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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235.동화는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6|조회수1 목록 댓글 0

 

235.동화는 마음속에 오래 머문다

 

외손자의

깊고도 푸른 호수 같은 눈빛에

풍덩 빠져드는 순간,

 

마음 가득

천하를 얻은 듯한 기쁨이

잔물결처럼 번져간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줄까.

 

젊어지는 물을 욕심내어

너무 많이 마신 탓에

할아버지가 아기가 되어버린 이야기.

 

아이는 우스워 죽겠다는 듯

까르르 웃으며

 

“할머니도

동화 속 이야기 들으면

아기가 되나요?”

 

그 물음에

나는 조용히 웃으며 말한다.

 

“동화는

마음속에 오래 머물러야 한단다.”

 

“할머니, 또 이야기 해주세요.”

 

“그래, 우리 손자야.

할머니가 찾아봐야지.”

 

두뇌 속 이야기 창고의 문을 천천히 열고

나는 기억의 길을 걸어간다.

 

그 안에서

가장 따뜻한 이야기 하나를 골라

다시 꺼내 들려줄 준비를 한다.

 

*작품평

 

이 작품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위’ 자체를 따뜻한 정서로 감싸면서, 세대 간 정서 교류를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점이 가장 큰 미덕입니다. 전반적으로 서정성과 서사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 읽는 사람이 장면을 따라가며 감정에 스며들기 쉽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첫 연의
외손자의 / 깊고도 푸른 호수 같은 눈빛
이라는 비유는 작품 전체의 정서를 여는 핵심 이미지입니다. ‘호수라는 비유는 맑음과 깊이, 동시에 고요한 흡입력을 함께 담고 있어서 화자의 감정(빠져드는 순간의 기쁨)을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또한 “마음 가득 / 천하를 얻은 듯한 기쁨”은 과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손자와의 교감이라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확장으로 읽힙니다. 개인적 행복을 우주적 감각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동화적 분위기와도 잘 맞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젊어지는 물” 모티프는 흥미롭습니다. 동화적 설정을 통해 ‘이야기=변화의 힘’이라는 은유를 만들고 있는데, 이 부분이 작품의 중심 축 역할을 합니다. 다만 이 설정은 조금 더 구체적 이미지가 보강되면 독자의 몰입이 더 깊어질 여지가 있습니다. 지금은 개념적으로 이해되는 비중이 약간 더 큽니다.

대화 부분(“할머니도 동화 속 이야기 들으면 아기가 되나요?”)은 이 작품의 정서적 정점입니다. 아이의 질문이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이고, 이에 대한 화자의 답이 설교가 아니라 여백을 남기는 방식이라서 좋습니다.
동화는 마음속에 오래 머물러야 한단다.”는 메시지를 직접 설명하면서도 과하지 않고, 작품의 주제를 조용히 정리해 줍니다.

마지막 연의
두뇌 속 이야기 창고의 문
이미지는 다소 설명적인 편입니다. 앞부분이 호수, , 감정의 흐름 같은 감각적 이미지 중심이라면, 마지막은 약간 개념어(두뇌, 창고)가 등장하면서 결이 조금 바뀝니다. 이 부분을 예를 들어 기억의 서가이야기가 잠든 방처럼 이미지화하면 전체 톤과 더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 작품의 강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화적 정서와 현실적 감정의 자연스러운 결합

손자와 할머니의 대화에서 오는 따뜻한 긴장감

‘이야기’라는 행위 자체를 삶의 의미로 확장하는 구조

다만 개선 여지는

후반부의 설명적 어휘를 이미지 중심으로 더 통일

일부 상징(젊어지는 물 등)의 감각적 구체화 강화

전체적으로는 ‘서정 동화시’로서 충분히 완성도가 있고, 특히 마지막 질문과 답의 구조가 작품을 오래 남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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