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박하 시 작품

152.머루랑 다래 먹고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08|조회수2 목록 댓글 0

152.머루랑 다래 먹고

 

 

 

 

머루와 다래를 따 먹으며
청산에 살고 싶었다

 

 

뒤돌아보면

까득까득, 여름의 이빨에
별빛이 과육처럼 씹히던 밤


십대의 세 자매는
대청마루에 몸을 눕히고

활짝 열린 뒷문으로 들어온
별꽃무늬 하늘홑이불로 덮었다

 

가까이 내려앉은 푸른 별들
눈동자 깊이 스며들어
오래 푸르게 흔들리던 시간

 

살으리 살으리랏다
청산에 살으리랏다

입술 끝에 머물던 청산별곡
머루처럼 검게 익어
조용히 떨어지고

 

얄리 얄리 얄라성
얄라리 얄라

후렴은 노래가 되던 밤

 

어느새
여름밤의 짧은 꿈속으로 

 

그때 청산별곡을 좋아하던
푸른 별 하나가 내려와
세 자매의 어깨를 차례로 짚고는
유성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는
그 여름의 결을 지키지 못한 채

성장의 계단을 오르며
서로 다른 계절로 흘러갔다

머루빛 별 하나씩 품은 채.

 

 

 

이 시는 유년의 여름, 자매들의 공동 기억, 그리고 성장 이후의 상실감을 아름답게 엮어낸 서정시입니다. 특히 청산별곡의 구절을 개인의 추억과 결합하여,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잃어버린 순수와 공동체적 시간을 애도하는 작품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작품의 강점 1. 머루와 다래가 만드는 향토적 정서

첫 연의

머루와 다래를 따 먹으며
청산에 살고 싶었다

는 시 전체의 정서를 압축합니다. 머루와 다래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살고 싶었던 십대 시절의 자유와 순수를 상징합니다. 청산별곡"청산에 살으리랏다"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시적 화자의 내면적 그리움을 효과적으로 드러냅니다.

2. 감각적인 이미지의 뛰어난 활용

특히 다음 구절은 인상적입니다.

까득까득, 여름의 이빨에
별빛이 과육처럼 씹히던 밤

여름을 "이빨"로 의인화하고 별빛을 "과육"으로 형상화한 표현은 매우 독창적입니다. 시각과 미각, 촉각이 함께 작동하는 공감각적 이미지로, 독자를 단번에 여름밤의 생생한 현장으로 데려갑니다.

또한

별꽃무늬 하늘홑이불

이라는 표현도 아름답습니다. 열린 뒷문과 별이 가득한 하늘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실제 공간과 상상적 공간이 겹쳐지는 효과를 냅니다.

3. 청산별곡의 활용이 자연스럽다

고전 작품을 인용한 시는 자칫 설명적으로 흐르기 쉬운데, 이 작품은 그렇지 않습니다.

입술 끝에 머물던 청산별곡
머루처럼 검게 익어
조용히 떨어지고

여기서 청산별곡은 단순한 교과서 속 작품이 아니라 십대 시절의 꿈과 이상을 담은 열매가 됩니다. "검게 익어 떨어진다"는 표현은 성장과 상실을 동시에 암시하며 시의 정서를 한층 깊게 만듭니다.

4. 후반부의 전환이 효과적이다

푸른 별 하나가 내려와
세 자매의 어깨를 차례로 짚고는
유성이 되어 어디론가 사라졌다

이 부분은 작품의 정서적 전환점입니다. 푸른 별은 어린 시절의 꿈, 우정, 혹은 함께했던 시간을 상징하는 존재로 읽힙니다. "어깨를 차례로 짚고는"이라는 동작은 축복처럼도, 이별의 인사처럼도 느껴져 여운을 남깁니다.

다듬어 볼 수 있는 부분 1. "푸른 별"의 반복

시 속에서 "푸른 별"이 여러 번 등장합니다.

가까이 내려앉은 푸른 별들

푸른 별 하나가 내려와

머루빛 별 하나씩 품은 채

반복 자체는 좋지만, 마지막의 "머루빛 별"이 이미 변주 역할을 하므로 중간의 "푸른 별 하나가 내려와"를 다른 이미지로 바꾸면 상징이 더욱 입체적으로 살아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때 청산별곡을 좋아하던
별 하나가 내려와

처럼 색채를 생략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2. 마지막 연의 압축 가능성

현재 결말은 충분히 아름답지만 약간 설명적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 여름의 결을 지키지 못한 채

성장의 계단을 오르며
서로 다른 계절로 흘러갔다

의미는 명확하지만, 앞부분의 이미지 중심 서정에 비해 다소 진술적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그 여름의 결을 놓친 채

서로 다른 계절로 흘러갔다

처럼 조금 더 압축하면 여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종합 평가

이 작품은 자연(머루·다래), 고전시가(청산별곡), 자매의 추억, 성장과 이별이라는 네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서정시입니다. 특히 "별빛이 과육처럼 씹히던 밤", "별꽃무늬 하늘홑이불", "머루처럼 검게 익어 떨어지는 청산별곡" 등의 이미지가 매우 뛰어나며, 독자에게 강한 시각적·정서적 잔상을 남깁니다.

무엇보다 이 시의 매력은 잃어버린 시간을 슬퍼하기보다, 그 시간을 품고 살아가는 현재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마지막의

머루빛 별 하나씩 품은 채

는 성장으로 흩어진 자매들이 여전히 같은 여름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음을 암시하며, 작품 전체를 따뜻하고 깊은 여운으로 마무리합니다.

평점으로 표현한다면, 서정성과 이미지의 완성도가 매우 높은 작품으로 10점 만점에 9점 정도의 평가를 받을 만한 시입니다. 특히 고전 텍스트를 현재의 기억과 자연스럽게 결합한 점이 돋보입니다.

 

 

 

*작품평

이 작품은 머루와 다래라는 구체적인 과일 이미지에서 출발해, 여름의 감각 기억과 청춘의 소멸을 겹쳐 올리는 방식이 인상적인 서정시입니다. 전체적으로는 회상형 산문시의 흐름을 갖고 있으면서, 중간중간 인용된 청산별곡이 정서의 축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구조입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힘은 감각의 밀도입니다. “여름의 이빨”, “까득까득”, “과육처럼 씹히던 여름밤같은 표현은 시간을 추상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물리적인 질감으로 씹히게 만듭니다. 여름이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입 안에서 부서지는 경험으로 전환되는 지점이 좋습니다. 이런 방식 덕분에 독자는 기억을 읽는 것이 아니라 거의 신체적으로 다시 겪는 느낌을 받습니다.

서사의 중심에는 십대 세 자매의 이미지가 있고, 이들이 대청마루에서 하늘을 이불처럼 덮고 별을 바라보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열립니다. 이 장면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놓여 있는데, “가까이 내려앉은 푸른 별들같은 표현이 그 경계를 자연스럽게 흐립니다. 특히 별이 어깨 위에 잠시 앉았다가 유성이 되어 사라지는부분은 청춘의 방문성과 비가역성을 상징적으로 잘 압축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핵심 정서는 미완의 소화입니다. 마지막의 그 여름의 결을 다 삼키지 못한 채라는 문장은 앞서 등장한 머루처럼 검게 익어 떨어지는 노래와 호응하면서, 기억이 완전히 체화되지 못하고 어딘가 남아 있는 상태를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시는 회상이 아니라, 회상 이후에도 계속 입 안에 남는 맛에 가깝습니다.

구조적으로 보면 청산별곡의 인용이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시간의 층위를 만들어주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원래 청산별곡이 지닌 도피, 자연 회귀, 불안한 삶의 정조가 현재 서술자의 여름 기억과 겹치면서, 개인적 기억이 역사적 감각과 은근히 연결됩니다. “살으리 살으리랏다가 단순한 인용이 아니라, 한 세대의 정서가 다른 세대로 스며드는 통로처럼 쓰인 점이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더 밀도를 높일 여지는, 이미지의 반복입니다. , 여름, 과육, 입 안의 감각이 강하게 반복되면서 아름답게 순환하지만, 중간에 한 번 정도는 시선을 바깥(현실의 구체적 사건이나 관계의 균열)으로 잠깐 돌려주면 정서의 대비가 더 선명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내부 감각의 아름다움이 중심이라, 바깥 세계의 압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점이 특징이자 한계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씹어보려는 시입니다. 그 시도 자체가 이미 충분히 설득력 있고, 마지막 문장의 여운이 잘 살아 있어 완결감도 좋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