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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최영숙의 「울음이 있는 방」 감상 / 나민애

작성자박호|작성시간26.06.10|조회수1 목록 댓글 0
최영숙의 울음이 있는 방」 감상 나민애


울음이 있는 방


   최영숙 (1960~2003)


1
한 여인이 운다네
다 큰 한 여인이 운다네
이곳은 물소리가 담을 넘는 오래된 동네
나 태어나 여직 한번도 옮긴 적 없다네
그런 동네에 여인의 울음소리 들리네
처음엔 크게 그러다 조금씩 낮게
산비알 골목길을 휘돌아 나가네
햇빛도 맑은 날 오늘은 동네가 유난히 조용하네
한 우물 깊어지네


2
그 소리 듣네
마루 끝에 쪼개진 볕바라기 하며
여인의 울음소리 듣고 있네
왜 우나사과궤짝에 칸나를 올린 그 집
건너다보면 붉은 꽃대 환하게 흔들리던 곳
울음 뒤에 남는 마른 눈물자국
고요가 더 아픈 것이지만 이젠 들리지 않는
여인의 울음소리 귓전에 맴도네
바람도 없이 스르르 종잇장이 흘러내리네


3
그런 방 기억에 있네
바람 부는 초봄이었는지 제 그림자 지우며
기인 담벼락 양지를 따라가던 그 끝에
울음이 있는 방 그늘은 깊었네
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는
눈물은 왜 배고픔인지
허기진 꽃대 마당 가득 휘어 있었네
그 여인 아직도 울고 있는지
어린 날의 나 아직도 품고 있는지


4
세월은 강,
(그 강가에서 아이는 오래 발등을 적시었을까, 산 그림자 깊은 강물 어둠이 내리기 전에 떠나야 했지만 기억은 언제나 그 그늘 방 앞에 멈추고 있어, 신문지 상보가 덮인 밥상이 하나 물에 만 밥 한술 허공에 걸려 내려오지 않았다 어서어서 자랐으면, 우리 집 분꽃은 허리만 길어 가을이 되어도 씨앗 영글지 못했다 공기 속을 떠다니는 먼지의 입자 한줄기 빛을 따라가면, 가다보면…… 나, 그곳에 데려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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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가 울면 엄마가 온다와서 달래 줄 것이다아기는 엄마가 올 것을 알고 우는지도 모른다그래서 우리는 아기의 울음을 걱정해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어른이 울면 엄마가 오지 않는다엄마 대신 거기에는 벌써 불행이 도착해 있다그래서 우리는 어른의 울음을 들으면 두려워한다누군가에게 아주 무섭고힘들고슬픈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한다.
   이 시에서는 다 큰 여인이 운다무슨 일인가 생긴 것이다어른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일이다뭔지 몰라도 저 심정이 오죽할까 싶어 동네 사람들은 조용히 침묵을 지키게 된다한 시가 그 울음을 담아냈고한 동네가 그 울음에 침묵했다는 것만이 유일한 위로가 된다.
   우리는 울어도 돼라는 말보다 울지 마라는 말을 더 많이 하고 많이 듣는다울음의 이야기보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이 더 많이 게시된다울음은 불편한 거니까울음은 아직 내 것이 아니니까세상 모두가 즐거울 리가 없을 텐데 싶다면 최영숙 시인의 시집 골목 하나를 사이로를 추천한다한 권에 4000원이다시인은 세상에 없지만 시집이 있다이런 시집을 남긴 사람이이런 울음을 남긴 사람이 있었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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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시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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