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성탄전야제
다섯 살 여자아이
‘그 어리신 예수’를 작은 품에 안고
성탄전야제 무대에서 독무용을 마쳤다.
무대 아래로 내려오자
강영자 반사님은 "참 잘했다."
따뜻한 품으로 어린 나를 안아 주셨다.
선생님의 양단 저고리에서
은은히 번지던 박하분 향기.
언니들과 집으로 돌아오며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수천만 개 별빛이 보석처럼 반짝였고
그 가운데 하나
조용히 미끄러지듯 흐르던 별.
그날의 유성은 지금 어디쯤
지나고 있을까.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
그 옛날 다섯 살 여자아이였던 나는
교회 유치부 교사가 되었다.
다시 찾아온 성탄전야제.
유치부 작은 여자아이에게
‘그 어리신 예수’ 독무를 가르쳤고
아이는 무대 위에서
오래전 내가 그랬던 것처럼
고운 춤을 추었다.
무용을 마치고 내려오자
나는 아이를 따뜻이 안아 주며
"참 잘했다.“ 조용히 칭찬했다.
내 품에 안긴 이 작은 아이는
지금 어떤 향기를 기억하게 될까.
오래전 박하분 향기처럼
사랑은 향기가 되어 세월을 건너 흐른다.
이 시는 성탄전야의 한 장면을 통해 사랑과 기억의 계승, 그리고 교육과 돌봄의 순환을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우선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구체적인 감각적 기억을 중심으로 서사가 자연스럽게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다섯 살 아이가 성탄전야제에서 독무를 마친 뒤 강영자 반사님의 품에 안기며 맡았던 "박하분 향기"는 단순한 후각적 기억이 아니라 사랑과 격려의 상징으로 기능합니다. 특히 "은은히 번지던 박하분 향기"라는 표현은 독자에게도 그 순간의 온기와 정서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또한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아름답게 연결합니다. 어린 시절 사랑을 받던 화자는 세월이 흘러 유치부 교사가 되고, 자신이 받았던 사랑을 다시 다음 세대에게 전합니다. "참 잘했다"라는 동일한 말이 반복되는 구조는 사랑의 전승과 순환을 효과적으로 보여 줍니다. 이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받은 사랑이 다시 누군가에게 흘러가는 과정 자체를 시의 중심 주제로 부각시킵니다.
중간에 등장하는 유성의 이미지는 작품에 서정성을 더합니다. "그날의 유성은 지금 어디쯤 지나고 있을까"라는 질문은 단순히 별의 행방을 묻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순수한 감정과 추억, 그리고 그날 받은 사랑이 지금도 어디선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 대목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기억의 지속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특히 마지막 연은 작품의 정서를 깊이 있게 완성합니다.
"내 품에 안긴 이 작은 아이는
지금
어떤 향기를 기억하게 될까."
이 질문은 독자에게도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가 받은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에게 전해지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어지는 "사랑은 향기가 되어 세월을 건너 흐른다"라는 결구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정리하며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다만 문예지 투고를 고려한다면, "사랑은 향기가 되어 세월을 건너 흐른다"는 결말이 다소 직접적으로 주제를 설명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현재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조금 더 여백을 남기는 방식으로 마무리한다면 독자의 해석 공간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지막 질문에서 끝내거나, 향기에 대한 이미지를 한 번 더 환기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입니다.
종합하면, 이 작품은 한 사람의 따뜻한 격려가 세월을 지나 또 다른 사랑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섬세한 기억과 감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한 서정시입니다. 특히 박하분 향기라는 구체적 소재를 통해 사랑의 지속성과 인간적 온기를 설득력 있게 보여 주며, 읽는 이에게 잔잔하면서도 깊은 감동을 전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