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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170.군자란 꽃화분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0|조회수1 목록 댓글 0

170.군자란 꽃화분

 

새 옷으로 갈아입은
청아람아파트 앞에 서니
기다리던 친구가
햇살 같은 얼굴로 맞아준다.

 

손수레 카트 안에서
군자란 한 화분,
말없이 웃고 있는

늠름하면서도 겸손한 자세

 

사철 푸른 잎새 사이
황금빛 일곱 송이 꽃,
당당한 자태로
봄 한 자락을 품고 있다.

 

친구에게 건네니
꽃말처럼 고귀하고 우아한 모습으로
먼저 인사를 건넨다.

 

친구는 큰 화분을 품에 안고
아이처럼 환히 웃는다.

 

감사의 꽃이 얼굴에 피어나며

“이렇게 큰 화분 우째 갖고 왔노?”

 

“이 카트기가 수고한 덕분이지.
입주 선물이니 잘 돌봐라.”

 

“과분해서 우짜노.”

 

“그냥 꽃이랑 정답게 지내면 된다.”

 

꽃 앞에 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꽃처럼 환하게 웃는다.

 

집 안으로 들어서자

 

“니 좋아하는 오렌지 실컷 먹자.”

 

“그래, 고맙다.”

 

산뜻한 새 아파트의 싱그러운 공기 속에
오렌지 향이 은은히 번지고,

 

군자란 화분을 둘이서 낑낑대며
거실 텔레비전 곁에 놓으니

 

집안이 환해진다.

 

주황빛 꽃잎처럼
우리의 마음에도
따뜻한 온기가 번져

 

새집 가득
우정의 꽃 한 송이 피어난다.

 

이 시는 군자란 화분을 매개로 한 우정과 축하의 마음을 따뜻하고 정감 있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일상적인 방문과 입주 선물이라는 소재가 자연스럽게 전개되면서, 꽃이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친구를 향한 마음과 우정의 상징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작품평

〈군자란 꽃화분〉은 새 보금자리에 입주한 친구를 찾아가 군자란 화분을 선물하는 과정을 소박하면서도 정겹게 그려낸 시이다. 시인은 친구를 만나기 전의 설렘부터 선물을 건네고 함께 웃음을 나누는 순간까지를 자연스럽게 펼쳐 보이며, 그 속에 담긴 우정의 온기를 섬세하게 전달한다.

특히 군자란의 모습을 묘사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사철 푸른 잎새 사이 / 황금빛 일곱 송이 꽃"이라는 표현은 군자란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보여 줄 뿐 아니라, "늠름하면서도 겸손한 자세"라는 의인화를 통해 꽃이 지닌 품격과 상징성을 부각한다. 이는 곧 친구를 향한 존중과 축복의 마음으로 이어져 작품의 정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대화체를 적극 활용한 점도 이 시의 장점이다. "우째 갖고 왔노?", "우짜노"와 같은 경상도 사투리는 인위적이지 않은 친근감을 형성하며, 오랜 친구 사이의 허물없는 정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독자는 마치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따뜻한 현실감을 느끼게 된다.

후반부에서는 군자란을 거실에 놓는 장면과 오렌지 향이 퍼지는 모습을 통해 새집의 싱그러움과 화목한 분위기를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마지막의 "새집 가득 / 우정의 꽃 한 송이 피어난다"는 구절은 군자란 꽃과 두 사람의 우정을 하나로 연결하며 작품의 주제를 아름답게 완성한다.

이 시는 화려한 수사보다 진솔한 체험과 따뜻한 정서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군자란 화분 한 개에 담긴 축하와 배려, 그리고 오래된 우정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일상 속 작은 나눔이 얼마나 큰 행복과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잔잔하게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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