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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172. 거꾸로 먹는 나이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0|조회수2 목록 댓글 0

172. 거꾸로 먹는 나이

 

 

 

아무리 채워 넣어도
메워지지 않는 허기 하나

 

과식한 날처럼
삼키지 못한 시간들이
조용히 내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배를 채우지 못한 것이 아니라
흘려보낸 정신의 빈자리

 

칠십칠, 희수의 문턱에 서니
스쳐 간 날들이 문득
아쉬움의 화살이 되어
등 뒤를 스친다

 

그 바람이 아직 느껴진다는 건
참 다행한 일이다

 

쥐도 새도 모르게
거꾸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이제는
나이를 거꾸로 먹어보자 생각하니


가슴 한편에
청춘의 새순이 돋는다

 

어제 문학회에서 만난 친구가
귓속말로 비밀 하나 건넨다

 

노인정에서 들었다는 명언

“구구팔팔 이삼사”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이틀 앓고
사흘째 떠나자는 말이라며

 

깔깔 웃는 그 얼굴이
천진한 아이 같아

 

나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삶에 유머는
음식의 양념 같은 것이라고

 

우리는 삼십 년 지기 친구

 

대구중앙도서관에서 만나
공기처럼 편안하고

사이다처럼 시원한 사이

 

샛노란 프리지어 한 송이의
꽃말이 우정이라던가

 

오래된 정이 피워 올린 향기가
오늘도 새롭고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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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 **거꾸로 먹는 나이**는 노년의 시간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삶의 아쉬움과 우정을 유머와 희망으로 승화시킨 작품입니다. 전체적으로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정서가 흐르며, 후반부로 갈수록 삶을 긍정하는 생명력이 돋보입니다.

 

작품의 강점

1. '허기'를 통한 삶의 결핍 표현

 

첫 연의

 

"아무리 채워 넣어도 / 메워지지 않는 허기 하나"

 

는 단순한 육체적 배고픔이 아니라 지나온 세월에 대한 아쉬움과 정신적 갈증을 상징합니다. 특히

 

"배를 채우지 못한 것이 아니라 / 흘려보낸 정신의 빈자리"

 

라는 구절은 허기의 본질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시의 철학적 깊이를 더합니다. 물질이 아닌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입니다.

2. 노년을 '거꾸로 먹는다'는 역발상

 

이 작품의 핵심은 제목과 연결되는

 

"이제는 / 나이를 거꾸로 먹어보자"

 

에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나이는 앞으로 먹는 것이지만, 시인은 마음만은 젊어지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겠다는 의지로 이를 뒤집어 표현합니다.

 

이어지는

 

"가슴 한편에 / 청춘의 새순이 돋는다"

 

는 이미지가 매우 신선합니다. '새순'은 성장과 희망, 재생의 상징으로 노년과 청춘을 자연스럽게 연결합니다.

 

3. 유머가 있는 인생 철학

 

"구구팔팔 이삼사"라는 익숙한 건강 격언을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도 인상적입니다.

 

"아흔아홉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 이틀 앓고 / 사흘째 떠나자"

 

는 말은 죽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한국 노년층의 생활철학을 보여줍니다. 무거워질 수 있는 주제를 웃음으로 전환하여 시 전체의 분위기를 밝게 만듭니다.

 

4. 우정의 아름다움

 

후반부는 우정에 대한 찬가로 읽힙니다.

 

"공기처럼 편안하고 / 사이다처럼 시원한 사이"

 

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친근한 비유입니다. 또한

 

"샛노란 프리지어 한 송이의 / 꽃말이 우정이라던가"

 

에서 꽃의 이미지를 활용해 오래된 친구 관계를 향기롭고 생동감 있게 형상화했습니다.

 

마지막 구절

 

"오래된 정이 피워 올린 향기가 / 오늘도 새롭고 싱그럽다"

 

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우정의 가치를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보완을 생각해 볼 점

 

중반부의

 

"쥐도 새도 모르게 / 거꾸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부분은 시적 이미지가 매력적이지만 앞뒤 문맥과의 연결이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강물이 왜 거꾸로 흐르는지, 혹은 그것이 청춘의 회복과 어떤 관계를 갖는지 한두 행 정도 더 구체화하면 독자의 몰입이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희수의 문턱"에서 시작된 노년의 성찰이 후반부 우정 이야기로 이동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두 흐름을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의 한두 행이 추가된다면 작품의 구조적 완성도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종합평

 

거꾸로 먹는 나이는 노년의 허기와 회한을 출발점으로 삼아, 유머와 우정 그리고 새로운 삶의 의지로 나아가는 서정시입니다. 삶을 돌아보는 성숙한 시선과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독창적 발상이 작품 전체를 밝게 이끌어 갑니다. 특히 친구와의 대화, 웃음, 프리지어의 향기로 마무리되는 결말은 독자에게도 "지금부터가 또 다른 청춘"이라는 따뜻한 위로와 희망을 전해 줍니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노년의 회한을 청춘의 새순으로 되살려 낸 따뜻한 인생시"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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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핵심은 "나이 들어감을 아쉬워하기보다, 마음만은 거꾸로 젊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지막을 프리지어의 향기와 우정으로 마무리해 전체 분위기를 밝고 희망적으로 정리했습니다. 제목도 그대로 살리되, 더 시적으로는 나이를 거꾸로 먹다, 희수의 강물, 청춘의 새순 같은 제목도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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