렘노스 섬의 모든 여인들이 열렬히 환영하면서 아르고 호 주변으로 우르르 모여들었다. 원정대원들은 여인들이 자신들을 위한 팬클럽을 만들었나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남자들이 자신들 이외에는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 이상했다.
"지나가는 길에 잠시 들렸소.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니 며칠만 참아 주시오. 물과 식량이 있거든 파시오. 그런데... 바깥양반들은 어디있소?"
그때 여왕 휘프시필레가 앞으로 나오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헤파이스토스께 바쳐진 렘노스 섬입니다. 사정이 있어서 그리 되었으니 더 이상 묻지 마십시오. 그리고 저는 이곳의 여왕 휘프시필레입니다. 푹 쉬었다 가십시오. 원하시면 눌러 사셔도 됩니다."
여왕은 이아손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녀는 이아손을 자신의 거처로 안내하여 그간 벌어진 일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렘노스 섬의 종족보존을 위해서 협조해 줄 것을 정중하게 부탁하였다.
"허 참, 고거 쑥스럽구만…"
다음날, 일행의 숙소로 돌아간 이아손은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는 여러 영웅들에게 사실대로 털어놓고 렘노스 섬에 씨앗을 뿌리기를 권유하였는데, 이미 밖에서는 여인네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하였다. 모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냐하면 아무리 기초체력이 튼튼하다 하더라도 많은 여인네들을 육십 명도 안되는 영웅들이 상대하기에는 무리였기 때문이다.
이아손과 그의 동료들은 한 사람의 여인도 소외를 받으면 안된다는 생각에 일 년 정도를 머물면서 아프로디테 여신의 시나리오에 따라 봉사함으로써 그 섬은 다시 아이들로 넘쳐나게 되었다.
"젠장, 우리를 완전히 종마(種馬) 취급하는군!"
헤라클레스는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한가롭게 렘노스 섬에서 여인네들에게 둘러싸여 있을 정도로 한가한 몸이 아니었다. 어서 빨리 과업을 완수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여러분, 제발 정신을 좀 차립시다! 우리가
기껏 여자들에게 씨앗이나 뿌리자고 모험 길에 올랐소?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지 맙시다."
헤라클레스의 열변에 정신을 차린 영웅들은 렘노스 섬을 떠나 항해를 계속하기로 결정하였다.
"가시면 언제 오시나요?"
"가봐야 알지!"
렘노스 섬의 여인들의 환송을 받으면 오랜만에 아르고 호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노 젓는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 이아손이 북을 쳤다. 여인들이 보이지 않는 바다에 이르자 돛을 올렸다. 깨끗하게 세탁이 되어 있었다.
아마 이아손을 사랑했던 여왕이 산뜻한 기분으로 항해하라고 빨아놓은 모양이다. 자기가 직접 빨았는지, 아니면 다른 여인에게 명령했는지를 모르지만
보기에도 기분이 무척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