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박하 시 작품

25.문방구 앞에서 데려온 병아리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8|조회수2 목록 댓글 0

25.문방구 앞에서 데려온 병아리

 

 

 

학교 앞 문방구에서 천 원에 사온 병아리

일학년 외동딸은 귀엽다며 떠날 줄 모른다

삐약삐약 병아리 소리와

아이의 웃음이 집안을 채운다

 

문방구 병아리 사흘 못 간다

이웃 끝수 아지매 말

불안한 예감 마음 한구석에 남는다

 

병아리는 저녁부터 기운이 없더니

다음날 아침 숨을 멈추었다

딸아이의 울음 집안을 뒤흔들고

우리 부부는 과수원 한켠 상추밭 옆에

노란병아리를 눕히고 흙을 덮는다

 

작은 나무 십자가 세우고 기도한다

꽃이 만발한 곳에서 편히 쉬게 해주세요

 

엄마, 아빠병아리도 천국 가요?”

, 아주 착한 병아리라 하늘나라에 가.”

 

봄바람이 아이의 뺨을 스치고 햇살이 내려앉는다

젖은 눈으로 바라본 그 자리엔

작은 생명이 남긴 온기가 조용히 흙 속에 스며든다

 

노란병아리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더 따뜻한 곳으로 갔다는 것을

상추잎은 바람 속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작품평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기억과 생명의 유한함, 그리고 그 경험이 가족 안에서 어떻게 정서적으로 수렴되는지를 매우 차분하고 서정적으로 담아낸 시입니다. 전체적으로는 작은 생명의 죽음이라는 단일 사건을 중심으로, 아이의 세계와 부모의 세계가 충돌하고 다시 화해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우선 가장 두드러지는 장점은 서사의 자연스러움과 감정의 단계적 상승입니다.
문방구에서 병아리를 사오는 장면은 매우 일상적이고 가벼운데, “사흘 못 간다는 이웃의 말이 들어오면서 미묘한 불안이 깔립니다. 이후 실제 죽음의 사건으로 이어지며, 감정은 아이의 울음과 부모의 묘지 장면을 거쳐 정점에 도달합니다. 이 흐름이 과장 없이 진행되어 오히려 더 현실적인 울림을 만듭니다.

또한 상징의 사용이 과하지 않게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노란 병아리는 순수함과 생명, 동시에 취약성을 상징하고, 상추밭 옆에 묻히는 장면은 일상적인 자연 속으로의 귀환처럼 읽힙니다. 마지막에 상추잎이 바람 속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는 문장은 직접적인 설명 없이도 여운을 남기며, 죽음을 단절이 아닌 자연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시선으로 확장됩니다.

대화체(“엄마, 아빠… 병아리도 천국 가요?”)의 삽입도 효과적입니다.
이 한 줄이 작품의 정서를 결정짓는데, 아이의 질문은 단순하지만 매우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며, 부모의 답은 현실의 슬픔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면서도 정서적 위안을 제공합니다. 이 지점에서 작품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라는 층위로 올라갑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첫째, 감정의 방향이 비교적 명확하게 한쪽(슬픔과 위로)으로 정리되어 있어, 독자가 해석할 여지가 다소 제한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의 내면 갈등이나 죄책감, 혹은 병아리를 산 선택에 대한 복합적 감정이 조금 더 드러났다면 작품의 입체감이 더 살아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