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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최휘의 「사과의 생일」 해설 / 김륭

작성자박호|작성시간26.06.05|조회수0 목록 댓글 0
'최휘의 「사과의 생일」 해설 / 김륭
 


사과의 생일


   최 휘
 
 
찬란해
나는 이 세상 최초의 열매
나로 인해 빨강이 생겨났지
 
온 힘으로 매달려 중력을 거부해 보았어
거부하느라 얼마나 빨개졌는지 몰라
 
빨강 전구들이 일제히 불을 켠 양지 언덕
 
빨강 사과 하나
빨강 사과 둘
빨강 사과 셋 넷……
 
엄마는 동생을 낳고
햇빛은 사과를 낳고
사과는 빨강을 낳고
 
저길 봐 세상 모든 사과들이 태어나고 있어
끝없는 빨강들이 태어나고 있어
오늘은 사과의 생일다이어리에 이렇게 적을래
 
          ―동시마중 레터링 서비스 《블랙》 제3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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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에서 빨강을 꺼내는 일




   사과에서 빨강을 보는 일은 쉬운 일이지만 꺼내오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시적 대상들을 그저 단순한 하나의 사물로 보지 않을 때야 가능하기 때문이다최휘는 사과에서 꺼낸 빨강으로부터 모든 감각적 정서적 감응의 뿌리는 사랑'임을 역설하는 중요한 징후를 포착해 낸다사과에서 빨강을 거쳐 생일로 이어지는 세 겹의 중첩된 시선이 절묘한 사과의 생일은 사과라는 지극히 평범한 사물을 응시하는 시인의 시선으로부터 찬란해진다이 깊은 시선을 통해 사과는 사과라는 껍질을 벗고 해부되며 재해석된다. “온 힘으로 매달려 중력을 거부해 보았어거부하느라 얼마나 빨개졌는지 몰라” 마치 조물주가 세계를 빚는 것처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과의 빨강은 마술과 같은 불가사의한 힘에 대한 체험과도 같아서 시를 읽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가진 동심까지 감싸 안기에 충분하다사과가 아니라 모든 우리가 자신의 기원에 대해 더듬어 가는 이야기로 확장되기 때문이다이처럼 자신의 느낌을 통해 환상이란 거울을 볼 줄 아는 시인이 건네는 말은 새로운 사유를 거친다.
 
김륭 (시인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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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시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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