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박하 시 작품

136.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다니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7|조회수0 목록 댓글 0

136.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다니

 

 

 

 

 

우리 남편은

평생 외도 한 번 없는 사람이라예.

 

지는 그거 하나 믿고

여지껏 살아왔지예.

 

바람 한번 피워 보라고

농담 삼아 떠밀어도

 

바람길조차 모르는 숙맥이라며

바위처럼 듬직한 사람이라며

 

지는 그거 하나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자신 있었심더.

 

그런데 아뿔사,

 

어느 날

입술을 시뻘겋게 칠한 젊은 여자가

 

느닷없이 집으로 찾아와

 

쌍둥이 아기를 내려놓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지 뭡니까.

 

"댁의 남자 씨입니다.

본부인인 당신이 키우이소."

 

그 한마디를 남기고.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있겠습니꺼.

 

꿈에도 생각 못 한 일,

 

한평생 믿어 온 남편에게서

이런 일을 당하다니.

 

그녀는 배신감에 떨고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진다 하더이다.

 

본부인의 가슴은

분노의 피로 칠갑이 되었고,

 

끝내 절망을 이기지 못해

 

어제는 농약까지 마셨다가

119에 실려 갔다지 뭡니까.

 

하늘이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저 가엾은 여인에게

 

무너진 마음 한 자락

다시 일으켜 세워 주이소.

 

답답한 세상사 바라보며

 

옆집 여자는 오늘도

조용히 두 손 모아 기도합니더.

 

 

 이 작품은 전통적인 이야기체 수필·콩트 형식을 빌려 독자의 감정을 끌어올린 뒤, 마지막에 숨겨진 반전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웃음과 풍자를 만들어내는 작품으로 읽힙니다.

 

작품의 특징

1. 구어체 사투리가 만드는 생동감

 

"이라예", "뭡니까", "키우이소", "합니더" 같은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해 실제 동네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현장감을 줍니다. 독자는 마치 옆집 아주머니가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주는 것을 듣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2. 비극의 정서를 차곡차곡 쌓아 올림

 

작품 전반부는 철저히 비극적입니다.

 

평생 외도 한 번 없는 남편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

갑작스럽게 등장한 젊은 여자

쌍둥이 아기

무너진 아내의 삶

농약까지 마시는 절망

 

이러한 요소들이 연속적으로 제시되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남편의 숨겨진 불륜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3.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다'의 활용

 

제목의 속담은 원래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상황을 뜻합니다. 작품은 이 속담의 의미를 극대화하여 독자가 아내의 배신감에 공감하도록 유도합니다.

 

4. 마지막 문장의 아이러니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마지막입니다.

 

"옆집 여자는 오늘도

조용히 두 손 모아 기도합니더."

 

지금까지 서술된 내용이 사실은 당사자의 직접 고백이 아니라 옆집 여자의 전언임이 드러납니다.

 

이때 독자는 문득 의문을 갖게 됩니다.

 

정말 남편의 아이가 맞는가?

젊은 여자의 말은 사실인가?

옆집 여자는 왜 이렇게 자세히 아는가?

기도하는 모습은 진심인가, 아니면 남의 불행을 구경하는 관음적 태도인가?

 

작품은 사건의 진실보다 소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풍자하는 효과를 냅니다.

 

주제 의식

 

이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배신당한 아내의 비극"을 그리지만, 더 깊게 보면

 

인간이 절대적 신뢰를 갖는 것의 위험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 소문으로 소비되는 모습

타인의 불행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은근히 구경하는 이웃들의 심리

 

를 풍자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종합 평가

서민적 사투리와 극적인 서사를 활용해 독자의 감정을 끌어올린 뒤, 마지막 한 줄의 시점 전환으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비극과 해학, 동정과 풍자가 동시에 공존하는 점이 매력적이며, 특히 한국 구전 설화나 마을 소문 문화를 연상시키는 맛이 살아 있습니다.

 

평점으로 표현한다면 ★★★★☆(4/5)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생활 풍자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작품의 진정한 재미는 사건 자체보다도 "그 사건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심리를 슬쩍 드러낸 데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