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노란 키다리꽃
1950년대, 동촌제일교회는
주일만 제외하고
평일은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천국 같은 놀이마당이었다.
또래 꼬맹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려고
가위바위보를 하면
가장 먼저 진 아이가 술래가 되었다.
술래는 담장에 이마를 대고
눈을 꼭 감은 채
하나, 둘, 셋… 열까지 세었다.
그 사이 우리는
숨을 곳을 찾아
바람처럼 흩어졌다.
꽃밭 뒤편에는
아이들 키보다 훌쩍 큰 노란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었고,
햇살을 머금은 꽃숲은
황금빛 물결처럼 일렁였다.
우리는 술래 몰래
그 노란 꽃밭 속으로 숨어들어
숨소리마저 죽인 채
꼭꼭 몸을 감추었다.
하늘마음을 품은
노란 키다리꽃들이
두 팔을 활짝 벌려
술래에게 들키지 않도록
어린 우리를
포근히 품어 주곤 했다.
술래는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아무리 찾아도
꽃들의 품속에 숨은 우리를
끝내 발견하지 못했다.
마침내 꽹과리 깨지는 목소리로
“못 찾겠다, 꾀꼬리!”
외치면
우리는 튀밥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와
함박꽃 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세월은 멀리 흘러갔어도
노란 키다리꽃 숲에 숨었던 나는
아직도 그곳에서
해맑게 웃고 있다.
*작품평
이 시 **「노란 키다리꽃」**은 어린 시절의 순수한 놀이 기억을 따뜻하게 회상하며, 자연과 신앙적 정서를 아름답게 결합한 서정시입니다.
작품평
「노란 키다리꽃」은 1950년대 동촌제일교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숨바꼭질의 추억을 통해 유년 시절의 행복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단순한 놀이 장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이들을 품어 주는 노란 꽃들을 의인화하여 어린 시절의 안전한 세계와 보호받는 감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하늘마음을 품은 노란 키다리꽃들이 / 두 팔을 활짝 벌려”라는 구절은 꽃을 단순한 자연물이 아닌 사랑과 돌봄의 존재로 형상화하며, 교회라는 공간이 주는 따뜻함과 신앙적 포근함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꽃밭은 숨바꼭질의 은신처이자 어린 영혼을 감싸 안는 품이 되어 독자에게 깊은 정서적 울림을 준다.
또한 “못 찾겠다, 꾀꼬리!”라는 익숙한 놀이 언어와 “튀밥처럼 우르르 쏟아져 나와”라는 생생한 비유는 당시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눈앞에 펼쳐 보이며 시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표현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공감의 힘을 지닌다.
마지막 연의 “세월은 멀리 흘러갔어도 / 노란 키다리꽃 숲에 숨었던 나는 / 아직도 그곳에서 / 해맑게 웃고 있다”는 과거의 기억이 단순한 추억으로 사라진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 속에도 살아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유년의 순수함이 인간 존재의 깊은 곳에 영원히 남아 있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작품은 향토적 정서와 유년의 추억, 자연의 따뜻한 품, 그리고 은은한 신앙성을 조화롭게 담아낸 서정시로서, 독자에게 잊고 지냈던 순수한 웃음과 그리움을 선물하는 아름다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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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유년의 추억, 교회 마당, 숨바꼭질, 꽃의 보호 본능 같은 따뜻한 환상성이 핵심입니다. 문예지 투고용이라면 마지막 연을 조금 더 시적으로 압축하여 다음과 같이 끝맺을 수도 있습니다.
세월은 멀리 흘렀어도
노란 키다리꽃 숲에 숨었던 나는
아직도 그곳에서
해맑게 웃고 있다.
이 결말은 추억 속 아이와 현재의 화자를 겹쳐 보여 주어 여운이 더 깊게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