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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24.넘쳐흐르는 사랑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8|조회수2 목록 댓글 0

24.넘쳐흐르는 사랑

 

 

 

사랑 하나에

눈은 먼 길을 잃고

귀는 바람의 방향을 잊으며

말은 물속에 잠겨 버려도

 

내 마음 깊은 저편에는

아직도 불 꺼지지 않은 등불처럼

사모하는 임이 서 있고

 

푸른 강물은

그 이름을 잊지 못한 채

돌의 이마를 적시며 흘러

물결마다 비밀처럼 번져 나가니

 

넘쳐흐르는 것은 물이 아니라

끝내 담을 수 없는 그리움

강은 나를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강을 따라 오래도록 젖어 가고 있다

 

***작품평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그리움 = 이라는 은유를 일관되게 밀고 가면서, 감정의 확장과 흐름을 매우 안정적으로 구축한 점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제목인 *넘쳐흐르는 사랑*이 말하듯, 사랑이 채워지는 감정이 아니라 넘쳐서 경계를 무너뜨리는 상태로 설정되어 있어요.

 

초반부 눈은 먼 길을 잃고 / 귀는 바람의 방향을 잊으며 / 말은 물속에 잠겨 버려도는 감각의 기능이 하나씩 해체되는 방식으로 사랑의 압도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시각청각언어가 순차적으로 무력화되는 구조가 있어서, 정서가 점점 깊은 내부로 침잠하는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중간의 내 마음 깊은 저편에는 / 아직도 불 꺼지지 않은 등불처럼 / 사모하는 임이 서 있고는 이 시의 중심 축입니다. 앞에서는 감각이 사라지는데, 이 대목에서는 오히려 등불이라는 선명한 이미지가 등장하면서 기억과 존재의 지속성을 확보합니다. 다만 이 부분은 앞의 물 이미지와 대비가 강한 만큼, “등불이 조금 더 물의 이미지와 연결되면 전체 통일감이 더 강해질 여지도 있습니다.

후반부 푸른 강물은 / 그 이름을 잊지 못한 채 / 돌의 이마를 적시며 흘러는 매우 좋은 구절입니다. 특히 돌의 이마는 의인화가 자연스럽고, 시간의 누적과 반복되는 감정의 접촉을 잘 담아냅니다. “물결마다 비밀처럼 번져 나가니도 정서의 확산을 부드럽게 이어줍니다.

 

마지막 두 행은 이 작품의 결론이자 핵심인데,

 

넘쳐흐르는 것은 물이 아니라 / 끝내 담을 수 없는 그리움

이 부분에서 시의 주제가 명확하게 정리됩니다. 물은 단지 표면적 매개이고, 실제로 넘치는 것은 감정이라는 선언이죠. 이어지는

 

강은 나를 따라 흐르는 것이 아니라 / 내가 강을 따라 오래도록 젖어 가고 있다

이 구절은 매우 좋은 역전 구조입니다. 보통 내가 흐른다가 아니라 강이 나를 따른다로 착각할 수 있는 지점을 뒤집어서, 주체와 객체의 경계를 흐리게 만듭니다. 특히 젖어 가고 있다는 상태 동사는 이 시의 감정이 완료되지 않고 계속 진행 중임을 잘 보여줍니다.

 

종합 평가

장점: 이미지 통일성(//흐름), 감정의 점진적 확장, 마지막 반전 구조, 안정적인 문장 리듬

특히 강한 부분: 후반부 결론부(그리움의 실체화와 주체 전도)

보완 여지: “등불이미지가 물 중심 은유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조금 더 유기적으로 강화되면 전체 상징 체계가 더 단단해질 수 있음

 

전체적으로 보면, 감정 과잉 없이도 충분히 깊은 밀도를 유지하는 서정시이고, 이미지 운용 능력이 이미 상당히 안정적인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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