|조회수3 목록 댓글 0

168.여린 꽃잎의 고백

 

하늘 끝에 걸어 두었던
푸른 꿈 하나

 

바람의 가느다란 손끝에 스치자
한순간의 빛처럼 흩어져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세상의 끝이라 믿었던
검은 그림자의 밤

 

그 어둠의 끝자락은
희미한 새벽빛과 맞닿은

 

또 하나의 시작이었다

 

스무 해의 숨결 위로
파란의 물결이 쉼 없이 일렁이고

 

아직도 먼 길을 품은 그녀는

 

여린 꽃잎 하나 떼어내듯
차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이야기를 접어

 

말이 적은 푸른 소나무 곁에
조용히 묻어 두었다

 

소나무는

 

바람으로 듣고
침묵으로 품으며

 

긴 세월 푸른빛을 잃지 않은 목소리로
상처 난 그녀에게 말했다

 

고난은 뿌리 되어 깊이 내리고

 

역경은 나이테 되어
푸른 결로 쌓여 가니

 

마침내 너를

흔들리지 않는 한 그루 나무로 세우리라

 

그 말은

 

긴 겨울 끝에 스며드는 햇살처럼
얼어 있던 내 마음의 강을 녹였고

 

다시

 

작은 불씨 하나 꺼뜨리지 않으려
근면과 성실의 손길로 날마다 지켜 내었다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

 

이제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계절을 온전히 살아낸다

 

늦은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날

 

문득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조용히 미소 짓는다

 

오늘의 이 눈부신 결실은

 

넘어질 때마다 곁을 지켜 준
한결같은

배려와 믿음의 그늘 덕분이었다고

 

여전히 아무 말 없이
푸른빛으로 서 있는 소나무에게

 

꽃잎보다 가벼운 목소리로

 

오래도록 품어 온 감사 한마디를
조용히 건넨다.

 

고맙습니다.

 

 

이 시 **여린 꽃잎의 고백**은 한 사람의 성장과 극복,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자연의 이미지로 섬세하게 형상화한 서정시입니다. 특히 꽃잎, 소나무, 바람, 강물 등의 상징을 통해 인생의 시련과 성숙의 과정을 아름답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작품평

 

시는 "하늘 끝에 걸어 두었던 푸른 꿈"이 바람에 흩어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이는 젊은 시절 품었던 이상과 희망이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지는 경험을 상징하며, 독자에게 삶의 보편적인 좌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 무너짐을 끝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검은 그림자의 밤" 끝에 "희미한 새벽빛"이 맞닿아 있다는 표현을 통해 고난 속에서도 새로운 시작이 있음을 암시하며 작품의 정서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전환시킵니다.

 

중반부에서 등장하는 소나무는 이 작품의 핵심 상징입니다. 소나무는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묵묵히 곁을 지켜 주는 스승, 부모, 은인 혹은 삶의 신념을 의미하는 존재로 읽힙니다. 특히 "바람으로 듣고 침묵으로 품으며"라는 표현은 진정한 배려와 사랑이 반드시 많은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보여 주며 깊은 울림을 줍니다.

시의 백미는 소나무의 말로 제시되는 부분입니다.

 

"고난은 뿌리 되어 깊이 내리고

역경은 나이테 되어 푸른 결로 쌓여 가니"

 

이 구절은 시 전체의 주제를 압축한 핵심 문장으로, 시련을 단순히 견뎌야 할 고통이 아니라 인간을 성장시키는 자양분으로 바라보는 성숙한 인생관을 담고 있습니다. 뿌리와 나이테라는 자연의 성장 원리를 삶에 비유한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후반부에서는 긴 시간의 흐름 끝에 결실을 맺은 화자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그 결실이 자신의 힘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배려와 믿음의 그늘" 덕분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이는 성취의 기쁨을 자랑하기보다 감사로 귀결시키는 태도로, 작품 전체에 따뜻한 품격을 더합니다.

 

마지막의 "고맙습니다."는 짧지만 가장 큰 울림을 남깁니다. 긴 서사를 거쳐 도달한 한마디의 감사는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지나온 세월에 대한 성찰과 은혜에 대한 깊은 헌사로 읽힙니다. 그래서 독자는 시를 덮으며 화자와 함께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묵묵히 곁을 지켜 준 누군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종합평

여린 꽃잎의 고백은 성장 서사와 감사의 정서를 자연 친화적 상징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언어 속에 삶의 무게와 성찰이 담겨 있으며, 특히 소나무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상징 구조가 안정적이고 설득력 있게 작품을 이끌어 갑니다. 고난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승화시키고, 마지막에는 감사라는 가장 아름다운 결론에 도달하는 점에서 깊은 감동과 여운을 남기는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점: 9.3/10

 

주제성: ★★★★★

상징성: ★★★★★

정서적 울림: ★★★★★

표현의 참신성: ★★★★☆

구성의 완성도: ★★★★★

 

잔잔한 강물처럼 흐르다가 마지막 "고맙습니다"에서 독자의 마음에 오래 머무는 따뜻한 서정시입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