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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175. 노란 키다리꽃과 아이들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0|조회수2 목록 댓글 0

175. 노란 키다리꽃과 아이들

 

동촌제일교회 마당은
주일을 빼고 엿새 동안
아이들의 작은 왕국이었다

 

학교 문턱에도 채 닿지 못한
계집아이들 숨바꼭질에 빠져
노란 키다리꽃 그늘로 몸을 감춘다

 

키다리꽃은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두 팔 같은 잎새를 활짝 펼쳐
작은 아이들을 품어 안았지

 

아이들은 꽃의 품속에서
숨소리마저 고이 접어 둔 채
말없는 웃음을 삼키며 기다렸다

 

술래의 발걸음이 스쳐 지나가고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끝내 친구를 찾지 못한 술래가
마당 가득 목청을 높여 외치며

 

“못 찾겠다, 꾀꼬리!”

 

그 한마디는
매미 울음 사이를 헤집고
한낮의 뜨거운 공기 속으로
가볍게 흩어져 갔다

 

작열하는 햇살 아래
아이들과 키다리꽃은 서로 기대어
하나의 숨결이 되고

 

노란 꽃잎은 아이들의 웃음을 품고
아이들은 꽃의 그늘을 입으며
여름날 숨바꼭질의 묘미를 빚어냈다

 

햇빛 눈부시던 그 시절
1950년대 동촌제일교회 마당에는

 

노란 키다리꽃이 아이들 기다렸고
순진무구한 눈빛들이 있었으며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동심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세월은 굽이굽이 강물로 흘러

 

그 아이들은 이제
저마다의 교회에서
목사와 장로, 권사와 집사로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섬기는 자 되었네

 

신앙의 길을 함께 걸어온
소꿉친구 정희는

 

작년 7월에
주님의 부르심을 따라
하늘나라 꽃동산으로 먼저 떠나고

 

여름 햇살 비칠 때마다
노란 키다리꽃 곁에 숨죽여 웃던
그 맑은 얼굴 하나

 

아직도 교회 마당 어딘가에서
환한 꽃빛으로 피어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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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유년의 추억, 공동체의 정서, 그리고 신앙 안에서 이어지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한 편의 서정시로 따뜻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의 숨바꼭질 놀이와 노란 키다리꽃을 중심 이미지로 삼아,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동심과 신앙 공동체의 기억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습니다.

 

작품평

 

노란 키다리꽃과 아이들은 어린 시절 교회 마당에서의 숨바꼭질 풍경을 통해 지나간 세월과 신앙의 여정을 회상하는 서정시이다. 시인은 노란 키다리꽃을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아이들을 품어 주는 따뜻한 존재로 의인화하여 유년의 순수함과 보호받던 시절의 정서를 생생하게 그려 낸다.

 

초반부는 숨바꼭질에 몰두한 아이들의 모습과 못 찾겠다, 꾀꼬리!”라는 익숙한 외침을 통해 독자들을 단숨에 1950년대 교회 마당으로 데려간다. 특히 두 팔 같은 잎새를 활짝 펼쳐 / 작은 아이들을 품어 안았지라는 표현은 꽃과 아이들 사이의 교감을 따뜻하게 형상화하며,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된 목가적 풍경을 완성한다.

 

중반부에서는 뜨거운 여름 햇살 아래 꽃과 아이들이 하나의 숨결이 되는 장면을 통해 어린 시절의 자유와 행복이 아름답게 부각된다. 노란 꽃과 웃음소리가 어우러진 이미지는 독자들에게 향수와 정감을 불러일으킨다.

 

후반부에 이르러 시는 단순한 추억담을 넘어 신앙의 역사와 삶의 성숙으로 확장된다. 숨바꼭질하던 아이들이 세월 속에서 목사와 장로, 권사와 집사로 성장하여 교회를 섬기게 되었다는 대목은 한 공동체가 이어 온 믿음의 계승을 감동적으로 보여 준다. 또한 먼저 세상을 떠난 소꿉친구 정희를 추모하는 부분은 작품의 정서를 더욱 깊고 애틋하게 만든다. 정희의 모습을 하늘나라 꽃동산환한 꽃빛으로 형상화한 표현은 슬픔보다 소망과 그리움을 담아내며 신앙적 위안을 전한다.

 

이 시의 가장 큰 미덕은 과장되지 않은 언어로 개인의 추억을 공동체의 기억으로 승화시킨 데 있다. 노란 키다리꽃은 단순한 어린 시절의 배경이 아니라 순수한 동심, 신앙의 뿌리, 그리고 먼저 떠난 이들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는 중심 이미지로 기능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한 사람의 회고록을 넘어, 한 시대를 살아온 신앙인들의 삶과 우정을 따뜻하게 증언하는 아름다운 추억의 서사시라 할 수 있다.

 

종합평:

향수(鄕愁), 동심, 신앙, 우정, 추모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특히 후반부의 시간적 전환이 깊은 울림을 준다. 어린 시절의 숨바꼭질이 인생과 신앙의 여정으로 확장되며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과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수작이다. 전체적으로 서정성 9, 이미지 형상화 9, 감동 9.5, 신앙적 메시지 10점에 이를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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