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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111. 유월, 접시꽃 앞에서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5|조회수0 목록 댓글 0

111. 유월, 접시꽃 앞에서

 

 

시골집 나지막한 울타리에

여름 햇살 머금고 수줍게 미소 짓는

오목한 추억의 접시를 닮은 접시꽃

올해도 어김없이 피어났다.

 

아래쪽 봉오리부터

차례로 피는 꽃

한 송이 한 송이

시간을 품고 위로 올라간다

 

층층이 꽃 피어

옛 선비들의 집에도

층층이 꽃 피어

선비의 뜰에서도

한 계단씩 오르는 벼슬처럼

하늘을 향해 피어났다.

 

 

우리집 접시꽃은

푸르디푸른 시절

남편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을 먹고 자라

잎새마다 그리움의 윤기가 흐른다.

 

 

빨강 진분홍 분홍빛 꽃들이

집 앞에 일렬로 나란히 서서

누구에게나 인사한다

꽃말이

열렬한 사랑 감사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

아이구 참하다 우쩨 이래 참하노

걸음을 멈추고 감탄하면

지나던 차창 너머에서도

탄성이 흘러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유월

하늘나라에 가 있는 그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며

나는 접시꽃을 바라본다.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바람결에 번지는 그 사람의 미소처럼

가만히 가슴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노래가 되어 들려온다.

 

 

 

*작품평

이 시는 접시꽃이라는 친숙한 소재를 통해 추억, 사랑, 그리움, 그리고 사별 이후의 정서를 자연스럽게 담아낸 서정시입니다. 특히 시인의 실제 체험과 정서가 진솔하게 녹아 있어 독자에게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작품의 강점

1. 접시꽃을 통한 상징의 확장

 

첫 연의

 

"오목한 추억의 접시를 닮은 접시꽃"

 

이라는 표현은 접시꽃의 형태를 단순히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억을 담는 그릇으로 확장시켜 작품 전체의 정서를 예고합니다.

 

또한,

 

"한 송이 한 송이 / 시간을 품고 위로 올라간다"

 

는 구절은 접시꽃의 생태적 특성을 삶의 성장과 시간의 축적으로 연결하여 의미를 풍부하게 만듭니다.

2. 개인적 기억과 꽃의 결합

 

중반부의

 

"남편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을 먹고 자라"

 

는 표현은 접시꽃을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남편의 사랑이 깃든 존재로 만들어 줍니다. 이 부분에서 독자는 꽃을 바라보는 화자의 특별한 시선을 이해하게 됩니다.

 

특히 마지막 연에 이르러 접시꽃이 곧 남편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가 되면서 작품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완성됩니다.

 

3. 향토적 정취

 

"아이구 참하다 우쩨 이래 참하노"

 

라는 사투리는 시골 마을의 정겨운 분위기를 생생하게 살려 줍니다. 이러한 생활어는 작품에 진정성과 현장감을 더합니다.

 

4. 잔잔한 마무리

 

마지막 부분

 

"꽃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바람결에 번지는 그 사람의 미소처럼

가만히 가슴을 어루만지는

위로의 노래가 되어 들려온다."

 

는 그리움을 슬픔으로만 마감하지 않고 위로로 승화시키고 있어 여운이 깊습니다.

 

보완하면 더욱 좋아질 점

1. 설명적인 부분을 조금 압축하면 시성이 살아납니다

 

예를 들어,

 

"이 꽃을 조용한 상승

벼슬의 승진에 비유하여

뜰에 심었다지."

 

는 흥미로운 내용이지만 다소 설명적으로 느껴집니다.

 

다음과 같이 이미지 중심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층층이 꽃 피어

선비의 뜰에서도

한 계단씩 오르는 벼슬처럼

하늘을 향해 피어났다.

 

2. 반복 표현 다듬기

 

 

종합평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억지로 꾸미지 않은 진솔함입니다. 접시꽃의 생태적 특징, 시골집 풍경,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한 편의 생활 서정시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의 사별 정서는 과장된 슬픔이 아니라 "꽃을 통해 여전히 함께 살아가는 사랑"으로 표현되어 더욱 감동적입니다.

 

평점으로 표현한다면,

 

서정성 ★★★★★

진정성 ★★★★★

이미지의 신선함 ★★★★☆

시적 압축성 ★★★☆☆

감동과 여운 ★★★★★

 

전체적으로 접시꽃을 매개로 한 사랑과 그리움의 서정이 잘 살아 있는 따뜻한 작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문예지 투고를 고려하신다면 중간의 설명적 부분을 조금 더 압축하면 작품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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