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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44.별 따온 인연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19|조회수1 목록 댓글 0

44.별 따온 인연

 

맨날 바쁘다 바빠,

우째 그리 바쁘노.

 

숨 돌릴 틈도 없이

종종걸음 치는 402호 박 여사.

 

와 그리 바삐 댕기노. 아무리 급해도

사람 숨보다 빠를 순 없데이.

 

그카다간 탈난다. 몸 상하면 우짤라카노.

일도 쉬엄쉬엄 하거라.”

 

아파트 뜰 끝자락에서

502호 아지매가 건네는 한마디.

이리 와서 한숨 쉬어가소.”

 

그 말 한 줌에 가슴 깊은 곳까지

따신 바람이 스며든다.

 

오늘도 웃으며 말한다.

“402호야,

부녀회 인사하다가 신원 알아봤지.

 

우리는 반남박씨,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갑장 아이가.

 

보통 인연 아이데이. 하늘의 별 따온 축복이지.

앞으로 찰떡처럼 지내자.”

 

구구절절 맞는 말.

 

그 소리가 가슴에 닿자

맑은 샘물 하나 은근히 솟아오른다.

 

나는 웃으며 짧게 답한다.

그럽시다.”

 

그 한마디 뒤에는

 

이웃의 안부가 있고,

세월이 빚은 정이 있고,

 

인생길 함께 걸어가자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502호가 건네는 정은

말랑말랑한 인절미 같고

노란 콩고물의 고소함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고,

아파트 뜰에 머문 그 온기는

내 하루를 따뜻하게 데우고,

내일도 내 삶을 데운다

 

별처럼 내려온 인연 하나,

가슴 한켠에서 오래도록 빛난다.

 

특히 마지막 연은 원문의 "오늘도 내 하루를 따뜻하게 데워준다"보다 여운이 길게 남도록 다듬었습니다.

 

오늘도 내 하루를 데우고,

내일도 내 삶을 데우며,

별처럼 내려온 인연 하나,

가슴 한켠에서 오래도록 빛난다.

 

이 마무리가 제목 **별 따온 인연**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시 전체의 완성도를 높여줍니다.

 

 

*작품평

이 시 **〈별 따온 인연〉**은 아파트라는 일상적 공간 속에서 피어난 이웃 간의 정을 따뜻하고 소박하게 담아낸 작품입니다. 경상도 사투리를 적극 활용하여 인물의 성격과 정서를 생생하게 살렸고, 독자에게 친근감과 현장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이리 와서 한숨 쉬어가소"라는 짧은 한마디가 단순한 말 이상의 위로와 돌봄으로 확장되는 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바쁜 삶에 지친 화자의 마음속으로 "따신 바람"이 스며드는 표현은 이웃의 관심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또한 같은 성씨, 같은 해 같은 달에 태어난 '갑장'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며 인연을 "하늘의 별 따온 축복"으로 승화시키는 부분은 작품의 제목과도 긴밀하게 연결됩니다. 평범한 만남을 특별한 인연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긍정적입니다.

후반부에서는 "인절미"와 "콩고물"이라는 친숙한 비유를 통해 502호의 정을 감각적으로 형상화했습니다. 달콤하거나 화려한 이미지보다 구수하고 포근한 이미지를 선택한 점이 작품 전체의 정서와 잘 어울립니다. 독자는 그 비유를 통해 이웃의 정이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 맛처럼 마음속에 머문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다만 작품이 지닌 따뜻한 메시지가 충분히 전달되는 만큼, "이웃의 안부가 있고 / 세월이 빚은 정이 있고" 이후의 설명적 진술은 조금 압축해도 좋겠습니다. 현재는 감동을 직접 설명하는 부분이 다소 길어져 시적 여운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몇몇 구절을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면 더욱 깊은 울림이 생길 것입니다.

종합하면, 별 따온 인연은 현대 도시 생활 속에서 점점 귀해지는 이웃의 정과 인간적 온기를 진솔하게 노래한 생활 서정시입니다. 꾸밈없는 언어와 사투리의 맛, 그리고 따뜻한 정서가 어우러져 읽는 이의 마음에도 잔잔한 온기를 남기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럽시다"라는 짧은 응답 속에 담긴 깊은 공감과 신뢰가 이 시의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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