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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수필

어떤 주례사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3|조회수1 목록 댓글 0

 

어떤 주례사

 

 

결혼식에 갔다. 주례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두 사람의 앞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제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서로를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고 인생이라는 장거리 경주를 시작합니다. 이 밧줄은 누가 강제로 묶은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그러니 서로에 대한 책임과 성실함으로 그 사랑을 더욱 깊게 키워가야 합니다.”

잠시 미소를 짓더니 그는 우스갯소리를 하나 들려주었다.

어떤 남녀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에 빠졌다. 남자는 날마다 애인에게 편지를 쓰며 “당신에게 한눈에 반했다”고 고백했다. 마침내 첫 대면의 날, 설렘 속에 여자는 남자를 만났지만 충격을 받았다. 편지 속에서 상상했던 멋진 남성이 아니라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여자는 속았다고 화를 냈다. 그러자 남자는 태연히 말했다.

“저는 속인 적이 없습니다. 제가 분명히 ‘한눈에 반했다’고 쓰지 않았습니까.”

그 말에 여자는 어이없어 말을 잃고 말았다.

주례사는 이어졌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청춘남녀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결혼 전에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결혼 후에는 한 눈을 감아라.”

즉, 결혼 전에는 신중하게 상대를 살피되, 결혼 후에는 상대의 결점을 너그럽게 받아들이라는 뜻이다.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단풍도 가까이에서 보면 잎에 상처가 있고 때로는 새의 흔적도 남아 있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가까이에서 함께 살다 보면 장점보다 결점이 먼저 보이기 쉽다. 그러니 사랑의 눈으로 서로를 이해하며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채워가야 한다.

주례사는 한층 더 따뜻해졌다.

“신랑신부는 살아가면서 자주 서로에게 윙크를 하며 사십시오. 윙크란 상대의 장점만 보고 단점은 보지 않겠다는 약속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직과 진실입니다. 사랑이라는 나무는 정직과 진실이라는 토양 위에서만 자랍니다. 그 어떤 허물도 결국은 진실 앞에서 녹아내립니다.”

이어 그는 양가 부모를 향한 감사와 효도를 당부했다. 부모는 늘 곁에 머물러 주지 않으니 살아 계실 때 마음을 다해 섬기라는 말이었다. 또한 형제자매와 이웃에게는 받기보다 베풀 줄 아는 삶을 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주례사는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이제 두 사람은 한 몸이 되었습니다. 인생의 유일한 동반자로서 사막에 장미꽃을 피우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십시오.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서로를 위로하며, 돕고 의지하는 부부가 되기를 바랍니다.”

예식장은 박수로 가득 찼다. 그러나 행복에 들뜬 신랑 신부의 귀에 그 말들이 얼마나 깊이 닿았을지는 알 수 없었다.

 

 

이 글은 전형적인 ‘주례사 삽화’ 형식을 빌려 결혼의 의미를 설교적으로 풀어낸 짧은 산문입니다. 전체적으로는 한 편의 이야기라기보다, 결혼식이라는 상황 속에 삽입된 교훈적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비유와 일화의 연쇄 구조입니다. ‘사랑의 밧줄’, ‘장거리 경주’, ‘한눈에 반했다는 말장난’, ‘두 눈을 뜨고 한 눈을 감아라’, ‘사막에 장미꽃을 피우다같은 표현들이 단계적으로 배치되면서 결혼의 본질을 점점 더 확장된 이미지로 설명합니다. 이 과정에서 글은 단순한 조언을 넘어, 결혼을 하나의 인생 수업처럼 느끼게 만듭니다.

특히 중간에 삽입된 ‘한눈에 반했다’는 말장난 일화는 긴장 완화의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언어의 다의성 관계의 오해 가능성이라는 주제를 은근히 드러냅니다. 이 에피소드는 전체 글에서 유일하게 서사적 재미를 제공하는 부분입니다.

다만 작품의 중심은 이야기보다 메시지에 있습니다. “결혼 전에는 신중하게, 결혼 후에는 관대하게”, “윙크하며 살라”, “정직과 진실이 핵심이다” 같은 문장들은 다소 익숙한 결혼 격언들을 재구성한 형태로, 새로움보다는 정리된 윤리적 결론의 반복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문학적 긴장감보다는 설교적 안정감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문체는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균형 잡혀 있으며, 결혼식이라는 공간과 잘 맞는 온도를 유지합니다. 마지막 “박수로 가득 찼다”는 결말은 외형적 축하와 내면적 이해 사이의 간극을 남기며 여운을 만듭니다. 하지만 그 여운은 깊은 충격보다는 가벼운 잔향에 가까워, 작품이 의도하는 감동은 비교적 절제된 편입니다.

종합하면 이 글은 서사보다는 메시지 중심의 교훈적 산문으로, 결혼이라는 제도를 따뜻하게 미화하면서도 현실적인 균형(이상과 결점 공존)을 담으려는 의도가 분명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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