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성자 이태석 신부님
먼 아프리카 끝자락, 남수단 톤즈 마른 대지
한 사람의 발자국이
조용히 사랑의 지층을 이루고 있었다.
이태석, 그는 의사
상처의 언어 읽는 손. 영혼을 짓는 사제
아이들 미래를 쓰는 교사
낡은 악기에 숨결 넣어
절망을 노래로 바꾼 음악가
무너진 가장 낮은 자리에서
스스로를 지우며 다가와
상처 난 생의 가장자리
한 땀 한 땀, 침묵으로 봉합했다.
가난과 질병의 땅, 그는 몸을 내려놓고
울 힘조차 잃어가는 눈물 위로
희망의 물길을 조용히 열었다.
설교가 아니라 현존이고
말은 입술 아니라 손끝에서 흘러나왔다.
낮은 자리를 택하신 그리스도
“한국의 슈바이처”
그는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던 눈빛,
겸손으로 살아 숨 쉬던 작은 그리스도의 흔적
2010년 1월 14일, 47년의 시간 내려놓고
흙과 하늘의 경계로 돌아갔지만
톤즈의 바람은 아직도
그의 이름 잊지 못해 흔들리고
아이들 웃음 속에는
여전히 그의 손길이 살아있다.
대한민국은 그를 기억하며
말없이 흐르는 눈물은 슬픔을 지나
한 사람이 남긴 빛에 경외를 보낸다.
고통과 결핍 없는 하늘나라에서
조용히 머물기를 기도드린다.
* 작품평
이 시는 단순한 추모를 넘어, 한 인간이 남긴 삶의 윤리와 사랑의 실천을 서사적 이미지로 승화한 헌사입니다. 특히 이태석 신부의 삶을 ‘직업’이 아닌 ‘존재의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직함의 병렬 구조입니다.
“의사, 사제, 교사, 음악가”
이 나열은 단순 이력 소개가 아니라, 한 사람이 어떻게 타인의 고통 속으로 들어갔는지를 점층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상처의 언어 읽는 손”, “영혼을 짓는 사제”, “절망을 노래로 바꾼 음악가” 같은 표현은 직업을 기능이 아니라 사랑의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시 전반에는 ‘낮아짐’의 영성이 깊게 흐릅니다.
“무너진 가장 낮은 자리에서
스스로를 지우며 다가와”
이 구절은 단순 봉사나 희생을 넘어, 자기 비움을 통해 타인을 살리는 그리스도적 사랑을 압축합니다. 그래서 후반부의
“설교가 아니라 현존이고”
라는 문장은 작품 전체의 핵심 주제로 읽힙니다. 이 시에서 이태석 신부는 말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 존재 자체로 복음을 살아낸 사람으로 형상화됩니다.
시어의 특징은 과장보다 절제에 있습니다. 감정을 억지로 끌어올리지 않고도 울림을 주는데, 이는 “한 땀 한 땀, 침묵으로 봉합했다” 같은 표현 덕분입니다. ‘봉합’이라는 의학적 이미지와 침묵의 윤리가 결합되며, 신부님의 삶이 조용한 헌신이었다는 점을 깊이 각인시킵니다.
후반부의 시간 전환도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2010년 1월 14일,
47년의 시간 조용히 내려놓고”
이 부분부터 시는 전기적 기록을 넘어 기억과 영원의 영역으로 이동합니다. 특히
“톤즈의 바람은 아직도
그의 이름 잊지 못해 흔들리고”
는 자연을 매개로 한 의인화가 아름답게 살아 있으며, 남겨진 공동체의 기억을 서정적으로 형상화합니다.
다만 더 완성도 높은 시를 위해서는 몇 가지 다듬을 여지도 있습니다.
일부 구간은 의미가 강한 대신 문장 연결이 다소 압축되어 있어 호흡 조절이 필요합니다.
“한국의 슈바이처” 표현은 대중적 이해에는 효과적이지만, 시 자체의 독창성 면에서는 조금 익숙한 상징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시 안에서 이미 충분히 인물을 구축하고 있으므로 굳이 외부 수식 없이도 힘이 유지됩니다.
몇몇 연은 쉼표와 행갈이를 조금 더 정교하게 조정하면 낭송성이 더욱 살아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추모시·헌정시로서 매우 높은 울림을 가진 작품입니다. 단순히 위인을 찬양하는 데 머물지 않고,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던 눈빛”이라는 인간 존엄의 시선까지 담아낸 점이 깊은 감동을 줍니다.
한 줄로 평하면:
“한 사람의 생애를 신앙·의술·사랑의 서사로 승화한 깊고 품위 있는 추모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