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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4.갈랑김치와 여름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7|조회수2 목록 댓글 0

4.갈랑김치와 여름

 

 

찜통더위 펄펄 끓던 여름 한낮

1950년대, 학교에서 돌아온 영이는

거무스름하게 식은 보리밥 위에

연두빛 갈랑김치 한 이파리를 얹었다

 

새큼하고도 은근히 달큰한 맛이

잃었던 입맛을 조용히 깨우고

보리밥 한 그릇은 금세 비워졌다

 

그 시절 우리 집은 세 끼를 챙겨 먹어

그나마 중산층이라 불렸지만

하루 한 끼도 갱죽으로 버티는

동무들이 적지 않았다

 

함께 놀자 뛰어오던 아이들 배 속엔

도랑물처럼 허기진 소리가 흘렀다

 

가난했지만 아이들의 눈빛은 맑았고

내일이라는 푸른 꿈 하나로

서로의 하루를 환하게 밝혀 주었다

 

그 여름의 아이들과 웃음은
지금도 마음 한켠에 남아
세월의 결을 타고 흐르며
희미한 햇살의 온기로 오래 머문다

 

*작품평

이 작품은 1950년대 여름의 기억을 통해 ‘가난’과 ‘생존’, 그리고 그 안에서의 ‘아이들의 순수함’을 함께 포착하는 회상시로 읽힙니다. 전반적으로는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서사적 정서가 중심이고, 음식(갈랑김치, 보리밥, 갱죽)을 매개로 시대의 결핍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구조입니다.

특히 도입부의 “찜통더위 펄펄 끓던 여름 한낮”과 “거무스름하게 식은 보리밥”의 대비는 감각적으로 잘 살아 있습니다. 더위와 냉기, 생기와 무기력 같은 대비가 식탁 장면에 압축되면서 당시의 생활상이 즉각적으로 전달됩니다. 여기에 “연두빛 갈랑김치”가 색채 이미지로 들어오면서, 단순한 빈곤 서술이 아니라 미각과 시각이 함께 작동하는 기억으로 확장됩니다.

중반부에서는 개인의 식사 경험이 사회적 맥락으로 넓어집니다. “중산층”이라는 표현과 “갱죽으로 버티는 동무들”의 대비는 당시 계층 격차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도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제시됩니다. 특히 “도랑물처럼 허기진 소리”라는 비유는 아이들의 배고픔을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살아 있는 자연 이미지로 환기시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후반부는 이 시의 정서적 핵심입니다. “가난했지만 아이들의 눈빛은 맑았고 / 내일이라는 푸른 꿈”이라는 구절은 전형적인 회상시의 문장일 수 있지만, 앞부분에서 구축된 구체적 생활 이미지 덕분에 설득력을 얻습니다. 즉, 추상적인 낙관이 아니라 ‘버텨낸 기억 위의 낙관’으로 읽힙니다.

다만 몇 가지 보완점을 말하자면, 후반의 정서적 정리 부분에서 다소 설명적인 문장이 이어지면서 이미지의 밀도가 약해지는 느낌이 있습니다. 특히 “세월의 결을 타고 흐르며 / 희미한 햇살의 온기로 오래 머문다”는 결론부는 다소 익숙한 회상시의 표현에 기대고 있어 앞부분의 구체성과 비교하면 힘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마지막 여운을 조금 더 감각적인 이미지로 마무리하면 전체의 인상이 더 선명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음식 기억 가난의 현실 아이들의 세계 회상의 온기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구조가 안정적이고, 특히 초기 장면의 구체성이 작품의 설득력을 크게 높여주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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