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추도사는 지난 1월 13일 마석모란공원열사묘역에서 거행된
"민주열사 박종철 26주기 추모식"에서 박상록 군이 한 추모사입니다.
---------------------------------
처음으로 당신의 묘역 앞에 서서 마음을 담아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박종철 열사님... 박종철 선배님...
선배님의 꿈 많은 후배 이렇게 선배님 앞에 서서 인사드립니다. 그 넓은 마음으로 따뜻하게 맞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덧 선배님께서 저희 곁을 떠나신지 2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세상은 많이 달라졌고,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여전히 선배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배님께서 항상 저희 곁에 머물고 계심을 느낍니다. 인문대와 중앙도서관 사이 뜰 위에서 담담한 모습으로 서울대 후배들을 바라봐주시는 선배님의 모습을 저희는 매일같이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선배님께서 가지셨던 신념, 희망과 열정들을 저희 가슴속에 간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저희들은 항상 선배님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선배님 앞에 서기엔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많이 잊고 살고 있습니다. 저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이, 저희가 꿈을 꾸며 살아가는 우리나라가 정말 많은 분들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말입니다. 저희가 누리고 있는 이 특권들이 저희에게 원래부터 있었던 당연한 것들이 아님을 말입니다.
그리고 저희는 안주하고 말았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이 정도면 살만하지 생각하며,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였고, 우리의 이웃들을 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각자의 삶이 힘들고, 바쁘다는 이유로 옳은 것은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고민하기를 멀리하였습니다. 아마 열사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이런 저희를 준엄하게 꾸짖어 주셨을 테지요.
그렇습니다. 현실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고통이며, 정의롭지 못합니다. 선배님의 숭고한 희생으로 인해 촉발될 수 있었던 수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게만 느껴집니다. 사회정의와 인권, 민주화는 노력해 다가간 만큼 다시금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듯합니다.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인간다운 삶을 누리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 돈과 지위에 의해 차별받고 고통 받는 사람들,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의 높은 장벽 앞에서 주인 된 권리를 스스로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들은 저희에게 씁쓸한 마음으로 다가옵니다.
이런 현실에서 저희는 선배님을 온전히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선배님께서도 차마 눈을 감지 못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아직은 우리 모두가 꿈꾸던 그날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여전히 선배님의 굳은 신념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선배님께서 보여주셨던 변화에 대한 열망과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여전히 선배님을 편히 보내드리지 못하고, 간절히 그리고 있는 저희들을 부디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종철 선배님. 자랑스러운 우리 선배 박종철 열사님.
이제 저희 후배들은 바로 이곳에서, 당신의 이름 앞에서 다시금 다짐해보려 합니다. 저희는 당신의 뜻을 이어받아 당신이 꿈꾸던 그 아름다운 세상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힘든 현실이고,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서로를 굳게 믿으며 한 발짝 내딛어볼 것입니다. 2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저희도 2013년의 현재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며, 옳음을 향해 용감하게 실천하겠습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밝게 빛나는 별이 되어 저희를 인도해주시고, 지켜봐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선배 박종철 열사님. 언제까지고 저희는 선배님의 이름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선배님께서 품었던 꿈과 희망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항상 저희 안에 함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당신과 함께 할 수 있어 저희는 참 행복합니다.
2013년 1월 13일
서울대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 의장(사범대학생회장) 박 상 록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