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역행하는 현실 안타까워"
고 박종철 열사 29주기
"박종철 열사(사진)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 다 돼가는데 그가 죽음으로 꽃피운 민주주의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10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옛 치안본부 남영동 대공분실(현 경찰청 인권센터)에서 열린 '박종철 열사 29주기' 추모식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착잡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박근혜정부 3년 동안 민주주의가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굴욕적 위안부 협상에다 최근 벌어지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가 위축되는 상황들을 보면 마치 30년 전으로 역사가 되돌아가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종철 기념사업회와 서울대 민주동문회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식에는 박종철씨 친형 박종부씨와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100여명이 참석했다.
1987년 당시 스물셋 청년이었던 박종철의 죽음은 고문철폐와 독재타도, 직선제 개헌을 요구하는 국민의 분노로 이어져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6월항쟁은 국민들의 힘으로 군부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민주화의 초석을 다진 한국 현대사의 큰 분수령이 됐다.
추모식 참석자들은 요즘 한국의 민주주의는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고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종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윤재희씨(55·여)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나 위안부협상 타결을 보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추모객들은 박종철 열사의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기고 잘못된 역사는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자들과 함께 참석한 한 고등학교 선생님은 "우리 다음 세대에는 더 좋은 미래를 남겨줘야 하는데 또다시 어두운 시대를 안겨주는 게 아닌가 싶어 부끄럽다"며 눈물짓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