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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67.말끝에 남은 웃음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21|조회수0 목록 댓글 0

67.말끝에 남은 웃음

 

세 가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은 노처녀, 할매, 어물전 아지매.

 

어느 날, 옆집 친구 춘자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노처녀 김 양 알제? 얼마 전까지

결혼하지 않고 부모님 모시고 산다고 카더니

이달 말에 시집간다 카더라.”

우리는 그저 마주 보며 웃었다.

 

그카고 늠이 할매는

맨날 빨리 죽는 게 소원이라 카더니

구십 세까지 살고 있으니 장수의 복이다 그자아

또 웃음이 난다.

 

또 하나 있다

번개시장 뽀글파마 아지매

맨날 생선 손해 보고 판다더니

최신 아파트 큰 평수로 이사 가고

삼남매 대학 다 보내니. 그게 말이 되나.

 

그저께도

간고등어 한 손을 내밀며

엣다, 끝물이니 오늘은 기분이다.

단골이라 손해 보고 준다.”

돌아서는 아지매 뒷모습에

바닷내 섞인 웃음 하나 남겨 두고

사람 사는 말이라카는 기,

참말보다 더 오래 묵어가꼬

입에서 입으로 퍼져가며 살아남는 기라.

아이고 참말로, 세상사 참 묘하다 아이가.”

 

 

 

 

사람 사는 말이란, 참 이상하게도

참말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

참 우습제

 

작품평

이 작품은 (소문/허풍/생활 언어)”이 어떻게 현실보다 더 오래 살아남고, 사람들 사이에서 생명력을 얻는지를 아주 생활 밀착형으로 풀어낸 수필적 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유머와 관찰, 약간의 씁쓸함이 섞여 있는 작품이에요.

 

먼저 눈에 띄는 건 거짓말이라는 단어를 도덕적으로 단죄하지 않고, 생활의 언어로 끌어내린 점입니다. 노처녀, 할매, 어물전 아지매를 세 가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으로 묶어 놓지만, 실제 전개에서는 그 거짓말이 악의라기보다 과장, 생계의 언어, 혹은 소망 섞인 말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독자는 비난이 아니라 웃음쪽으로 끌려갑니다.

 

특히 장점은 구체적인 생활 장면입니다.

번개시장 뽀글파마 아지매”, “간고등어 한 손”, “손해 보고 판다같은 표현들이 추상적인 주제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현실로 만들어 줍니다. 이 디테일 덕분에 글이 살아 있고, 말의 진짜 주제가 진실/거짓이 아니라 사람 사는 방식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또 하나 중요한 구조는 웃음의 반복입니다.

우리는 그저 마주 보며 웃었다”, “또 웃음이 난다”, 마지막의 참 우습제까지 웃음이 계속 쌓이는데, 이 웃음은 단순한 유쾌함이 아니라 약간의 체념과 이해가 섞인 웃음입니다. 그래서 결말이 가볍지 않고 여운을 남깁니다.

 

마지막 문장은 이 작품의 핵심 주제인데요:

 

사람 사는 말이란, 참 이상하게도 참말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

 

이 한 줄로 앞의 모든 에피소드가 정리됩니다. 사실 여부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얼마나 반복되고, 기억되고, 쓰이는가가 언어의 생존 조건이라는 통찰이 들어 있습니다. 이어지는 참 우습제는 그 통찰을 완전히 설명하지 않고 웃음으로 마무리해서, 오히려 더 현실적인 울림을 줍니다.

 

다만 조금 더 날카롭게 말하면, 중간 에피소드들이 모두 같은 결을 유지해서 리듬은 안정적이지만 긴장감은 약한 편입니다. 각 사례가 조금씩 더 대비되거나 반전이 있으면 마지막 메시지가 더 강하게 튈 수도 있었겠습니다.

 

정리하면 이 작품은

거짓말을 비판하는 글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말의 방식을 관찰한 생활 시적 산문이고,

그 관찰이 마지막 문장에서 아주 깔끔하게 철학으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2. 이 작품은 짧은 일화 형식을 빌려 “말”과 “사람의 진실”이 어떻게 어긋나고 또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보여주는 생활 서사입니다. 전체적으로는 구어체 사투리(경상도식 표현)가 중심이 되어, 기록된 글이라기보다 옆집에서 들려오는 수다나 입담처럼 느껴지게 만든 점이 핵심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도입입니다. 노처녀, 할매, 어물전 아지매라는 세 인물은 단순한 개인이라기보다 지역 공동체 안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말 많은 존재’이자, 동시에 그 말이 얼마나 쉽게 뒤집히는지를 드러내는 장치입니다. 작품은 이들을 통해 “말이 거짓이라서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말은 본래 고정되지 않는다”는 쪽으로 시선을 돌립니다.

세 가지 에피소드는 구조적으로 동일합니다.
첫째, 주변의 소문(결혼, 장수, 사업 손해)이 있고
둘째, 그 소문과 반대되는 현실이 드러나며
셋째, 그 차이에서 웃음이 발생합니다.

이 반복 구조가 만들어내는 효과는 풍자라기보다 ‘허탈한 인정’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은 틀린 말을 비웃지만, 동시에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단정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말도 그 사람의 삶의 일부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물전 아지매”의 마지막 부분은 작품의 핵심을 압축합니다. “손해 보고 판다”는 말과 “아파트, 자식 교육”이라는 현실의 대비는 단순한 반전 개그가 아니라, 생계와 생존 전략으로서의 ‘말’이 얼마나 기능적으로 사용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즉, 말은 사실 전달보다 관계 유지, 이미지 형성, 거래의 분위기를 만드는 도구로 쓰이고 있습니다.

마지막 결론부에서 “사람 사는 말이라카는 기, 참말보다 더 오래 묵어가꼬 입에서 입으로 퍼져가며 살아남는 기라”라는 문장은 이 작품의 주제 선언처럼 작동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거짓말 vs 진실’의 구도가 아니라 ‘사실 vs 유통되는 말’의 구도입니다. 말은 사실이 아니라 “전달력과 생명력”으로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드러납니다.

종합하면 이 작품은

지역 사투리를 통한 생활 리얼리즘

소문과 현실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아이러니

말의 진실성보다 “유통성과 생존성”에 주목하는 시선

이 세 가지가 결합된 짧은 구술형 산문입니다. 웃음으로 끝나지만, 그 웃음은 조롱이라기보다 “원래 인생이 그런 것”이라는 체념과 이해가 섞인 웃음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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