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비가 내린다. / 박성수
천천히 둑 방 길 걷는데
비가 내린다.
사색에 잠긴 사계
앞치마 휘감은 물안개
앞에서도 내리고 뒤에서도 내린다
비가 천천히 내린다.
시들어 가는 꽃밭에 물을 주듯
목마른 나의 사랑밭에
어깨 위에서도 머리 위에서도
시원하게 우두둑 빗방울 떨어진다.
아직 우산은 펼쳐들지 못하였는데
아직 우리 사랑 펴지 못하였는데
둑 방 길 따라
비는 천천히 길을 걷는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사랑이
멍하니 비를 맞는다.
가슴 깊숙이 비가 우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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