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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앵무새가 건넨 이름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5|조회수2 목록 댓글 0

앵무새가 건넨 이름

 

말은 날개를 얻으면 어디까지 날아갈까

사람의 입을 떠난 단어는

때로는 꽃이 되고, 때로는 칼이 된다

 

이스라엘의 한 남자

겉으로는 평온한 얼굴로

보이지 않는 또 하나의 삶을 숨기고 있었다

 

그는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또 다른 이름을 감추기 위해

작은 앵무새 하나를 길들였다

 

“○○양, 안녕”

다정한 목소리로 반복된 문장들은

새의 기억 속에 자리 잡았고

그것은 장난처럼, 혹은 비밀처럼

집 안 공기를 장식했다

 

애인은 그 인사를 웃으며 받았고

남자는 그것을 성공이라 믿었다

진실이란 그렇게

웃음 속에서 더 깊이 숨겨진다고 생각하며

 

앵무새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소리의 결을 기억하는 존재

 

어느 날 문이 열리고

부인의 그림자가 집 안에 들어섰다

 

평범한 인사의 순간

새는 망설임 없이

가장 익숙한 문장을 꺼내 들었다

 

낯선 이름

어울리지 않는 다정함

 

공기 속에 떨어진 그 한 마디는

조용하지만 완전한 균열이었다

 

의심은 소리 없이 자라

결국 진실을 찾아내는 발걸음이 되었다

사진과 기록과 시선들

무엇보다 되돌릴 수 없는 언어

 

사람이 만든 거짓은

사람이 아닌 목소리에 의해 무너졌다

 

법정은 차가웠고 진실은 더 차가웠다

 

그 모든 결말 위에서 부인은 말했다

 

남편은 지울 수 없어도

그 새만큼은 미워하지 않겠다고

 

어쩌면 무너진 삶의 조각을

다시 정리하듯 그 앵무새를 품에 안았다

 

이제 그 새는

다른 문장을 배우고 있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

 

말은 끝내 책임을 남기고

침묵은 끝내 흔적을 남긴다

인간이 숨긴 진실보다

새가 되뇌는 한 문장이 더 멀리 가는 세계

 

어느 날, 바람이 문틈을 지나며

이렇게 속삭이는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무거운 말은

가장 가벼운 입에서 나온다고

진실은 언제나

자신이 아닌 곳에서 돌아온다고.

 

 

*작품평

이 작품은 “언어가 진실을 드러내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파괴의 매개가 된다”는 역설을 앵무새라는 존재를 통해 밀도 있게 밀어붙이는 서사시적 산문시입니다. 전체적으로는 단순한 불륜 서사가 아니라, 말의 책임과 복제된 언어의 폭력성을 중심에 둔 우화 구조에 가깝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앵무새의 설정입니다. 앵무새는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채 “반복”만 하는 존재인데, 바로 그 무의미한 반복이 인간의 가장 은폐된 진실을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이 대비가 작품의 핵심 긴장입니다. 인간은 의도를 숨기고, 새는 의도 없이 말하지만 결과적으로 새가 진실을 폭로합니다. 여기서 “말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서사적으로는 점진적인 붕괴 구조가 안정적으로 짜여 있습니다.

평온 → 은폐된 이중생활 → 반복된 문장의 축적 → 우연한 노출 → 균열 → 법정 → 이후의 침묵과 잔여.

이 흐름이 비교적 명확해서 읽는 사람이 사건을 따라가면서도, 동시에 언어적 긴장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장 미학도 강점입니다.

“사람의 입을 떠난 단어는 때로는 꽃이 되고“앵무새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소리의 결을 기억하는 존재”는 이 작품의 핵심 명제를 압축한 좋은 문장입니다. 이런 문장들이 작품 전체를 느슨하게 연결하는 철학적 기둥 역할을 합니다.

 

다만 아쉬운 지점도 있습니다. 몇몇 부분은 이미지를 충분히 확장하기보다 설명으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심은 소리 없이 자라 / 결국 진실을 찾아내는 발걸음이 되었다” 같은 구절은 시적이라기보다는 서술적 요약에 가까워, 앞부분의 이미지 밀도를 약간 약화시킵니다. 후반부 “법정은 차가웠고 진실은 더 차가웠다”도 의미는 명확하지만 다소 익숙한 표현이라 긴장감이 줄어듭니다.

 

결말부의 “가장 무거운 말은 가장 가벼운 입에서 나온다”는 역설은 전체 주제를 잘 정리하지만, 이미 작품 안에서 여러 번 변주된 핵심 아이디어라서 새로움보다는 정리의 기능에 머무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한 방이 조금 더 “구체적인 장면”으로 떨어졌다면 여운이 더 강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때로는 칼이 된다” 같은 문장은 주제를 직접 선언하면서도 시적으로 열어두는 기능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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