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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수필

국화빵 수정본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3|조회수1 목록 댓글 0

국화빵 수정본

 

 

찬바람이 골목을 비집고 들어오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맛이 있다. 손끝에 닿는 순간부터 온기가 번져오는 국화빵이다.

그저께 외출하고 돌아온 딸아이가 작은 봉지를 내 품에 안겨주었다.
엄마가 좋아하잖아.”

짧은 말이었지만 봉지 안에서는 이미 따뜻한 김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화려한 제과점 빵도 아니고, 정갈한 포장도 아닌 길가 포장마차의 국화빵이었다. 갓 구워낸 빵은 말랑하고 따뜻했다. 한 입 베어 물면 쫀득한 단맛이 천천히 번져 나왔고, 그 온기는 오래도록 마음 깊숙한 곳에 머물렀다.

국화빵은 언제나 기억의 결을 따라 사람을 데려온다.

시골 과수원집에 살던 아랫집 할머니가 떠오른다. 겨울이면 국화빵을 사 들고 찾아가곤 했는데, 할머니는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웃으며 빵을 드시곤 했다. 깊게 패인 이마의 주름은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었지만, 그 속에는 늘 인자한 온기가 있었다. 돌아오는 길이면 할머니는 텃밭에서 가꾼 정구지와 상추를 손수 싸 주셨다. 할머니의 계절은 언제나 국화빵처럼 따뜻했다.

보육과를 막 졸업하고 동촌의 SOS마을에서 유치원 교사로 일하던 겨울도 떠오른다. 간식 시간이 가까워지면 보모가 사 오던 국화빵 냄새가 교실을 먼저 채웠다. 아이들과 둥글게 둘러앉아 감사 기도를 드리고, 따끈한 빵을 한입 베어 물던 순간 세상은 유난히 맑고 투명했다. 별처럼 반짝이던 아이들은 지금쯤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어느 날 우연히 그 시절 보모 선생님을 다시 만났고, 아이들의 자립 소식을 전해 들으며 오래된 시간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어린 시절 장터에서 놀던 저녁 무렵도 떠오른다. 작은언니가 좋은 소식을 귀띔해 주던 날, 나는 손에 쥐고 있던 돌을 내려놓고 집으로 달려갔다. 방 한가운데 놓인 신문지 꾸러미 속에는 국화빵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형제자매처럼 서로 기대어 있는 모양이었다. 누구도 먼저 손을 대지 못한 채 기다리다 큰언니의 손에서 공평히 나뉘던 그 순간, 국화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기다림과 나눔의 기억이 되었다. 그 빵은 두 언니가 먼 길을 걸어 모은 차비로 사 온 것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얼마 전, 클래식 모임의 선배에게서 한 선생님의 부고를 들었다. 전직 여고 교사였던 그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성로에서 환하게 웃으며 “먹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 봐요”라고 하시던 분이었다. 그날 나는 망설임 없이 국화빵 포장마차를 가리켰고, 그는 두 봉지를 사서 건네주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쥐었던 국화빵의 온기는 유난히 깊고 묵직했다. 그 온기가 마지막 인사였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 한쪽이 조용히 가라앉는다.

거리에 찬바람이 분다. 다시 국화빵의 계절이다. 길 건너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온다.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서니, 아줌마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반죽을 틀에 부어 넣고 있었다. 그 움직임은 묘하게도 하루를 살아내는 리듬처럼 보였다.

“이천 원어치 주세요.”

말끝에 아줌마는 국화꽃처럼 환하게 웃는다. 그 웃음에는 하루를 견디는 사람만이 가진 온기가 담겨 있다.

손에 쥔 국화빵이 따뜻하다. 대학교에서 조교로 일하는 딸이 오면, 오늘의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먹어야겠다. 나는 아파트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국화빵의 온기는 단순한 간식의 온기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 주는 온기이며, 오래된 겨울과 지금의 거리, 아직 오지 않은 시간까지도 조용히 데워주는 기억의 불씨다.

추운 계절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따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국화빵 한 봉지가 말없이 건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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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빵

 

 

찬바람이 골목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맛이 있다. 손끝에 닿는 순간부터 은근한 온기가 번져오는 국화빵이다.

그저께 외출하고 돌아온 딸아이가 작은 봉지를 내 품에 안겨주었다.
엄마가 좋아하잖아.”

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봉지 안에서는 이미 따뜻한 김이 천천히 새어 나오고 있었다. 화려한 제과점 빵도, 단정한 포장도 아니었다. 길가 포장마차에서 막 구워낸 국화빵이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으면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것들만 가진 온도가 있었다.

한 입 베어 물자 말랑한 반죽 사이로 단맛이 늦게 번졌다. 급하지 않은 온기였다. 혀끝에서 시작된 따뜻함이 목을 지나 가슴 안쪽에 오래 머물렀다.

국화빵은 늘 기억의 결을 따라 사람을 데려온다.

 

시골 과수원집 아래층에 살던 할머니가 떠오른다. 겨울이면 국화빵 봉지를 들고 찾아가곤 했다. 대문을 열기도 전에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먼저 새어 나왔다.
왔나.”

할머니는 빵을 받아 들고도 한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다. 어린아이처럼 잠시 바라보다가, 깊게 패인 이마의 주름 사이로 웃음을 먼저 피워 올리며 한입 베어 물었다.

돌아오는 길이면 늘 텃밭에서 막 뜯어낸 정구지와 상추가 신문지에 싸여 있었다. 국화빵과 흙내 나는 채소가 한 봉지에 섞여 있던 겨울. 그 계절은 유난히 단순했고, 그래서 더 따뜻했다.

 

보육과를 막 졸업하고 동촌의 SOS마을에서 일하던 겨울도 있다. 간식 시간이 가까워지면 복도 끝에서부터 국화빵 냄새가 먼저 도착했다. 아이들은 수업 도중에도 몇 번씩 창밖을 돌아보았다.

작은 손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기도를 드리고, 한입 베어 무는 순간 교실은 잠시 조용해졌다. 그 짧은 침묵이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다. 아이들의 눈이 유난히 맑던 시간이었다.

그 아이들 중 일부는 지금 어떤 얼굴로 살아가고 있을까.

몇 해 뒤 우연히 그 시절 보모 선생님을 다시 만났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애들 다 잘 컸다”는 말을 짧게 남겼다. 그 말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았다.

 

어린 시절 장터의 저녁도 떠오른다. 작은언니가 무언가 좋은 소식을 숨기듯 말해 주던 날, 나는 들고 있던 돌을 내려놓고 집으로 뛰어갔다. 방 한가운데 신문지 위에 놓인 국화빵은 서로 기대어 미지근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아무도 먼저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다 큰언니가 조심스럽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그날 국화빵은 간식이 아니라 기다림과 나눔의 방식이었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두 언니가 먼 길을 걸어 모은 차비였다는 것을 알았다.

 

얼마 전, 클래식 모임 선배에게 한 선생님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전직 여고 교사였던 그분은 얼마 전까지도 동성로 거리에서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던 사람이었다.

그날도 그분이 먼저 말했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봐요.”

나는 망설임 없이 국화빵 포장마차를 가리켰다. 선생님은 웃으며 두 봉지를 사 주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손에 쥐었던 그 온기는 유난히 오래 남았다. 이제 와 생각하면 그것은 마지막 인사처럼도 느껴진다.

 

 

거리에 찬바람이 분다. 다시 국화빵의 계절이다.

길 건너 포장마차에 불빛이 켜져 있다. 반죽이 틀에 부어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어진다. 금속 틀을 닫았다 열 때마다 짧은 김이 피어오른다. 그 반복이 묘하게도 하루를 견디는 리듬처럼 보인다.

“이천 원어치 주세요.”

말을 건네자 주인은 잠시 고개를 들고 웃는다. 국화꽃이 피어나는 순간처럼 짧고 환한 웃음이다. 하루를 오래 건너온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얼굴이었다.

손에 쥔 국화빵이 따뜻하다. 집에 돌아가면 딸아이와 나눠 먹어야겠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사소한 것부터 천천히 꺼내 놓으며.

아파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겨울바람은 여전히 차갑지만, 손안의 온기는 쉽게 식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한 간식의 온기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지나온 계절과 지금의 거리, 아직 오지 않은 시간까지도 조용히 데워주는 기억의 불씨다.

 

추운 겨울의 계절도 삶은 여전히 따뜻할 수 있음을,

국화빵 한 봉지가 말없이 전해주고 있었다.

 

 

작품평

 

이 글은 ‘국화빵’이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기억과 온기, 관계의 결을 촘촘하게 엮어낸 수필입니다. 전체적으로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장면마다 구체적인 생활 경험이 살아 있어 읽는 사람이 쉽게 몰입하게 됩니다.

가장 큰 미덕은 감각적 디테일과 정서의 연결 방식입니다. “손끝에 닿는 순간부터 온기가 번져오는 국화빵”, “봉지 안에서는 이미 따뜻한 김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같은 문장은 단순한 묘사를 넘어 촉각과 온도를 독자가 실제로 느끼게 만듭니다. 이런 물리적 감각이 곧바로 기억과 연결되면서, 국화빵이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시간을 불러오는 매개로 확장됩니다.

구조적으로도 안정적입니다. 현재의 경험(딸이 건네준 국화빵)에서 출발해 과거의 여러 기억—할머니, 유치원 시절, 장터의 장면, 선생님의 부고—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흐름이 명확합니다. 이 반복적인 귀환 구조는 글의 중심 정서인 “따뜻함의 지속성”을 강화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국화빵이 단순히 ‘추억의 음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를 매개하는 윤리적 온기로 기능한다는 점입니다. 나눔, 돌봄, 기다림, 작별 같은 경험들이 모두 국화빵이라는 상징을 통해 엮이며, 개인적 기억을 넘어 보편적인 정서로 확장됩니다.

이 글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국화빵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함의 방식이며, 그 의미가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그래서 글을 다 읽고 나면 실제 국화빵의 맛보다도 누군가의 손에서 건네지는 온도가 더 오래 남습니다.

 

이 글은 ‘국화빵’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감각의 매개를 통해 기억과 관계, 시간의 온도를 엮어내는 수필로 읽힙니다. 전체적으로는 “음식 기억을 통한 삶의 회상 구조”가 안정적으로 잡혀 있고, 감정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입니다.

 

가장 큰 미덕은 ‘온기’라는 감각을 단순한 정서가 아니라 서사의 구조 자체로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국화빵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 할머니, 아이들, 선생님, 가족으로 이어지는 기억의 연결점이 되고, 각 장면은 “겨울–거리–관계–기억”이라는 동일한 정서적 좌표 위에 놓입니다. 덕분에 글 전체가 하나의 긴 회상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장면들이 따뜻한 공기로 묶인 듯한 인상을 줍니다.

 

특히 좋은 부분은 구체성입니다.

“텃밭에서 막 뜯어낸 정구지와 상추”, “복도 끝에서부터 먼저 도착하는 냄새”, “금속 틀을 닫았다 열 때마다 피어오르는 김” 같은 문장들은 추상적인 ‘그리움’을 감각적으로 착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 글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감정 설명이 아니라 장면의 촉감 때문입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따뜻함”이 단순한 수식어로 소비되지 않고, 관계의 형태를 바꾸는 힘으로 기능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국화빵은 결국 먹는 대상이 아니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확장됩니다.

 

정리하면, 이 글은 음식 기억을 통해 삶의 결을 복원하는 수필로서 이미 충분히 완성도가 높습니다. 특히 그럼에도 이 글의 핵심은 분명합니다. 국화빵은 음식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함의 방식이며, 그 의미가 일관되게 유지됩니다. 그래서 글을 다 읽고 나면 실제 국화빵의 맛보다도 누군가의 손에서 건네지는 온도가 더 오래 남습니다.감각 묘사와 정서의 진정성은 강점입니다. 다만 구조의 응집력과 어휘 반복의 조절만 다듬어지면, 훨씬 더 선명하고 오래 남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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