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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박승민의 「하여간, 어디에선가」 감상 / 이설야

작성자박호|작성시간26.06.20|조회수0 목록 댓글 0

박승민의 하여간어디에선가」 감상 이설야

 

 

하여간어디에선가

 

    박승민 (1964~)

 

 

안녕,

지구인의 모습으로는 다들 마지막이야

죽은 사람들은 녹거나 흐르거나 새털구름으로 떠오르겠지

그렇다고 이 우주를 영영 떠나는 건 아니야

생각,이라는 것도 아주 없어지진 않아

무언가의 일부가 되는 건 확실해

보이지 않는 조각들이 모여 가 되었듯

다음에는 버섯 지붕 밑의 붉은 기둥이 될 수도 있어

죽는다는 건 다른 것들과 합쳐지는 거야

새로운 형태가 되는 거야

꼭 인간만 되라는 법이 어디에 있니?

그러고 보니 안녕하는 작별은 첫 만남의 인사였네

우리는 그 무엇과 왈칵 붙어버릴 테니깐

난 우주의 초록빛 파장으로 번지는 게 다음 행선지야

 

.................................................................................................

 

   “안녕,”이라고 시작하는 이 시는 지구인으로는 마지막 인사지만 전혀 슬프지 않다죽음의 문턱에 선 자들이 모여 서로를 위로하는 것 같기도 하고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따뜻한 안부 같기도 하다시인에게 죽는다” 라는 단어는 다른 것들과의 합체를 의미한다죽은 사람들은 새털구름이나 버섯 지붕 밑의 붉은 기둥이 될 수도 있다그것은 라는 집착을 벗어나, “무언가의 일부나 새로운 형태가 되는 것이며끝나도 끝나지 않는 시간을 말한다.

   “보이지 않는 조각들이 모여 가 되었듯” 죽은 이후에는 비나 눈갈대나 버드나무가 될 수도 있다서로에게 번지면서 서로를 살릴 수도 있다꼭 무엇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내가 누구인지 자꾸만 묻지 않아도 된다이 시를 읽고 나면나는 오늘 당신으로 살아보겠습니다당신의 죽음까지도 사랑하겠습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안녕은 마지막 인사가 아니라첫인사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설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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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원문 : 시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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