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름다워라1.
눈은 기억 위에 조용히 내려앉고
사랑은 오래된 노래처럼
다시 겨울 공기 속에서 들려온다
맞선의 어느 날
그는 이미 내 마음 한가운데로
조용히 걸어 들어와 있었다
“과수원에 오라”던 그 말
시간의 가장자리에서
오래도록 나를 부르던 약속
그 겨울의 토요일 오후
나는 전화 한 통 없이
그를 놀라게 하려 길을 나섰다
미루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
징검돌 위에 조심스레 놓인 발걸음
시냇물은 얼음처럼 맑고
하늘은 낮은 회색으로
눈을 품고 있었다
과수원은
겨울 속에서도 살아 있었다
파란 슬레이트 지붕 위
흰 비둘기들은 잠들 듯 머물고
작은 치와와들은 낯선 이를 향해
작은 경보처럼 짖어댔다
공작은 갑자기
오색의 날개를 펼치고
한겨울의 하늘을 잠시 열어 보였다
외양간의 새끼 밴 암소
마당을 바삐 오가는 오계
오리와 비둘기와 공작과 개들
그의 집은
작은 생명들의 합창이었다
금성산 자락 아래
겨울은 이미 봄의 숨결을 품고 있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리 있으랴”
셸리의 문장이
조용히 창문을 두드리던 시간
그가 달려 나와
내 손을 잡던 순간
차가운 손끝으로 번지던 온기
“이 추운 날 웬일입니까”
말은 놀람이었으나
눈빛은 이미 환영이었다
아랫목은 깊이 데워져 있었고
다락에서는
사과와 홍시와 밤과 땅콩이 쏟아졌다
시간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듯 흐르고
앨범 속 사진들은
한 사람의 생애를
조용히 펼쳐 보였다
방문을 열었을 때
세상은 이미
온통 하얀 겨울이었다
사과나무 가지마다
눈꽃이 피어 있었고
세상은 잠시
우리의 앞날을 축복하고 있었다
2. 사랑은 아름다워라 2
사랑은
사과나무 아래에서 노래가 되었다
“사랑은 아름다워라…”
그의 테너는
눈 속을 지나
내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왔다
영화 속 언덕의 느티나무 아래처럼
우리의 사랑도
보이지 않는 언덕을 건너
조용히 서로를 향해 걸어왔다
사랑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임을
살구꽃이 흩날리던 날
눈빛 웨딩드레스의 축복 속에서
우리는 한 가족이 되었고
웃음은 집안을 떠나지 않았다
계절은 돌고
흰 눈은 다시 내리고
사과나무는 해마다 꽃을 피웠다
그러나 어느 날
예고 없이
그는 떠났다
사슴목장의 바람 속으로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은 그대로인데
한 사람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하늘은 잠시
꽃과 햇살과 행복을 빌려주었다가
조용히 거두어 갔다
남겨진 딸과 나는
기다림과 그리움을 배웠다
사랑은 아름다워라 3
세월은 흘러
삼십 년이 지났지만
눈이 내리는 날이면
그는 다시 돌아온다
사과나무 아래
노래 속에서
느린 빛으로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조용히 메아리로 남는다
오늘도
내 가슴 한켠에서는
그 겨울의 노래가
여전히
아름답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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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름다워라
—수필을 시로 옮기며
눈은 기억 위에 조용히 내려앉고
사랑은 오래된 노래처럼
다시 겨울 공기 속에서 들려온다
맞선의 어느 날
그는 이미 내 마음 한가운데로
조용히 걸어 들어와 있었다
“과수원에 오라”던 그 말
시간의 가장자리에서
오래도록 나를 부르던 약속
그 겨울의 토요일 오후
나는 전화 한 통 없이
그를 놀라게 하려 길을 나섰다
미루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
징검돌 위에 조심스레 놓인 발걸음
시냇물은 얼음처럼 맑고
하늘은 낮은 회색으로
눈을 품고 있었다
과수원은
겨울 속에서도 살아 있었다
파란 슬레이트 지붕 위
흰 비둘기들은 잠들 듯 머물고
작은 치와와들은 낯선 이를 향해
작은 경보처럼 짖어댔다
공작은 갑자기
오색의 날개를 펼치고
한겨울의 하늘을 잠시 열어 보였다
외양간의 새끼 밴 암소
마당을 바삐 오가는 오계
오리와 비둘기와 공작과 개들
그의 집은
작은 생명들의 합창이었다
금성산 자락 아래
겨울은 이미 봄의 숨결을 품고 있었다
“겨울이 오면 봄이 멀리 있으랴”
셸리의 문장이
조용히 창문을 두드리던 시간
그가 달려 나와
내 손을 잡던 순간
차가운 손끝으로 번지던 온기
“이 추운 날 웬일입니까”
말은 놀람이었으나
눈빛은 이미 환영이었다
아랫목은 깊이 데워져 있었고
다락에서는
사과와 홍시와 밤과 땅콩이 쏟아졌다
시간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듯 흐르고
앨범 속 사진들은
한 사람의 생애를
조용히 펼쳐 보였다
그리고 문을 열었을 때
세상은 이미
온통 하얀 겨울이었다
사과나무 가지마다
눈꽃이 피어 있었고
세상은 잠시
우리의 앞날을 축복하고 있었다
사랑은
사과나무 아래에서 노래가 되었다
“Love is a many-splendored thing…”
그의 테너는
눈 속을 지나
내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왔다
영화 속 언덕의 느티나무 아래처럼
우리의 사랑도
보이지 않는 언덕을 건너
조용히 서로를 향해 걸어왔다
그날 나는 알았다
사랑은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임을
살구꽃이 흩날리던 날
웨딩드레스보다 더 가벼운 축복 속에서
우리는 한 가족이 되었고
웃음은 집 안을 떠나지 않았다
계절은 돌고
눈은 다시 내리고
사과나무는 해마다 꽃을 피웠다
그러나 어느 날
예고 없이
그는 떠났다
사슴목장의 바람 속으로
아무 말도 남기지 않은 채
세상은 그대로인데
한 사람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
영원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부재는 늘 예고 없이 깊었다
하늘이 잠시
꽃과 햇살과 행복을 빌려주었다가
조용히 거두어 간 것처럼
남겨진 나는
기다림과 그리움을 배웠다
세월은 흘러
삼십 년이 지나도
눈이 내리는 날이면
그는 다시 돌아온다
사과나무 아래
노래 속에서
느린 빛으로
사랑은 사라지지 않고
다만
조용히 메아리로 남는다
오늘도
내 가슴 한켠에서는
그 겨울의 노래가
여전히
아름답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