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텃밭에서 캐온 참비름/ 우수작
텃밭 한켠
가꾸지 않은 자리마다
참비름이 돋아나 있다
흐르는 물에
잎을 씻어내고
끓는 물에 잠깐
숨을 데쳐 올리면
풀은 잠잠해지고
초록의 맛만 남는다
된장과 고추장
서로 다른 맛을
섞어 조용히 비벼주면
파 향이 스치고
마늘이 깊어지고
깨소금이 흩어지고
마지막으로 참기름 한 줄기
참비름 나물이 완성된다
밥상 위에 이 나물로
초여름의 입맛이 살아난다
팬에 참비륾을 들기름에
살짝 볶기도 하고
때로는 얇은 옷을 입혀
튀김으로 피어나기도 하는 풀
‘참’이라는 말은
언제나 낯말 앞에 붙는다
참깨, 참기름, 참꽃처럼
진짜의 마음을 부른다
개비름과는 달리
참비름은 윤기 어린 작은 잎
조용히 먹을 수 있는 풀
한밤중 아이의 열기에도
말린 뿌리 한 줌 달여 먹이면
열을 내려주던 기억
오늘 저녁 식탁에
입맛을 잃은 딸에게
조용히 놓아두는
참비름나물 한 접시
말없이 건네는 향기로운 풀
참비름나물 한 입이
잠들어 있던 계절을 깨운다.
***작품평
이 작품은 ‘참비름’이라는 일상적인 들풀을 중심으로, 식재료이자 기억의 매개로서의 자연을 섬세하게 풀어낸 서정시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관찰 → 조리 → 식탁 → 기억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구성되어 있어, 한 편의 짧은 생활 서사처럼 읽힙니다.
먼저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감각의 촘촘한 전개입니다. “흐르는 물에 잎을 씻어내고 / 끓는 물에 잠깐 / 숨을 데쳐 올리면” 같은 구절은 조리 과정을 단순 설명이 아니라 ‘생명의 변화 과정’처럼 제시합니다. 풀은 단순히 음식 재료가 아니라, 삶과 시간 속에서 성질이 바뀌는 존재로 격상됩니다. “풀은 잠잠해지고 / 초록의 맛만 남는다”는 표현은 특히 인상적인데, 식물의 물리적 변화와 감각적 인상을 동시에 압축해 시적 이미지로 만들어냅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은 양념과 향신료를 통한 관계의 서술입니다. 된장, 고추장, 파, 마늘, 깨소금, 참기름이 단순한 조리 요소가 아니라 ‘조용히 섞이는 세계’로 그려지면서, 이 시는 음식 묘사를 넘어 조화와 섞임의 미학으로 확장됩니다. 이때 “조용히 비벼주면”이라는 동사는 인간의 개입을 과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배치해, 생활의 리듬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중반부의 “‘참’이라는 말은 / 언제나 낯말 앞에 붙는다”는 부분은 시의 중심 사유가 드러나는 지점입니다. 참깨, 참기름, 참꽃처럼 ‘참’이 붙는 단어들을 통해 ‘진짜, 본질, 순수성’에 대한 언어적 감각을 환기시키는데, 이는 단순한 재료 묘사를 철학적 층위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이 부분은 다소 설명적 성격이 강해, 앞부분의 감각적 밀도에 비해 약간 관념 쪽으로 기운 인상이 있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시는 음식에서 기억으로 이동합니다. “한밤중 아이의 열기”와 “말린 뿌리 한 줌”은 단순한 요리 경험이 아니라 돌봄의 기억을 불러오며, 참비름이 치료와 위안의 상징으로 확장됩니다. 마지막 “입맛을 잃은 딸에게 / 조용히 놓아두는 / 참비름나물 한 접시”는 이 시의 정서적 핵심인데, 말없는 돌봄의 방식이 음식으로 구현되어 있습니다. 결말의 “잠들어 있던 계절을 깨운다”는 표현도 계절성과 생명력의 회복을 잘 마무리합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작품의 강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생활적 소재를 서정적으로 승화시키는 능력
조리 과정을 감각적 언어로 전환하는 힘
음식 → 기억 → 돌봄으로 확장되는 구조
아쉬운 점을 굳이 짚자면, 중반부의 ‘참’에 대한 설명 부분과 일부 반복되는 종결 이미지(“참비름나물 한 입”, “한 접시”)는 이미 충분히 구축된 정서를 조금 정리하는 대신 약간 덧붙이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전체 흐름을 크게 해치지 않고, 오히려 의도된 여운으로도 읽힐 여지가 있습니다.
종합하면 이 시는 ‘풀’이라는 가장 낮은 생명에서 출발해, 식탁과 기억을 거쳐 돌봄의 정서로 확장되는 따뜻한 서정시로 완성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