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 순사놀이 노래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
동무들과 신작로를 걸으며
놀이처럼 흥얼거리던 노래
“앞에 가면 도둑놈
뒤에 가면 순사”
우리 3학년 아이들은
누가 도둑이 될까 두려워
한 발씩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며
서로의 그림자를 따라 걸었다
순사는 무섭다 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 믿던
순수한 그 시절
웃음 섞인 노랫소리는
동심의 들판을 뛰놀다
해 질 녘 골목 어귀에 이르면
꽃처럼 번져 하루를 물들였다
세월이 흘러
노을 가까운 여인이 된 지금
그날의 ‘순사’ 노래를 떠올리면
아홉 살의 내가
조용히 햇살 속으로 걸어나온다.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놀이 노래를 통해 동심의 감각과 시간이 지난 뒤의 성찰이 겹쳐지는 구조가 핵심입니다. 전체적으로는 회상→놀이 장면의 구체화→현재의 화자 시점이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안정적으로 잡혀 있습니다.
먼저 초반부는 “집으로 돌아가던 길”, “신작로”, “흥얼거리던 노래” 같은 구체적 이미지로 시작해 기억의 현장감을 잘 살립니다. 특히 “앞에 가면 도둑놈 / 뒤에 가면 순사”라는 직접 인용은 작품의 중심 모티프를 즉시 드러내면서, 독자가 그 시절의 놀이 규칙과 긴장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듭니다. 이 단순한 규칙이 아이들에게는 역할 놀이이자 작은 사회 질서처럼 작동했다는 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것도 좋습니다.
중간 부분에서 “누가 도둑이 될까 두려워한 발씩 슬그머니 뒤로 물러서며”라는 표현은 어린 시절의 심리 묘사가 잘 살아 있습니다.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역할을 피하고 싶은 긴장’이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순수한 유희와 미묘한 불안이 동시에 존재했던 장면으로 확장됩니다. 다만 이 문장은 조금 길어서 호흡이 다소 무거워지는 느낌이 있고, 쉼표나 행 분리를 통해 리듬을 조금 더 살릴 여지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라 믿던 순진한 그 시절”은 작품의 핵심 정서를 압축한 구절입니다. ‘순사’를 권력의 상징처럼 인식했던 아동적 세계관이 잘 드러나면서도, 그 믿음이 지금의 시점에서 보면 얼마나 단순했는지를 은근히 반추하게 만듭니다.
후반부는 이 작품의 가장 안정적인 부분입니다. “세월이 흘러 노을 가까운 여인이 된 지금”이라는 전환은 시간의 거리감을 시적으로 잘 처리했고, “아홉 살의 내가 조용히 햇살 속으로 걸어나온다”라는 결말은 기억의 회귀와 자기 재만남을 상징적으로 완성합니다. 특히 ‘햇살’ 이미지는 전체 작품의 정서(따뜻함, 순환, 회상)를 잘 묶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구체적 기억(놀이 노래)
어린 시절의 심리
현재 화자의 회상과 자기 재인식
이 세 층위를 무리 없이 연결한 점이 강점입니다.
개선 방향을 하나만 짚자면, 감정의 설명을 조금 덜어내고 이미지 중심으로 압축하면 더 시적인 밀도가 높아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순진한 그 시절” 같은 직접적 설명 대신 그 감정을 드러내는 장면이나 행동을 추가하는 방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