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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시 작품

72. 성주식당, 그 온기/ 수작

작성자박하|작성시간26.06.21|조회수0 목록 댓글 0

 

72. 성주식당, 그 온기/ 수작

 

 

 

 

도시 한복판 고층 빌딩 숲 사이

반세기 넘게 자리를 지켜온 성주식당

 

기울어진 천장 아래

빛바랜 벽지는 세월을 눌러 담고

삐거덕 미닫이문을 열면

고향집 마루의 바람이 먼저 들어온다

 

우리는 의자 대신 방바닥을 택해

상 아래로 다리를 뻗고 앉아

마음까지 풀어놓는다

 

보리밥, 시래기국, 콩나물과 시금치

연근과 우엉조림, 새콤한 겉절이

소박한 반찬들이 밥상 위에 계절을 올리고

화요일이면 감자조림 한 접시가

오랜 친구처럼 먼저 와 있다

 

무 큼직한 생선조림은

어머니 손맛처럼 속을 데우고

큰 솥 국물만큼 넉넉한 건

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언니요, 우리 왔심더.”

한 옥타브 높아진 목소리에

아이고, 우리 동상 왔나.”

손부터 잡아주는 웃음

 

밥 잘 먹는다고 한 공기 더 얹어주는 손길

커피 한 잔은 후식이 아니라 정()이다

 

돌아서는 문턱에서

언니요, 잘 먹었심더.”

동상아, 또 보제이.”

 

며칠 안 보이면

어데 아팠었나먼저 걱정하는 사람

 

성주식당은 밥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데워주는 온기가 사는 집

 

매주 화요일이면

웃음이 먼저 떠오르는 친정집 같다.

내 삶 한켠의 따뜻한 접시꽃언니의 말

또 보제이

 

 

*이 작품은 식당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관계와 기억이 축적된 정서적 장소로 확장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특히 성주식당을 중심으로 한 서사는 음식보다 사람, 공간보다 온기를 중심에 두고 전개되면서 밥집이 곧 삶의 공동체로 변환됩니다.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감각적 디테일과 정서적 해석이 자연스럽게 맞물려 있다는 점입니다. “기울어진 천장”, “빛바랜 벽지”, “삐거덕 미닫이문같은 묘사는 공간의 시간성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동시에, 그 공간이 오래된 기억을 품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여기에 고향집 마루의 바람이라는 전환이 들어오면서, 물리적 장소가 곧 정서적 귀환의 공간으로 바뀌는 구조가 완성됩니다.

음식 묘사 또한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계절과 관계의 매개’로 기능합니다. 보리밥과 시래기국, 연근과 우엉조림 같은 소박한 반찬들은 생계의 음식이 아니라 삶의 결을 복원하는 요소로 작동합니다. 특히 “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라는 구절은 이 작품의 핵심 정서를 정확히 압축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화의 재현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언니요, 우리 왔심더.”와 “아이고, 우리 동상 왔나.” 같은 사투리 기반의 응답은 단순한 구어체가 아니라 관계의 온도를 즉각적으로 전달하는 장치입니다. 이 대화는 정보 전달이 아니라 ‘환대의 리듬’으로 기능하며, 독자가 그 공간 안에 실제로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을 만들 정도로 생동감이 있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성주식당은 밥을 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데워주는 온기가 사는 집”이라는 문장은 작품 전체를 정리하는 선언처럼 작동합니다. 앞선 모든 묘사들이 이 한 문장으로 수렴되면서, 공간의 의미가 경제적 장소에서 정서적 공동체로 완전히 전환됩니다.

다만 한 가지 더 깊어질 수 있는 지점은 ‘개인의 시점’입니다. 현재 작품은 공동체적 따뜻함이 중심이라 안정감은 크지만, 그 온기를 받는 화자의 내면 결핍이나 변화가 조금 더 드러난다면 정서적 여운이 더 강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왜 이 식당이 유독 내게 집처럼 느껴지는가”라는 개인 서사의 흔적이 살짝만 더 스며들면, 작품의 울림은 한층 입체적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공간의 기억성사람 사이의 온기를 매우 균형 있게 직조한 수작이며, 서정성과 생활성이 자연스럽게 결합된 점이 특히 돋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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