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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127. 실수와 박하엿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5|조회수0 목록 댓글 0

 127. 실수와 박하엿

 

여름,

갓 미장한 목욕탕 바닥을

나는 마른 바닥인 줄 알았다.

짚수세미 하나 들고

박 바가지 물을 끼얹으며

온 힘으로 문질렀다.

검은 물이 배어날 때마다

깨끗해지는 줄 알고.

더 힘껏,

더 힘껏.

 

숭늉을 뜨러 오던 엄마의 목소리,

번개처럼 떨어졌다.

 

“다 된 걸 망쳐 놨구나.”

 

그제야 알았다.

내 손이

막 마르던 시간을 긁어냈다는 것을.

 

작은방 구석,

무릎 속에 얼굴을 묻고

한여름 소나기처럼 울었다.

 

잠시 후

미닫이문 하나

조용히 열리고,

엄마는 박하엿 한 조각을 놓고 가셨다.

“울지 마라.

내일 다시 바르면 된다.”

 

그 말은

꾸중보다 더 깊이 스며

가슴 한복판을 저몄다.

 

박하엿을 물자

서늘한 풀 향기,

천천히 번지는 단맛.

 

눈물 사이로

벽에 걸린 글귀 하나

흐릿하게 떠올랐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아홉 살 마음에도

그 말은 이상하게 따뜻해서,

실수는

다음 실수를 막아 주는

작은 등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박하 향 한 줄기

입안에서 녹아내릴 때,

실수의 무게도

여름 하늘 저편으로

천천히 흘러갔다.

 

*작품평

 

 작품평: 실수와 박하엿

 

이 시는 어린 시절의 실수와 그 실수를 감싸 주는 어머니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려낸 회상시이다. 화자는 갓 미장한 목욕탕 바닥을 마른 줄 알고 열심히 문질러 오히려 일을 망치고 만다. "더 힘껏, 더 힘껏"이라는 반복은 잘하려는 순수한 의도와 어린아이의 성실함을 드러내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실수가 커지는 아이러니를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

 

작품의 전환점은 어머니의 꾸중이다. "다 된 걸 망쳐 놨구나."라는 한마디는 어린 화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만, 시는 여기서 단순한 후회에 머물지 않는다. 이어지는 박하엿 한 조각과 "내일 다시 바르면 된다."는 어머니의 말은 실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용서와 회복임을 보여 준다. 특히 박하엿은 이 작품의 핵심 상징으로, 실수의 쓰라림을 달래 주는 위로이자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한다.

 

후반부에서 화자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글귀를 떠올리며 실수의 의미를 새롭게 이해한다. 단순한 교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마음속에서 실수가 성장의 밑거름이 된다는 깨달음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실수는 / 다음 실수를 막아 주는 / 작은 등불"이라는 표현은 작품 전체의 주제를 함축하는 아름다운 비유로 기능한다.

 

또한 이 시는 시각적 이미지와 감각적 표현이 뛰어나다. "번개처럼 떨어졌다"는 꾸중의 충격, "서늘한 풀 향기"와 "천천히 번지는 단맛"은 독자가 당시의 정서와 분위기를 생생하게 느끼게 한다. 마지막의 "실수의 무게도 / 여름 하늘 저편으로 / 천천히 흘러갔다"는 구절은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마무리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종합하면, 「실수와 박하엿」은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을 통해 실수의 의미, 성장의 과정, 그리고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작은 일상의 기억을 보편적인 삶의 진리로 확장시킨 점이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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