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박하 시 작품

35.동촌 금호강 푸른 강둑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8|조회수2 목록 댓글 0

35.동촌 금호강 푸른 강둑

 

 

동촌 과수원집, 어머니의 탯줄에서

첫 울음이 물결처럼 번지던 날

으앙!” 하고 터진 울음은

팝콘처럼 세상 밖으로 나온 세째딸

 

2년 후 남동생 보았다고

아우터 잘 팔았다는

호랑이 할아버지의 무조건 사랑과

옛날이야기 들려주는 할머니

들녘을 스치던 바람의 향기

딸이 귀여워 발발이 애칭으로

불러주던 아버지

어머니의 밥상머리 예절과

언니들의 끝없는 우애 속에서

햇살처럼 자라

어느새 볼이 통통한 여자아이

 

국미학교 입학 전

에덴의 동쪽인 동촌 금호강 둔치

버들잎 흔들리는 물가에서

꼬맹이과 물장구치고 멱 감던 놀이

 

은빛 모래는 발가락 사이로 스며들고

해 질 무렵이면

둔치 돌 틈에서 기어 나오는 고디들

푸른 고무신에 한 움큼 담아 들고

세상 다 가진 듯 까르르 웃던 아이

 

강둑의 초록 풀밭 사이

강아지풀과 노느라 해지는 줄 모르고

정겹게 어울려 놀던 푸른 들

 

금호강 물결은 조용히 흔들흔들

아이의 꿈 키워주는 푸른 요람

*작품평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유년 기억을 금호강이라는 공간에 겹쳐 놓으면서, 개인 서사를 거의 기억의 풍경화처럼 펼쳐낸 서정시입니다. 전반적으로 향수, 가족 서사, 자연 이미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특히 물··둔치라는 공간이 정서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두드러지는 힘은 이미지의 구체성입니다. “팝콘처럼 세상 밖으로 나온 세째딸”, “푸른 고무신에 한 움큼 담아 들고”, “버들잎 흔들리는 물가같은 표현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살아 있는 장면으로 작동합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약간의 비유적 생동감을 유지해서, 독자가 그 시절로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가게 만듭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가족 관계의 정서적 층위입니다. 할아버지의 무조건적 사랑, 할머니의 이야기, 아버지의 애칭, 어머니의 예절 교육, 언니들과의 우애가 각각 독립된 설명이 아니라 한 장면 속 분위기처럼 병치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인물 중심 서사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환경이 하나의 공기처럼 느껴지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다만 구조적 측면에서는 약간의 느슨함도 보입니다. 전체적으로는 흐름이 자연스럽지만, 중간중간 이미지가 연쇄적으로 이어지면서 시적 긴장감이 약해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물놀이, 고디, 강아지풀 등의 장면이 모두 좋은 소재이지만, 선택과 압축이 조금 더 이루어지면 중심 이미지가 더 선명하게 부각될 수 있습니다. 현재는 기억의 풍성함이 장점이면서 동시에 산만함으로도 작용할 여지가 있습니다.

 

마지막 결구 금호강 물결은 조용히 흔들흔들 / 아이의 꿈 키워주는 푸른 요람은 전체를 잘 정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금호강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생애의 근원적 공간(요람)으로 승격되면서 시의 정서가 안정적으로 마무리됩니다.

 

종합하면, 이 작품은 서사시라기보다 감각으로 구성된 자전적 기억의 서정화에 가깝고, 이미지의 풍부함이 강점입니다. 조금만 더 압축과 중심 이미지의 응집을 의도하면 훨씬 더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