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박하 시 작품

167.엄마와 꽃모종을 심으며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0|조회수2 목록 댓글 0

167.엄마와 꽃모종을 심으며

 

 

봄비 내리는 날
일곱 살 여자아이는

우리 집 마당 한켠
엄마하고
꽃밭에 앉아

 

후생원에서 수선이 오빠가 준

채송화, 분꽃, 봉선화 모종을
정성 드려 조심조심 심는다

우리 딸 꽃모종 잘 심네

엄마의 칭찬에 방긋 춤춘다

 

흙 묻은 손으로
깔깔 웃으며
모녀의 이야기가
꽃잎처럼 흩어진다

 

하룻밤, 이틀 밤, 사흘 밤
별과 달이 다녀가고
낮이면
해님이 다정히 비춰주고

바람과 비가
살며시 안부를 전한다

 

여자아이와 꽃들은
조금씩, 또 조금씩
키를 키운다

 

어느새

채송화는
고운 꽃방석을 펼치고

 

봉선화는
아이 손톱에 물들어
작은 기쁨이 되고

 

분꽃은
저녁이 왔다고
조용히 알려준다

 

여자아이는
꽃들과 어울려 놀면서

까르르 웃음 터트릴 적마다

마당 빨래줄에

딸아이 씻은 옷 느는 엄마도

환히 웃으신다

** 참고 -1953년 동촌 과수원집 꽃밭에서

 

 

 

 

이 시는 1953년의 유년 시절을 배경으로, 엄마와 함께 꽃모종을 심던 소중한 추억을 따뜻하고 서정적으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특히 꽃이 자라는 과정과 아이의 성장을 자연스럽게 연결하여 가족애와 생명의 아름다움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작품 감상 및 평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순수한 어린 시절의 기억과 어머니의 사랑이 꽃의 성장과 함께 펼쳐진다는 점입니다. 봄비가 내리는 날, 일곱 살 여자아이가 엄마와 나란히 앉아 꽃모종을 심는 장면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정겹게 다가옵니다. "우리 딸 꽃모종 잘 심네"라는 엄마의 칭찬에 아이가 "방긋 춤춘다"는 표현은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기쁨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또한 채송화, 분꽃, 봉선화는 단순한 꽃이 아니라 아이의 성장과 추억을 담아내는 상징적 존재로 기능합니다. 꽃들이 햇살과 비, 바람의 보살핌 속에서 자라듯이 아이 역시 엄마의 사랑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특히 "여자아이와 꽃들은 / 조금씩, 또 조금씩 / 키를 키운다"는 구절은 작품의 중심 주제를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으로, 자연의 성장과 인간의 성장을 아름답게 겹쳐 보여줍니다.

 

후반부에서는 각 꽃의 특성을 활용한 묘사가 돋보입니다. 채송화는 ""고운 꽃방석", 봉선화는 "아이 손톱에 물들어 작은 기쁨", 분꽃은 "저녁이 왔다고 조용히 알려준다"는 표현을 통해 꽃들이 아이의 일상과 정서 속에 살아 있는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의인화는 작품에 따뜻한 생명력을 더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가 꽃들과 어울려 웃고, 빨래줄에 옷을 널던 엄마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함께 웃는 모습은 가족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잔잔하게 전합니다. 특별한 사건 없이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기쁨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합니다.

 

문학적 특징

회상적 구성: 어린 시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추억의 서정.

성장 모티프: 꽃의 성장과 아이의 성장을 병치하여 표현.

감각적 이미지: 봄비, 꽃모종, 꽃잎, 햇살, 바람 등 자연 이미지가 풍부함.

따뜻한 가족애: 엄마와 딸의 정서적 교감이 작품 전반에 흐름.

의인화 기법: 꽃들이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친구처럼 묘사됨.

종합 평가

 

이 시는 화려한 수사보다 진솔한 기억과 따뜻한 정서로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입니다. 전쟁 직후인 1953년이라는 어려운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꽃을 심고 가꾸며 웃음을 나누는 모녀의 모습은 삶의 희망과 가족의 사랑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꽃이 피어나는 과정 속에 아이의 성장과 어머니의 사랑을 담아낸 점이 인상적이며, 읽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어린 시절과 가족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감 어린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모녀의 환한 웃음은 시 전체를 밝고 따뜻하게 마무리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