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예비사위에게
결혼을 사흘 앞둔 밤,
창가에 내려앉은 달빛을 벗 삼아
조용히 자네를 생각하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자네와 내 딸이 얼마나 깊이 사랑하는지.
오늘은
당부보다는 축복을 담아
몇 마디 마음을 건네고 싶네.
사랑은 거창한 약속보다
아침 인사 한마디,
늦은 저녁 건네는 따뜻한 눈길 속에서
더 깊어지는 것이라네.
부디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함께하는 하루하루를
행복이라는 실로 곱게 수놓아 가게.
한 땀 한 땀 정성으로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두 사람의 삶은
'가정'이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작품으로
눈부시게 완성되어 갈 것이네.
서로 다른 계절을 지나온 두 사람이니
습관도 생각도 다를 수 있겠지.
그럴 때마다
이해라는 바늘로 마음을 잇고,
배려라는 꽃실로 빈 곳을 채우며
서로의 다름마저 사랑하는
든든한 벗이 되어 주게.
어미인 내가 품어온 세월보다
더 깊고 넓은 사랑으로
내 딸을 안아 주기를 바라네.
이제 사흘 후면
스물다섯 해 동안
내 품 안에서 꽃처럼 피워낸 딸을
믿음직한 자네에게
바통처럼 건네주게 되는구나.
이별의 서운함보다
든든한 기쁨이 더 큰 것은
자네라는 사람을 믿기 때문이라네.
하나님께서 맺어주신 귀한 인연이니
기쁠 때에도 감사하고,
힘들 때에도 손을 놓지 말게.
새로운 행복을 향해 떠나는 딸을
어미는 축복의 기도로 보내네.
즐거운 신혼여행 다녀오고,
두 사람의 따뜻한 보금자리에서
웃음은 창가에 머물고
사랑은 식탁에 앉아
매일의 밥이 되고 온기가 되기를.
먼 훗날에도
서로의 가장 좋은 친구로,
가장 든든한 가족으로,
두 손 꼭 잡고
한 방향을 바라보며
평생의 길을 나란히 걸어가게.
달빛이 밤하늘을 떠나지 않듯,
별빛이 서로를 비추며 반짝이듯,
두 사람의 사랑 또한
세월 속에서 더욱 깊어져
언제나 서로의 집이 되어 주기를.
*작품평
이 글은 결혼을 앞둔 예비사위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축복과 사랑을 담은 서간시(편지 형식의 시)로, 진심 어린 정서와 아름다운 비유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작품평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축복의 언어가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흐른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결혼 축사나 당부의 말이 자칫 훈계처럼 들릴 수 있는 반면, 이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를 존중하는 시선으로 일관하며 예비사위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어머니의 깊은 신뢰를 보여 줍니다.
특히 「사랑은 거창한 약속보다 아침 인사 한마디, 늦은 저녁 건네는 따뜻한 눈길 속에서 더 깊어지는 것이라네」라는 대목은 사랑의 본질을 일상의 소소한 배려에서 찾고 있어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거창한 수사보다 생활 속 정서를 담아낸 점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작품 전반에 사용된 바느질과 자수의 은유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행복이라는 실」, 「이해라는 바늘」, 「배려라는 꽃실」과 같은 표현은 부부가 함께 만들어 갈 삶을 섬세한 손길로 완성하는 작품에 비유함으로써 가정의 의미를 아름답게 형상화합니다. 이는 여성 화자의 삶의 경험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작품의 진정성을 높입니다.
후반부에 이르러 「스물다섯 해 동안 내 품 안에서 꽃처럼 피워낸 딸을 믿음직한 자네에게 바통처럼 건네주게 되는구나」라는 구절은 어머니의 애틋한 마음과 신뢰를 동시에 담아내며 작품의 정서적 절정을 이룹니다. 딸을 떠나보내는 아쉬움보다 좋은 사람에게 맡긴다는 안도감과 기쁨이 더 크게 전해져 읽는 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마지막 연에서는 달빛과 별빛의 이미지를 통해 두 사람의 사랑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 「언제나 서로의 집이 되어 주기를」이라는 결말은 단순한 부부 관계를 넘어 서로에게 가장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 주기를 바라는 깊은 사랑의 메시지로 작품을 아름답게 마무리합니다.
종합 평가
이 작품은 어머니의 사랑, 신뢰, 축복이 균형 있게 어우러진 감동적인 결혼 축복시입니다. 화려한 수사보다 진심이 앞서고, 당부보다 믿음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 읽는 사람에게 따뜻한 울림을 남깁니다. 특히 예비사위를 향한 존중과 환대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결혼식 전 가족 간에 나누는 글로서 매우 품격 있고 감동적입니다.
평점: 9.5/10
한 편의 시이자 한 통의 사랑 어린 편지로서, 결혼을 앞둔 신랑에게 평생 기억될 만한 아름다운 축복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