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남자의 걸음걸이
스물셋 옥분아,
신랑감 보려거든
먼저 그의 걸음걸이 살펴보아라.
거들먹거리는 걸음은
본체만체 먼저 비껴 지나가라.
걸음은 그 사람의
마음의 결을 숨기지 못하는 법.
가볍게 뛰노는 들뜬 발끝,
마음보다 앞서 흐트러진 걸음은
두 번 다시 눈길 주지 말아라.
그런 남자는 대개
마음이 가벼워 미풍에도 쉽게 흔들리고
책임은 모래처럼 새어 나가며
말하는 게 날 선 칼끝이 되어
사람을 베고도 모른다.
성급함이 지나친 삶은
끝내 스스로 허비하는 그릇이니.
이 말을 깊이 새겨라.
청년의 걸음은 등을 곧게 세우고
보폭은 지나치지 않게, 자신감은 단단히 품고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 안에 진취의 기상과
삶을 견디는 힘이 깃들어 있단다.
부끄럼 많은 분꽃 닮은 옥분이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 채 다 들은 후
“언니의 조언,
마음에 잘 새길게요.” 조용히 말을 맺고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피워 올린다.
이 작품은 ‘걸음걸이’라는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소재를 통해 사람의 인품과 삶의 태도를 읽어내는 교훈적 서정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화자가 “옥분아”라고 다정히 부르는 호칭에서부터 오래된 구전 설화나 인생 조언처럼 따뜻한 정감이 살아 있으며, 여성 화자가 younger 여성에게 삶의 지혜를 전수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됩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걸음과 인성의 연결입니다. 단순히 외형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걸음걸이를 통해 성품·책임감·삶의 방향성까지 읽어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걸음은 그 사람의
마음의 결을 숨기지 못하는 법.”
이라는 구절은 작품 전체의 핵심 주제를 압축합니다. 걸음은 단순한 신체 움직임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결, 즉 태도와 품격의 표출이라는 인식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작품은 대비를 효과적으로 사용합니다.
“거들먹거리는 걸음”, “들뜬 발끝”, “흐트러진 걸음” 같은 부정적 이미지와,
“등을 곧게 세우고”, “보폭은 지나치지 않게”, “앞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안정적이고 절제된 이미지가 선명하게 대조되며 이상적인 인간상을 드러냅니다.
문장 흐름은 산문시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리듬감이 살아 있습니다. 특히:
“책임은 모래처럼 새어 나가며
말하는 게 날 선 칼끝이 되어”
이 부분은 비유가 선명하고 감정의 밀도가 높아 독자의 기억에 남습니다. 책임감 없는 인간형을 추상적으로 말하지 않고 촉각적 이미지로 구체화한 점이 좋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햇살처럼 환한 미소”는 작품 전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마무리합니다. 다소 교훈적으로 흐를 수 있는 내용을 따뜻한 정서로 감싸 독자에게 부담보다 여운을 남깁니다. ‘옥분’이라는 인물도 단순 청자가 아니라 순수함과 수용의 태도를 가진 존재로 살아납니다.
다만 일부 표현은 교훈성이 강해 설명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그런 남자는 대개
마음이 가벼워…”
이 부분은 의미 전달은 분명하지만, 시적 압축보다는 직접적 판단에 가까워 약간의 여백이 줄어드는 면도 있습니다. 비유나 장면 중심으로 조금 더 우회적으로 표현하면 서정성이 한층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전통적인 삶의 지혜,
인간 관찰의 통찰,
따뜻한 여성 화자의 목소리,
산문시적 서정성
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입니다. 특히 ‘걸음’이라는 사소한 행동을 통해 삶의 품격을 읽어내는 시선이 깊고 안정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